책 이미지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지금이야말로 사랑할 시간 (분열의 시대에 도착한 새 교황, 레오 14세)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가톨릭 > 가톨릭 인물
· ISBN : 9791172133481
· 쪽수 : 252쪽
· 출판일 : 2025-12-15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가톨릭 > 가톨릭 인물
· ISBN : 9791172133481
· 쪽수 : 252쪽
· 출판일 : 2025-12-15
책 소개
바티칸 특파원이 기록한 2025년 세기의 콘클라베가 최초의 미국인 교황 레오 14세 탄생의 배경과 프란치스코-레오 14세 조합의 의미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비밀스러운 내부 과정과 레오 14세의 다층적 정체성을 통해 분열의 시대에 교황청이 선택한 길을 생생하게 전한다.
“인류 가족을 위한 기도를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 책”
-이해인(수녀, 시인)
“레오 14세가 누구인지에 대한 가장 통찰력 있는 답”
-조현(종교전문기자)
바티칸 특파원이 기록한 세기의 콘클라베,
최초의 미국인 교황은 분열의 시대를 어떻게 이끌 것인가
2025년 5월 가톨릭교회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낮은 곳에서 가장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며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과 존경을 받아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상을 떠나고 미지의 새 교황이 선출된 것이다. 로버트 프레보스트 추기경, 교황명 레오 14세는 바티칸 역사상 최초의 미국인 교황으로 놀라움과 기대감 속에 등장했다. 《지금이야말로 사랑할 시간》은 이 역사적 장면을 현장에서 취재해온 바티칸 특파원 크리스토퍼 화이트의 책으로, 혼란과 분열의 시대에 교황청이 어떤 길을 선택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과 20개국 이상을 동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레오 14세 선출을 단순한 후계자 탄생이 아닌 가톨릭교회의 전환점으로 바라본다. 이번 콘클라베가 왜 ‘60년 만에 가장 중요한’ 선거였는지 그 배경을 먼저 설명하고, 레오 14세의 성향과 앞으로의 활동을 예측하기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업적과 그를 둘러싼 갈등을 상세히 정리하는 방식을 먼저 택한다. 가톨릭 2000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꼽히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년)를 연 ‘요한 23세 - 바오로 6세’ 조합 이후 60년 만에 가장 중대한 과제에 직면한 ‘프란치스코 - 레오 14세’ 조합을 보다 통합적으로 파악하고, ‘두 교황’ 사이를 입체적으로 이어 분석하는 점이 레오 14세를 소개하는 다른 책들과의 차별점이다.
이와 더불어 오랜 세월 비밀로 가려져온 콘클라베 내부의 일을 치밀한 취재와 합리적 재구성으로 흥미롭게 풀어내며 교황청 내부의 역동을 가늠해본다. 또 같은 미국 국적의 기자라는 장점을 발휘해, 그간 공개된 바가 많지 않은 레오 14세의 유년과 과거 활동을 주변 인물 인터뷰, 2023년 추기경 시절의 그를 만났던 경험을 바탕으로 소개한다. ‘첫 미국인 교황’의 국제사회적 의미를 매우 시의적으로 풀어낸 저널리스트의 기록이다. ‘글 쓰는 신부님’으로 교회 밖 세상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는 방종우 가톨릭대학교 교수가 번역하여 교회 용어와 역사적 맥락을 정확히 해설하는 주석을 보강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교회 내부에서는 또 하나의 벌집이 건드려진 셈이었다. 2025년 콘클라베를 앞둔 상황에서 60년 전과 마찬가지로, 추기경단은 한 가지 핵심적인 질문에 직면해 있었다. 지금까지의 방향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되돌아갈 것인가?” _머리말 중에서
파파 프란치스코,
가장 사랑받은 교황 vs 가장 논쟁적인 교황
