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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85687018
· 쪽수 : 408쪽
· 출판일 : 2014-03-20
책 소개
목차
1권
1막)
아랫집 모차르트, 윗집 살리에리
내가 누군지 알면 넌 놀랄까?
Love chain
밥 주는 손을 무는 개
This was not a part of the plan
1타 2피
카논 변주곡
See you again
2막)
새로운 시작
변한 그 녀석
아무나 도시락
새로운 아르바이트생
은혜 갚은 라면
익숙한 터치와 익숙하지 않은 터치
태풍
진실
2권
3막)
서른하나
첫사랑
행복과 불행
폭발
데자부
바람이 분다
여자 A와 남자 B
선
고백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Case by case
체증
심장이 하는 말
연애
믿지만 불안해요
Out of focus
31th Birthday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무슨 얘긴데.”
“여자 A와 남자 B가 있어.”
풋, 하고 웃으며 은혜가 물었다.
“A? B? 무슨 가십난에 실린 연예인 얘기야?”
“나 그냥 얘기하지 말까?”
은영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입을 다문 은혜가 계속 말하라는 듯 손가락을 휘저었다.
“둘은 20대를 훌쩍 넘긴 성인이고, 오랜 친구 사이야. 이성적인 감정이 전혀 없는 그런 사이. 그런데 어느 날 남자 B의 첫사랑인 여자 C가 나타난 거야.”
“언젯적 첫사랑?”
“한 10년 전쯤의 첫사랑. 우연히 여자 A와 첫사랑 C가 남자 B의 집 앞에서 마주쳤는데, C가 대뜸 A한테 B랑 오래된 친구라도 거리를 지켜 줬으면 좋겠다 그러는 거야. 첫 만남에.”
“내 남자 옆에서 꺼져라, 뭐 그런 선전 포곤가?”
“네가 듣기에도 그렇게 들리니?”
“응. 그런데 B랑 C랑은 사귀어?”
은혜의 질문에 은영은 고개를 갸웃거리다 대답했다.
“아직 사귀는 거 같진 않은데.”
“그럼 좀 오버했네, C가.”
“그래. 그렇지?”
은영이 반색을 하고 은혜 쪽으로 당겨 앉았다. 은혜는 여전히 매니큐어를 칠하느라 구부려 앉은 상태로 말을 이었다.
“갑자기 나타나서 첫 대면에 그러면 좀 황당하지. 아직 사귀는 사이도 아니라면서. 그런데 난 C의 마음도 이해는 가는데.”
이마에 미끈거리는 클렌징크림을 펴 바르던 경쾌한 손길이 우뚝 멈췄다.
“뭐가 이해가 가?”
은혜는 고개를 숙여 후후 발톱 위로 입바람을 불다가 얼굴을 들었다.
“언니는 제대로 된 연애를 못해 봐서 모르겠지만, 만약 언니가 C의 입장이라고 생각해 봐.”
은영은 그 잘난 김규리의 입장 같은 건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언니한테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다고 쳐. 그런데 그 남자한테는 오랜 이성 친구가 있어. 아, 물론 둘은 친구일 뿐이야. 이성의 감정은 전혀 없고. 하지만 언닌 그 여자가 신경 쓰일걸? 애인인 나보다 더 오래 내 남자 옆에 있었던 여자. 그의 과거, 습관, 취향을 나보다 더 잘 아는 여자. 가족도 아니고, 생판 남인 여자가 나보다 내 남자와 더 가깝다는데 어느 여자가 기분이 좋겠어?”
아주 얄미운 표정으로 역지사지 정신에 대해 말하고 있는 은혜에게 은영은 신경질 나게 차마 아니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그 관계에서 여자 A가 자신의 처지를 확실히 자각해야 한다고 봐. 뭘 어쩔 건데? 그 남자더러 자기랑 그 여자 중에 한 사람만 선택하라고 할 거야? 그건 자칫 오랜 우정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짓이야.”
은혜는 얼굴에 클렌징크림을 펴 바르다 말고 손 놓고 앉아 있는 은영을 흘끔 쳐다보고는 마지막 새끼발톱에 매니큐어를 칠하기 시작했다.
“혹시 A가 B를 좋아하고 있었던 거 아니야?”
“그건 아니고.”
정신이 번쩍 든 얼굴로 은영이 손사래를 치며 서둘러 대답했다.
“그럼 뭐야? 내 남자도 아닌데 남 주기는 아깝다는 못된 심보야? 차라리 그런 거 신경 쓰고, 스트레스 받을 시간에 여자 A도 자신의 인생과 남자를 찾는 게 더 생산적이지 않겠어? 어차피 우정은 우정이야. 평생 같이 살 내 남자가 아니잖아.”
은영은 천천히 몸을 돌려 화장대 거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기계적인 동작으로 클렌징크림이 거의 닳아 없어질 때까지 계속 얼굴에 펴 발랐다.
“그런데 그건 누구 얘기야? 혹시 A가 언니 아냐? 그러면 B는 준혁 오빤가? 그럼 C는 누구야? 준혁 오빠 첫사랑이 나타났어?”
은영은 벌떡 일어나 막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매니큐어가 칠해진 열 발가락을 보고 있던 은혜를 일으켜 세웠다.
“뭐, 뭐 하는 거야?”
“이제 볼일 다 봤으니 나가.”
은영은 은혜의 가슴에 쿠션을 안겨 주고 문 밖으로 끌어냈다.
“언니!”
닫힌 문 너머에서 씩씩거리는 은혜의 목소리를 들으며 문에 등을 기대고 선 은영은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