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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테마문학 > 어른들을 위한 동화
· ISBN : 9791165398323
· 쪽수 : 250쪽
책 소개
목차
글쓴이의 말
1. 동전
2. 조용히 못 해! 모두 눈 감아!
3. 산
4. 누가바! 누가 봐!
5. 신발 찾기 Ⅰ
6. 신발 찾기 Ⅱ
7. 허세
8. 미소
9. 할아버지 선생님
10. 뗏목
11. 옥상, 그리고…
12. 의혹
13. 강아지
14. 목욕탕
15. 죄책감
16. 풍경
17. 죽음
18. 고추장
19. 웃음 실은 자전거
20. 겨울
책속에서
“야, 저게 뭐냐?” “….” “저기가 어디야?” “어디?” “저어어기! 저거 안 보여?” 수철이가 손을 뻗어 저 멀리 굴뚝을 가리켰다. “어, 저기? 굴뚝?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저거 평택화력발전소래.” 어떤 아이가 수철이처럼 손을 뻗어 검지로 굴뚝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이들 시선이 모두 그 아이의 손가락을 따라 멀리 굴뚝을 향했다. “얘들아, 조금만 가면 저기 화력발전소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수철이가 말했다. “저기 굴뚝까지?” “어.” “….” “굴뚝이 되게 가까운 것 같지 않냐?” “가까워 보이긴 해. …좀 가까운 거 같애.” “나는 굴뚝 바로 밑에서 어마어마하게 거대하고 높은 굴뚝을 올려다보고 싶다. 얼마나 높은지 얼마나 엄청나게 큰지 말이야.” 수철이는 굴뚝 바로 아래까지 가 보고 싶었다. “그것도 재밌겠다. 여기서도 저렇게 커 보이는데 바로 밑에서 올려다보면 어마어마하겠다! 헤헤.” 정철이가 맞장구쳤다. “조금만 가면 갈 수 있을까?” “한 시간이면 되겠는데!” “그럼 꾸물대지 말고 빨리 가자!”
냇가에 도착했을 때, 다행히 어제 모습 그대로인 통나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백과사전에 쓰인 대로 앞쪽과 뒤쪽에 긴 나무판을 대고 수철이가 못질을 시작했다. 서툰 망치질이라 못을 많이 박게 됐는데 덕분에 뗏목이 탄탄해진 것 같았다. 남은 나무판도 가운데다 대고 박아 버렸다. 그러고 물에 띄웠다. 신발을 벗고 수철이가 뗏목 위에 올라탔다. 출렁이지는 않았지만, 발이 살짝 물에 잠겼다. 그러나 겉으로 봐서는 그야말로 어제보다 훨씬 진화된 훌륭한 ‘뗏목’이었다. “수철아, 잠깐만 있어 봐. 나 어디 좀 갔다 올게.” “어디 가는데?” “금방 올게. 잠깐만 있어 봐.” 잠시 후, 영우가 어디서 금방 의자 하나를 주워 왔다. “수철아, 이거 뗏목 위에!” 수철이는 영우의 의도를 간파하고 뗏목 위에 의자를 놓고 거기에 앉았다. 물 위에 뗏목, 그 위에 의자 그리고 의자에 앉은 수철이! 완벽해 보였다. 영우는 어디서 긴 대나무도 가져왔다. 정말 완벽했다. 필요한 것들은 찾아보면 주변에 다 있었다. 영우와 수철이는 번갈아 가며 뗏목을 타고 놀았다. 대나무로 냇가 가장자리와 바닥을 밀며 뗏목을 조종했다. 그러나 너무나 완벽한 뗏목 놀이는 불과 이십 분도 지속되지 못했다.
옥상은 꽤 재미난 공간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 모양새를 마음껏 관찰할 수도 있었다. 수철이가 보고 있어도 지나가는 사람들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상대를 의식하지 않고 수철이는 맘껏 사람들을 지켜봤다. 그러면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옥상에서 내려다보면, 맨 먼저 사람들의 머리 위와 어깨가 눈에 들어왔다. 멀리서 걸어오는 사람이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과 옥상 바로 아래 서 있던 사람이 멀어져 가는 모양이 거리에 따라 각도가 달라지면서 흥미로웠다. 목욕탕 다녀오는 아줌마, 딱지치기하는 아이들, 재잘거리며 지나가는 고등학생 누나들, 골목에서 몰래 오줌 누는 술 취한 아저씨.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시간을 잊게 했다. 그러다 문득, 옥상이 아무리 재밌는 곳이라 해도 나무 꼭대기에 올라 바라봤던 풍경을 따라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 수철이 머리를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