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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좋은부모 > 특수교육
· ISBN : 9791186314104
· 쪽수 : 187쪽
· 출판일 : 2025-10-31
책 소개
- 김성남 편집인 / ㈜쌤스토리 대표이사
<거북이의 꿈, 날개를 찾아>를 읽기 전에
이 책의 제목이 시사하는 바는 묵직하다. '거북이'는 속도 지상주의 사회에서 뒤처진 존재, ‘정상’의 궤도에서 이탈한 존재로 낙인찍힌 우리 곁의 발달장애인을 상징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찾는 '날개'란 무엇인가? 혹자는 이 날개를 장애의 '완치'나 '극복'이라는 기적의 동의어로, 장애가 마법처럼 사라지는 순간으로 해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발달장애지원전문가포럼이 엮어낸 이 책은, 그러한 통념과 헛된 기대를 첫 장부터 날카로운 언어로 부수는 데서 시작한다.
이 책은 "괜찮아질 거예요"라는 막연하고 감상적인 위로를 건네는 대신, 발달장애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오랜 편견과 잘못된 신화를 정면으로 해체한다. 그리고 그 해체된 자리 위에서 '치료'라는 좁은 프레임을 버리고 '삶'이라는 본질 그 자체를 직시하라고 단호하게 선언한다.
<거북이의 꿈, 날개를 찾아>는 21개의 조각난 이야기의 파편이 아니라, 발달장애인에게도 가능해야 할 '존엄한 삶'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발달 초기부터 성인기의 자립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촘촘하게 직조해낸 하나의 거대한 태피스트리(Tapestry)다.
'완치'라는 신기루를 걷어내다
이 책의 가장 도발적이며 핵심적인 미덕은 1장, "'완치'라는 이름의 희망고문"에 담겨 있다. 저자들은 자폐를 '고쳐야 할 병'으로 규정하고, 과학적 근거가 희박한 치료법에 매달리는 현실을 '희망고문'이라는 강력하고도 직설적인 언어로 비판한다. 이는 단순히 특정 치료법 몇 가지를 비판하는 것을 넘어, 발달장애를 '비정상'과 '결함’의 프레임으로만 바라보는 우리 사회 전체의 시선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책은 '완치'라는 신기루를 좇는 과정이 당사자와 가족의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 냉철하게 고발한다. 이는 단지 막대한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더 심각한 것은 그 과정에서 아이와의 관계가 '치료사와 클라이언트'의 관계로 변질되고, 부모는 '감독관'이 되어버리는 정서적 파탄이다. 그사이 정작 아이의 성장에 필요한 의미 있는 상호작용, 즉 '지원'의 골든타임은 속절없이 흘러가 버린다.
이 책을 읽는 독자가 부모라면 이 대목에서 가장 큰 고통을 느낄 수 있지만, 동시에 가장 큰 해방감을 느낄 부분이기도 하다. '고쳐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순간, 비로소 우리는 아이를 '교정의 대상'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한 인간으로 바라볼 수 있는 첫걸음을 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 행동'은 '절박한 소통'의 시도이다
'완치'의 신화가 걷힌 자리에서 책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단단하게 세우는 기둥은 바로 '소통'이다. 특히 6장 “의사소통은 교육의 목표가 아니라 권리”와 7장 “말을 할 수 없다고 하고 싶은 말이 없는 것이 아니다”는 이 책의 심장과도 같다. 단순한 기술(skill)이 아닌, 인간의 기본권(right)으로서의 의사소통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저자들은 우리가 흔히 '문제 행동' 또는 '도전적 행동'이라 부르는 발달장애인의 행동의 본질을 파고든다. 16장에서 다루는 '자기결정, 의사소통, 행동의 삼각관계'는 이 책의 핵심 논리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자신의 욕구와 의사를 표현할 적절한 방법을 갖지 못한(의사소통의 부재) 사람이, 자신의 삶에 대한 최소한의 결정조차 스스로 내릴 기회마저 박탈당할 때(자기결정의 부재), 그가 존재를 증명하고 세상을 향해 무언가를 요구할 수 있는 유일한 표현 방식이 바로 우리가 '문제 행동'이라 부르는 절박한 몸부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독자에게 '행동 수정'이라는 기술적 접근 이전에, 그 행동 이면에 숨겨진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강력하게 요구한다. 말을 할 수 없는 중증 자폐인의 침묵 속 외침(4장)을 해독하려는 노력, 그것이 바로 이 책이 제시하는 '지원'의 출발점이다.
'어떻게'의 구체성: 전문가와 부모가 함께 쓴 실천 매뉴얼
이 책이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강력한 힘을 갖는 이유는, 저자들이 교육과 복지와 인권 현장의 최전선에 있는 '실천가'들이기 때문이다. 특수교사, 연구자, 활동가, 그리고 무엇보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가 직접 쓴 글은 뜬구름 잡는 이상적인 이론이 아니라, 각자의 현장에서 피와 눈물로 체득한 구체적인 '어떻게'를 담고 있다.
아이의 세상에 접속하는 6가지 열쇠(9장), 중증 학생을 위한 교육의 9가지 원칙(10장), 존중에 기반한 훈육의 원칙(12장), 심지어 위기 상황에서 신체적 개입 없이 상대를 진정시키는 10가지 비물리적 전략(13장)에 이르기까지, 책의 상당 부분은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침들로 채워져 있다. 이는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수년간 축적된 생생한 고민과 토론의 결과물이기에, 더욱 현실적이고 피부에 와닿는다.