1부에서는 ‘차기 교황을 이해하기 위한 전사(前史)’로서 프란치스코 시대를 정리한다. 레오 14세를 말하기 전에 ‘그가 어떤 교회를 물려받은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재임 시기는 한국인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던 한마디로 상징될 수 있다. 2014년 방한 당시 교황이 세월호 추모 리본을 달고 유가족을 위로했을 때 ‘세월호 추모 행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한 대답, “인간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다”는 발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가 ‘세상 속으로’ 들어가기를 바랐다. 역사상 한 번도 쓰인 적 없는 교황명, 가난과 겸손의 삶으로 알려진 13세기 성인 프란치스코의 이름을 선택한 그는 교회가 복음의 본질, 즉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봉사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여겼다. 프란치스코에게 교황이라는 직분은 봉사의 대상으로부터 동떨어져 있는 지위가 아니었다는 점을 이 책의 1부는 강조한다. 핵심 개념인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 함께 걷는 교회의 방식)는 모든 신자가 성령 안에서 함께 듣고 대화하며 식별하는 공동체적 체험을 뜻하는데, 재임 중 가장 중요한 개혁의 수단이자 그의 유산이었다. 평신도, 여성, 빈곤층, 난민, 주변부 국가의 목소리를 교황청으로 가져오려는 시도였다. 한편 그가 처했던 난관과 갈등도 함께 비춘다. 전 세계에서 성직자들의 성학대 스캔들이 터지고 바티칸 재정난은 계속됐다. “제가 감히 어떻게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Who am I to judge)?”라는 발언으로 대표되는 성소수자에 대한 유례없는 태도는 열렬한 환영과 격한 반발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저자는 프란치스코 시대의 개혁과 성취, 한계를 속도감 있게 전개하며 다음 교황에게 어떤 과제가 남겨졌는지 분석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때때로 마치 홀로 서 있는 늑대처럼 보였다. 그가 교회를 변화시키려 노력했으며, 개혁에 소극적이고 변화에 보수적인 기관의 방향을 재조정하고 바로잡으려 애썼다는 것은 분명하다. (…) 어려운 임신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한 미혼모의 사연을 기사로 읽은 후에는 즉시 전화를 걸어 위로를 전하며, 아이가 태어나면 자신이 직접 세례를 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_68쪽
“이제 교황좌는 공석입니다”
영화보다 영화 같은 콘클라베
“교황께서 선종하셨습니다. 이제 교황좌는 공석입니다.” 호평받았던 할리우드 영화 〈콘클라베〉 예고편은 이렇게 시작된다. 물론 실제는 영화와 같지 않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영화보다 극적이다. 저자는 현장 기자로서의 저널리즘에 절제된 상상력을 더해 책의 2부에서 ‘세기의 콘클라베’를 재구성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기간부터 콘클라베를 준비하는 과정, 차기 교황을 기대하는 엇갈리는 시선, 두 번의 검은 연기(부결)와 마침내 피어오른 흰 연기(선출 성공)에 이르기까지 기자가 확보할 수 있는 정보에 실제 콘클라베 규정과 역사적 관행을 결합해 ‘시스티나 성당의 문이 닫힌 뒤’ 벌어지는 일을 그려볼 수 있게 안내한다. 프란치스코가 걸어온 길의 연장선상에서 ‘다양성’을 강조하는 쪽과, 보다 전통적인 교회의 ‘일치’를 중시하는 쪽 사이의 균열이 드러나고 가장 적합한 인물이 누구인지에 대한 논의가 치열해진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이미 시카고 출신의 로버트 프레보스트(레오 14세) 추기경의 가능성이 진지하게 검토되었다고 판단한다. 수도회 출신이고 상대적으로 소외되어온 남반구(페루)에서의 선교 경험과 교황청 내부의 행정 경험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 ‘미국’ 국적이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비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에 참석한 지 일주일 만에 교황 복장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AI로 생성해 소셜미디어에 게시하자 ‘미국인 교황’이 교회에 가져올 수 있는 여러 부담이 다시금 부상하기도 했지만, 결국 레오 14세는 성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냈다.
