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초 5

놈은 예리한 면도날 끝을 오른팔 팔뚝 위에 얹었다. 놈은 왼손잡이였다. 오른팔에 이미 칼자국 흉터가 여러 곳에 흉하게 길게 나 있었다. 관광객들과 마을 사람들은 숨소리 하나없이 놈의 칼끝에 눈동자를 집중시키고 있었다.
놈은 여전히 비웃음을 입꼬리에 물고 인범을 노려보며 칼날을 살갗에 박고 지그시 눌렀다. 예리한 칼날 끝이 살을 파고들면서 칼끝에 피가 묻어 나왔다. 놈은 힘을 주고 천천히 긋기 시작했다. 칼날이 살을 파고들면서 새빨간 피가 실뱀처럼 묻어나왔다. 아래로 흐르던 피가 팔꿈치에 고이더니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고 있었다. 땅에는 붉은 피가 죽음을 재촉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