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6111758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0-01-30
책 소개
목차
제1부
사람에게만 있는 것·11
나는 생선 같아서·12
사람을 잃다·14
봄의 관찰 1·15
봄의 관찰 2·16
유월 1·18
유월 2·20
숨은그림찾기·22
즐거운 요리·24
내 안의 말·26
하산(下山)·27
새벽 두 시·28
첫눈·30
황태덕장·31
돌 속의 나무·32
제2부
또 다른 이름·35
서서 먹는 밥·36
지방근무·38
오마주(hommage) 1·39
오마주(hommage) 2·40
아버지의 바람 1·42
아버지의 바람 2·44
사직서를 쓰며·45
물맛이 쓰다·46
순댓국을 먹는 아침·47
올라가기·48
질경이꽃·49
주말부부·50
도마 위의 여자·52
반시(盤柿)·53
제3부
고장 난 다리·57
사마귀·58
안산역에서·59
멸치는 죽어서도 떼 지어 산다·60
바람의 촉을 깎다·62
유연한 혹은 딱딱한·64
남태령·66
호두호밀햄치즈샌드·68
꿈, 길마중·69
가을이 내게로 왔다·70
단편으로 읽는 하루·72
나의 감옥·74
적인가 사랑인가·76
오늘·77
그 여자의 방·78
제4부
틈·83
연필을 깎다·84
면도기를 파는 점원·86
강철 불꽃·87
실제상황·88
장마가 시작될 때·91
바다꽃·92
껍데기의 숲·94
빨래를 하며·96
오십 번째 집들이 초대장·98
박쥐·99
밤마다 윗집이 궁금해진다·100
벽·102
전봇대·103
즐거운 상상·104
해설│정윤천·105
시인의 말·119
저자소개
책속에서
유서 같은 시를 써서 내밀어도
아내는 모른다
내 시를 모른다 아내는
시 속에 숨어 있는 메타포(metaphor)를 모른다
내 몸에 쌓여 있는 시체 같은 언어들의 죽은 모래 무덤을 모른다
아무것도 모른다 알려고 하지도 않는 아내는
그러나 월급날은 귀신같이 안다
신용카드 결제일은 절대로 잊어먹지 않는다
신인상 상패가 며칠째 방바닥에 굴러다녀도
수년 동안 시 한 편 쓰지 않고 살아도
아내는 나에게 요즘 어떻게 사냐고 물어보지 않는다
시 한 편 벌어 오라고 바가지조차 긁지 않는다
시보다 재미있고 맛있는 게 너무도 풍부한 시대
시인이 된다고 덤비는 것은
언제든지 굶어 죽어도 좋다고 선언하는 것
죽어서도 시를 쓰겠다는 형벌까지 감당하는 것
시집 한 권 만든다고 퇴직금 통장 내놓으라는 요구보다
시 한 편 값이 백 원도 안 되는 단가의 참혹한 현실이 알려지면 끝장이다
주말 멜로드라마를 뚫어지게 응시하며 멸치 대가리를 떼어내는
아내의 조용한 손놀림은
내게서 나의 시들을 완전히 분리시킨 다음
나의 육체만 사용하고 언어는 모두 수거해 버릴지도 모르는 일
멸치는 죽어서도 떼 지어 사는데
나의 언어들아!
뜨겁게 끓다가도 한순간 식어서 맛없는 세상이 될지라도
육수보다 진하고 깊은 국물이 되어 보자
뚝배기처럼 뜨거운 한술 밥 누군가를 적셔주기 위하여
자글자글 지글지글 끓어 넘쳐 보자
―「멸치는 죽어서도 떼 지어 산다」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