특히 8장 '발을 밟지 않고 함께 춤을 추려면'은 부모와 전문가라는, 가장 긴밀해야 하지만 가장 갈등하기 쉬운 두 주체가 어떻게 서로의 발을 밟지 않고 파트너로서 협력해야 하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을 담고 있기도 하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 헤어질 결심이 필요한 이유
이 책이 기존의 육아/교육 안내서와 또 다른 지점은 바로 그 '시선의 길이'에 있다. 이 책은 유아기나 학령기에 머무르지 않고, 한 사람의 생애 전체, 즉 '요람에서 무덤까지'(14장)를 집요하게 조망한다. 이 긴 시선은 독자에게 당장의 문제 해결을 넘어, '궁극적으로 어떤 삶을 함께 만들어갈 것인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20장 '장애 자녀의 평생 설계하기'와 21장 '헤어질 결심'은 이 책의 가장 묵직하고도 중요한 결론부이다. 저자들은 부모들에게 '자식보다 하루 더 살고 싶다'는 비장한 각오와 무한 책임의 굴레 대신, 부모가 없어도 자녀가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건강하게 헤어질 결심'을 하라고 역설한다.
이는 결코 자녀를 포기하거나 방치하라는 뜻이 아니다. '돌봄'의 주체에서 '자립'을 지원하는 조력자로 부모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부모라는 개인의 힘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하는 것이기도 하다. '찬 둥지'를 떠나지 못하는 부모의 불안(21장)을 직시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립이라는 '의존할 곳을 선택할 수 있는 상태'(19, 21장)를 만들어가야 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이는 부모를 위한 결심이자, 자녀의 존엄한 삶을 위한 가장 궁극적인 책임의 표현이다.
발달장애 가족과 관련 종사자, 정책 수립 관계자들은 모두 이 책을 '먼저' 읽어야 한다.
<거북이의 꿈, 날개를 찾아>는 발달장애라는 렌즈를 통해, 우리 사회가 '인간의 존엄'과 '함께 사는 삶'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묻는 날카로운 질문지이다.
독자가 만약 이제 막 아이의 진단을 받고 길을 잃은 부모라면, 이 책은 당신의 죄책감을 덜고 '치료'의 압박에서 벗어나 아이의 '삶'에 집중할 수 있도록 관점을 교정해 줄 것이다. 만약 당신이 교사나 재활과 복지 전문가라면, '교육'이나 '치료' 또는 ‘기능 향상’의 이름으로 당사자의 '목소리'를 억압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성찰하는 날카로운 거울이 될 것이다.
거북이에게 필요한 '날개'는 기적적인 치료가 아니었다. 그것은 '말할 수 없어도 하고 싶은 말이 있음'을 끝까지 믿어주는 적극적인 소통의 노력, '문제 행동'이라는 눈앞에 벌어지는 현상 너머의 '메시지'를 읽어내는 눈, 그리고 발달장애가 있어도, 그 장애가 심해도 누려야 하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지키는 '지원'이라는 이름의 단단한 버팀목이었다. 이 책은 그 날개를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자고 손을 내미는, 2025년 한국 사회에 도착한 가장 절실하고도 실천적인 '공동체 선언문'이다.
목차
들어가는 글
제1장 '완치'라는 이름의 희망고문
제2장 '당신'의 삶이 아닌 '나'의 삶
제3장 자폐아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알까?
제4장 중증 자폐인의 목소리가 들리시나요?
제5장 아이를 비추는 거울, 부모의 마음
제6장 의사소통은 교육의 목표가 아니라 권리
제7장 말을 할 수 없다고 하고 싶은 말이 없는 것이 아니다
제8장 발을 밟지 않고 함께 춤을 추려면
제9장 아이의 세상에 접속하는 여섯 가지 열쇠
제10장 중증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의 9가지 원칙
제11장 학교는 발달장애 학생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가?
제12장 자폐 아동 훈육의 중요한 원칙들
제13장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비물리적 진정 전략
제14장 요람에서 무덤까지, 생애주기별 지원의 틀
제15장 손님이 아닌 삶의 주인으로: 능동적 지원에 관하여
제16장 자기결정, 의사소통, 행동의 삼각관계
제17장 발달장애인의 '직업'에 관한 새로운 상상
제18장 우리 동네 탐험가, 지적인 재현씨
제19장 함께이기에 가능한 걸음
제20장 장애 자녀의 평생 설계하기
제21장 헤어질 결심: 발달장애인 부모의 노후 준비
저자소개
책속에서
"우리의 목표는 ‘완치’가 아닙니다. 아이가 자신의 모습 그대로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아이를 ‘정상’의 궤도에 올려놓으려는 부모의 모든 노력은, 결국 아이와 부모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길이었습니다. 부모는 ‘치료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아이의 가장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야 합니다."
"조기 개입의 목적은 아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세상과 소통하는 즐거움을 알게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도전적 행동은 ‘문제 행동’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의 의사, 욕구, 거부를 표현할 유일한 수단을 박탈당한 이들의 가장 절박한 ‘의사소통 시도’입니다."
"우리는 그 행동을 ‘제거’하려 애쓸 것이 아니라, 그 목소리를 ‘들을’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AAC(보완대체의사소통)는 단순한 보조 기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한 인간의 목소리를 되찾아주고, 당연한 권리를 누리게 하는 ‘인권’의 도구입니다."
"우리가 ‘가르치지 못하는 것’이지, (발달장애) 학생이 ‘배우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