“추기경 중 80퍼센트는 콘클라베 참석이 처음이었다. 135명의 추기경 가운데 133명이 로마에 도착해 참여하게 됐으며, 이는 교회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크고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뤄진 콘클라베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임 기간 동안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지역들의 추기경을 발탁함으로써 (…) 밀라노, 파리, 로스앤젤레스 같은 도시들은 배제됐고, 남수단, 브루나이, 파푸아뉴기니, 통가처럼 이전에 추기경이 탄생하지 않았던 새 지역의 인물들이 발탁됐다.” _94쪽
트럼프와 전 세계, 진보와 보수, 교회와 세상…
‘다리를 놓는 사람(pontiff)’ 레오 14세가
“지금이야말로 사랑할 시간”이라고 말한 이유
본격적으로 레오 14세 교황을 파헤치는 3부에서는 미국인인 동시에 라틴아메리카에서 활동한 사목자이고 수도회의 영성과 바티칸의 행정을 모두 경험한 그의 다층적 정체성을 짚어본다. ‘다문화 용광로’와 같았던 시카고 남부에서 성장한 로버트 프레보스트는 어린 시절부터 학교·본당 활동에서 공동체에 대한 봉사 성향을 보였다고 기억된다. 저자는 이러한 바탕을 ‘분열을 완충하는 감각’의 배경으로 해석한다. 페루에서의 선교사 시절은 프레보스트 스스로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때라 회고하는 중요한 시기다. 기본적인 생활 여건이 갖춰져 있던 미국 중서부의 세계와 페루의 현실은 극명하게 대비됐지만 노동자 계층 출신이었던 프레보스트는 페루의 근면하고 소외된 서민들의 삶에 훨씬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이는 그가 전통적인 미국 가톨릭교회의 사목적 배경과는 사뭇 다른, 프란치스코의 ‘주변부’ 감각을 공유하는 인물임을 드러낸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현장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실용주의, 공동체적 의사소통 능력 등이 페루에서 정립되었다는 분석이다. 그의 페루 생활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부름으로 막을 내린다. 2023년 바티칸 주교부 장관으로 임명된 것이다. 전 세계 교회의 새로운 주교를 선발하는 부서의 장관으로 프레보스트가 선택된 것은 예삿일이 아니었다. 그는 중앙 행정조직인 바티칸에서 근무한 경험이 없었고, 타 대륙의 비교적 외딴 교구에서 사목 활동을 해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관료 출신보다 외부에서 온 사람, 새로운 시각으로 자신을 도와줄 사람을 원했다”고 프레보스트는 회고했다. 보다 중심의, 넓은 자리를 맡게 되면서 그는 행정·통치·조직의 언어를 습득하고 가톨릭 세계 전체를 보는 렌즈를 닦게 된다. 목자와 행정가 사이의 균형을 얻게 된 것이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러한 개인적 강점과 가톨릭교회의 역사적 요구에 힘입어 첫 발걸음을 뗐다. 2025년 5월 18일 교황 즉위 미사에서 그는 “우리는 여전히 너무나 많은 불화, 증오와 폭력, 편견과 다름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지구의 자원을 착취하고 가장 가난한 이들을 소외시키는 경제 패러다임이 빚어낸 수많은 상처들”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덧붙였다. “형제자매 여러분, 지금이야말로 사랑할 시간입니다(Brothers and sisters, this is the hour for love)!”
2027년 8월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WYD) 참석을 위해 역대 교황으로서는 세 번째 방한이 예정되어 있다. 《지금이야말로 사랑할 시간》은 평화와 평등이라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힘을 잃고, 전쟁과 기후 위기 같은 긴급한 글로벌 문제가 산적한 시대에 새 교황이 어떤 가치와 메시지로 미래의 새로운 구심점을 만들지에 대한 실마리를 준다. 프란치스코의 유산과 ‘교황 교체기’를 매우 신속하고 입체적으로 정리한 책인 동시에 콘클라베와 바티칸을 둘러싼 교회의 역동과 인류를 향한 영성을 동시에 읽게 하는 책이다.
