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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중국소설
· ISBN : 9791185330600
· 쪽수 : 516쪽
책 소개
목차
Chapter 1 산과 들, 복숭아나무 그리고 왕잉잉
Chapter 2 야, 있는 돈 다 내놔!
Chapter 3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나?
Chapter 4 죽지 않는 소녀
Chapter 5 도시에는 얼마나 많은 불이 있을까?
Chapter 6 1,001부의 보험 증서
Chapter 7 보지 못했던 산과 바다
Chapter 8 물에 흘러온 소식, 바람에 실려 온 소리
Chapter 9 세상의 노을
Chapter 10 슬픔과 희망, 모두 한줄기 빛
Chapter 11 산속의 밤배
Chapter 12 구름 아래 사라진 사람, 달 아래 함께 먹는 밥
Chapter 13 결혼식
Chapter 14 외할머니의 트랙터
Chapter 15 섣달 그믐날 밤
Chapter 16 사랑해
리뷰
책속에서
사실 류스산은 기다리는 일에 익숙했다. 이 작은 진에서 뭘 기다리는지 알 수 없지만 늘 기다려왔다. 하지만 오늘은 누구를 기다리는지 류스산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여름방학 내내 돈을 내놓으라고 하던 그 여자아이는 오늘 오지 않았다. 아무리 기다림이 익숙하다 해도 기다리던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슬프게 마련이다. 그런 슬픔을 책에서는 ‘실망’이라고 했다. 나중에 어른이 된 뒤에야 류스산은 그보다 더 큰 슬픔인 ‘절망’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 순간 류스산의 머릿속에 지난 2년 동안의 수많은 아침 풍경이 떠올랐다. 그 수많은 아침마다 그는 학교 입구의 정류장에서 무단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안개가 아직 걷히지 않은 아침, 그녀는 그 안개 속의 차에서 뛰어내려 그에게 사뿐사뿐 걸어왔다. 그는 어떻게 된 거냐고 한 번도 묻지 않았다. 어쩌면 학교를 다니며 밤새 일하는 것일 수도 있고, 친구 집에서 자거나 근처에 친척집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괜히 물어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문득 그 많은 아침에 자신이 왜 묻지 않았는지 깨달았다. 사실 그는 무단의 눈빛에서 ‘나한테 아무것도 묻지 마’라는 말을 읽었던 것이다. 만약 물었다면 다시는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우리 진에선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 빛난다고 믿어. 근데 하늘에 있는 영혼은 나중에 집으로 돌아올 때 길을 잃고 산에서 떠돌기 쉽다는 거야. 그래서 윈벤진에선 장례를 치를 때 가족과 마을 사람들이 산길을 따라 산꼭대기까지 등롱을 달아. 영혼이 집으로 돌아오는 방향을 찾을 수 있게 말이야.”
류스산이 자세히 설명해줬다. 청샹은 그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으며 등롱을 켠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등롱의 불이 흔들리더니 어둠 속에서 한 점 한 점 불빛이 서서히 꿈틀대며 숲이 빽빽한 산속에 작은 길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