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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72242114
· 쪽수 : 244쪽
· 출판일 : 2024-08-07
책 소개
목차
1. 하나님의 계획에 없던 일
2. 노숙자 제임스
3. 외계인 키안
4. 어설픈 작전
5. 승우, 승아
6. 운수 좋은, 쓸쓸한 하루
7. 갑, 을의 역전
8. 멋있는 또라이
9. 작전 재개
10. 소란
11. 마법 고물상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들에게는 특별한 능력이라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특기가 있었다. 그는 말도 없고 표정 변화도 없었다. 그것 때문인지 아들은 나이 서른이 넘었음에도 짝짓기에 단 한 번 성공한 경험이 없었다. 노력을 안 한 건 아니었다. 엄마의 성화에 태양계를 넘고 은하계를 넘어서 온갖 외계 종족의 여자를 만났었다. 아들의 엉뚱한 특기 덕분에 모두 실패했지만.
그런 아들이 조금 길게 말한 적이 있었다. 세 번째 특기를 개발한 날이었다.
“엄마, 생각을 하는 것보다 생각을 안 하는 게 훨씬 더 힘들어요. 근데, 저는 해내고 말았어요. 저는 이제 생각을 안 해요.”
제임스의 단골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게 된 사람은 다름 아닌 승우, 승아 형제의 엄마였다.
2년 전에 백수역 인근 아파트로 이사 온 승우 엄마는 싱글맘이었다. 남편은 9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남편 사후 의지할 곳 하나 없던 그녀에게 손 내밀어준 사람이 있었다. 특수한 이유로 보육원에 들어갔던 그녀가 그곳에서 함께 지내던 어떤 언니. 그 언니를 만난 뒤로 승우 엄마는 두 아이만 집에 남겨둔 채 밤늦은 시각에 출근하기 시작했다. 대출금만 갚고 그만두려고 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다행히 코로나 상황이 이어지면서 그녀는 유흥업소 일에서 손을 떼게 되었고 그 덕분에 승우와 승아의 얼굴이 밝아졌다. 어느새 5학년이 된 승우와 2학년인 승아가 엄마 앞에 앉았다.
승아가 웃으며 물었다.
“엄마, 정말 우리랑 같이 자는 거야?”
“그럼! 매일 매일!”
“저녁밥도 같이 먹고?”
“아침밥은 같이 안 먹을 거야?”
승아의 얼굴이 더없이 밝았다.
승우 엄마는 고물상 할망구와 눈이 마주치자 갑자기 딸꾹질하면서 어깨까지 들먹거렸다. 그 순간 승우 엄마는 투명 인간처럼 감쪽같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이를 보고 할망구가 놀라서 다리에 힘이 풀려버리고 말았다.
할망구가 자기 눈을 의심하면서 눈을 비비고 다시 뜨자 승우 엄마는 그대로 계산대 뒤에 있었다. 할망구는 헛것이 보이는 게 나이 탓이려니 했다. 할망구는 힘을 내어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뎠다. 할망구가 계산대 앞에 올 때까지 승우 엄마는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할망구가 입을 열었다.
“아이들 봤다. 애비 없이 기르느라 얼마나 맘고생이 많았을꼬.”
승우 엄마는 할망구의 한마디 말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승아, 세진이를 빼닮았더구나.”
남편의 이름을 들은 승우 엄마는 만감이 교차했다. 십 년 가까이 마음속에서만 맴돌던 이름이었다. 그 이름을 지금 자기 귀로 직접 듣고 나니 감정이 북받쳐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