“가톨릭교회의 제267대 교황으로서 레오 교황의 선출은 여러모로 극적인 대조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점잖은 미국인 교황와 호언장담하는 미국 대통령, 로마 교황청에서 불과 몇 년만을 보낸 바티칸의 외부인과 권력의 상징인 관료제, 소박한 페루의 사목자와 교황직을 떠올리게 하는 화려한 의식과 장엄함의 대조다.” _208쪽
-이해인(수녀, 시인)
“레오 14세가 누구인지에 대한 가장 통찰력 있는 답”
-조현(종교전문기자)
바티칸 특파원이 기록한 세기의 콘클라베,
최초의 미국인 교황은 분열의 시대를 어떻게 이끌 것인가
2025년 5월 가톨릭교회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낮은 곳에서 가장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며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과 존경을 받아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상을 떠나고 미지의 새 교황이 선출된 것이다. 로버트 프레보스트 추기경, 교황명 레오 14세는 바티칸 역사상 최초의 미국인 교황으로 놀라움과 기대감 속에 등장했다. 《지금이야말로 사랑할 시간》은 이 역사적 장면을 현장에서 취재해온 바티칸 특파원 크리스토퍼 화이트의 책으로, 혼란과 분열의 시대에 교황청이 어떤 길을 선택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과 20개국 이상을 동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레오 14세 선출을 단순한 후계자 탄생이 아닌 가톨릭교회의 전환점으로 바라본다. 이번 콘클라베가 왜 ‘60년 만에 가장 중요한’ 선거였는지 그 배경을 먼저 설명하고, 레오 14세의 성향과 앞으로의 활동을 예측하기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업적과 그를 둘러싼 갈등을 상세히 정리하는 방식을 먼저 택한다. 가톨릭 2000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꼽히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년)를 연 ‘요한 23세 - 바오로 6세’ 조합 이후 60년 만에 가장 중대한 과제에 직면한 ‘프란치스코 - 레오 14세’ 조합을 보다 통합적으로 파악하고, ‘두 교황’ 사이를 입체적으로 이어 분석하는 점이 레오 14세를 소개하는 다른 책들과의 차별점이다.
이와 더불어 오랜 세월 비밀로 가려져온 콘클라베 내부의 일을 치밀한 취재와 합리적 재구성으로 흥미롭게 풀어내며 교황청 내부의 역동을 가늠해본다. 또 같은 미국 국적의 기자라는 장점을 발휘해, 그간 공개된 바가 많지 않은 레오 14세의 유년과 과거 활동을 주변 인물 인터뷰, 2023년 추기경 시절의 그를 만났던 경험을 바탕으로 소개한다. ‘첫 미국인 교황’의 국제사회적 의미를 매우 시의적으로 풀어낸 저널리스트의 기록이다. ‘글 쓰는 신부님’으로 교회 밖 세상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는 방종우 가톨릭대학교 교수가 번역하여 교회 용어와 역사적 맥락을 정확히 해설하는 주석을 보강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교회 내부에서는 또 하나의 벌집이 건드려진 셈이었다. 2025년 콘클라베를 앞둔 상황에서 60년 전과 마찬가지로, 추기경단은 한 가지 핵심적인 질문에 직면해 있었다. 지금까지의 방향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되돌아갈 것인가?” _머리말 중에서
파파 프란치스코,
가장 사랑받은 교황 vs 가장 논쟁적인 교황
1부에서는 ‘차기 교황을 이해하기 위한 전사(前史)’로서 프란치스코 시대를 정리한다. 레오 14세를 말하기 전에 ‘그가 어떤 교회를 물려받은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재임 시기는 한국인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던 한마디로 상징될 수 있다. 2014년 방한 당시 교황이 세월호 추모 리본을 달고 유가족을 위로했을 때 ‘세월호 추모 행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한 대답, “인간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다”는 발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가 ‘세상 속으로’ 들어가기를 바랐다. 역사상 한 번도 쓰인 적 없는 교황명, 가난과 겸손의 삶으로 알려진 13세기 성인 프란치스코의 이름을 선택한 그는 교회가 복음의 본질, 즉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봉사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여겼다. 프란치스코에게 교황이라는 직분은 봉사의 대상으로부터 동떨어져 있는 지위가 아니었다는 점을 이 책의 1부는 강조한다. 핵심 개념인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 함께 걷는 교회의 방식)는 모든 신자가 성령 안에서 함께 듣고 대화하며 식별하는 공동체적 체험을 뜻하는데, 재임 중 가장 중요한 개혁의 수단이자 그의 유산이었다. 평신도, 여성, 빈곤층, 난민, 주변부 국가의 목소리를 교황청으로 가져오려는 시도였다. 한편 그가 처했던 난관과 갈등도 함께 비춘다. 전 세계에서 성직자들의 성학대 스캔들이 터지고 바티칸 재정난은 계속됐다. “제가 감히 어떻게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Who am I to judge)?”라는 발언으로 대표되는 성소수자에 대한 유례없는 태도는 열렬한 환영과 격한 반발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저자는 프란치스코 시대의 개혁과 성취, 한계를 속도감 있게 전개하며 다음 교황에게 어떤 과제가 남겨졌는지 분석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때때로 마치 홀로 서 있는 늑대처럼 보였다. 그가 교회를 변화시키려 노력했으며, 개혁에 소극적이고 변화에 보수적인 기관의 방향을 재조정하고 바로잡으려 애썼다는 것은 분명하다. (…) 어려운 임신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한 미혼모의 사연을 기사로 읽은 후에는 즉시 전화를 걸어 위로를 전하며, 아이가 태어나면 자신이 직접 세례를 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_68쪽
“이제 교황좌는 공석입니다”
영화보다 영화 같은 콘클라베
“교황께서 선종하셨습니다. 이제 교황좌는 공석입니다.” 호평받았던 할리우드 영화 〈콘클라베〉 예고편은 이렇게 시작된다. 물론 실제는 영화와 같지 않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영화보다 극적이다. 저자는 현장 기자로서의 저널리즘에 절제된 상상력을 더해 책의 2부에서 ‘세기의 콘클라베’를 재구성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기간부터 콘클라베를 준비하는 과정, 차기 교황을 기대하는 엇갈리는 시선, 두 번의 검은 연기(부결)와 마침내 피어오른 흰 연기(선출 성공)에 이르기까지 기자가 확보할 수 있는 정보에 실제 콘클라베 규정과 역사적 관행을 결합해 ‘시스티나 성당의 문이 닫힌 뒤’ 벌어지는 일을 그려볼 수 있게 안내한다. 프란치스코가 걸어온 길의 연장선상에서 ‘다양성’을 강조하는 쪽과, 보다 전통적인 교회의 ‘일치’를 중시하는 쪽 사이의 균열이 드러나고 가장 적합한 인물이 누구인지에 대한 논의가 치열해진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이미 시카고 출신의 로버트 프레보스트(레오 14세) 추기경의 가능성이 진지하게 검토되었다고 판단한다. 수도회 출신이고 상대적으로 소외되어온 남반구(페루)에서의 선교 경험과 교황청 내부의 행정 경험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 ‘미국’ 국적이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비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에 참석한 지 일주일 만에 교황 복장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AI로 생성해 소셜미디어에 게시하자 ‘미국인 교황’이 교회에 가져올 수 있는 여러 부담이 다시금 부상하기도 했지만, 결국 레오 14세는 성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냈다.
“추기경 중 80퍼센트는 콘클라베 참석이 처음이었다. 135명의 추기경 가운데 133명이 로마에 도착해 참여하게 됐으며, 이는 교회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크고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뤄진 콘클라베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임 기간 동안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지역들의 추기경을 발탁함으로써 (…) 밀라노, 파리, 로스앤젤레스 같은 도시들은 배제됐고, 남수단, 브루나이, 파푸아뉴기니, 통가처럼 이전에 추기경이 탄생하지 않았던 새 지역의 인물들이 발탁됐다.” _94쪽
트럼프와 전 세계, 진보와 보수, 교회와 세상…
‘다리를 놓는 사람(pontiff)’ 레오 14세가
“지금이야말로 사랑할 시간”이라고 말한 이유
본격적으로 레오 14세 교황을 파헤치는 3부에서는 미국인인 동시에 라틴아메리카에서 활동한 사목자이고 수도회의 영성과 바티칸의 행정을 모두 경험한 그의 다층적 정체성을 짚어본다. ‘다문화 용광로’와 같았던 시카고 남부에서 성장한 로버트 프레보스트는 어린 시절부터 학교·본당 활동에서 공동체에 대한 봉사 성향을 보였다고 기억된다. 저자는 이러한 바탕을 ‘분열을 완충하는 감각’의 배경으로 해석한다. 페루에서의 선교사 시절은 프레보스트 스스로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때라 회고하는 중요한 시기다. 기본적인 생활 여건이 갖춰져 있던 미국 중서부의 세계와 페루의 현실은 극명하게 대비됐지만 노동자 계층 출신이었던 프레보스트는 페루의 근면하고 소외된 서민들의 삶에 훨씬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이는 그가 전통적인 미국 가톨릭교회의 사목적 배경과는 사뭇 다른, 프란치스코의 ‘주변부’ 감각을 공유하는 인물임을 드러낸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현장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실용주의, 공동체적 의사소통 능력 등이 페루에서 정립되었다는 분석이다. 그의 페루 생활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부름으로 막을 내린다. 2023년 바티칸 주교부 장관으로 임명된 것이다. 전 세계 교회의 새로운 주교를 선발하는 부서의 장관으로 프레보스트가 선택된 것은 예삿일이 아니었다. 그는 중앙 행정조직인 바티칸에서 근무한 경험이 없었고, 타 대륙의 비교적 외딴 교구에서 사목 활동을 해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관료 출신보다 외부에서 온 사람, 새로운 시각으로 자신을 도와줄 사람을 원했다”고 프레보스트는 회고했다. 보다 중심의, 넓은 자리를 맡게 되면서 그는 행정·통치·조직의 언어를 습득하고 가톨릭 세계 전체를 보는 렌즈를 닦게 된다. 목자와 행정가 사이의 균형을 얻게 된 것이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러한 개인적 강점과 가톨릭교회의 역사적 요구에 힘입어 첫 발걸음을 뗐다. 2025년 5월 18일 교황 즉위 미사에서 그는 “우리는 여전히 너무나 많은 불화, 증오와 폭력, 편견과 다름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지구의 자원을 착취하고 가장 가난한 이들을 소외시키는 경제 패러다임이 빚어낸 수많은 상처들”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덧붙였다. “형제자매 여러분, 지금이야말로 사랑할 시간입니다(Brothers and sisters, this is the hour for love)!”
2027년 8월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WYD) 참석을 위해 역대 교황으로서는 세 번째 방한이 예정되어 있다. 《지금이야말로 사랑할 시간》은 평화와 평등이라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힘을 잃고, 전쟁과 기후 위기 같은 긴급한 글로벌 문제가 산적한 시대에 새 교황이 어떤 가치와 메시지로 미래의 새로운 구심점을 만들지에 대한 실마리를 준다. 프란치스코의 유산과 ‘교황 교체기’를 매우 신속하고 입체적으로 정리한 책인 동시에 콘클라베와 바티칸을 둘러싼 교회의 역동과 인류를 향한 영성을 동시에 읽게 하는 책이다.
“가톨릭교회의 제267대 교황으로서 레오 교황의 선출은 여러모로 극적인 대조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점잖은 미국인 교황와 호언장담하는 미국 대통령, 로마 교황청에서 불과 몇 년만을 보낸 바티칸의 외부인과 권력의 상징인 관료제, 소박한 페루의 사목자와 교황직을 떠올리게 하는 화려한 의식과 장엄함의 대조다.” _208쪽
목차
머리말
제1부 자유롭게 미래를 바라본 교황, 프란치스코
제2부 세상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선거의 내부
제3부 시카고에서 로마로
아들, 사제, 선교사, 목자
“일 파파 아메리카노!”
새 교황 시대의 서막
맺음말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2025년 5월 7일 133명의 추기경들이 시스티나 성당에 입장하기 전, 여러 추기경들은 나에게 이번 콘클라베가 적어도 60년 만에 가장 중요한 선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표현은 2013년 선출 직후, 그가 동성애자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의 뜻밖의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그의 대답은 전 세계에 울려 퍼졌다. “제가 감히 어떻게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Who am I to judge)?” (…) 누군가에게는 이 새로운 태도가 교회 전체를 뒤흔드는 위험 요소로 여겨졌으며, 그의 재임 내내 이어질 논쟁의 씨앗이 됐다.
공개적인 전쟁이 시작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12년에 걸친 재위 기간 동안 이러한 긴장 관계는 견고하게 유지됐다. 주로 영어권 출신의 추기경들과 주교들이 교황의 개혁 의제에 반복적으로 의심을 제기했다.
추천도서
분야의 베스트셀러 >
분야의 신간도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