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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91186419274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16-12-15
책 소개
목차
머리글
세 번 구부렸다 펴서라도
꼭
담쟁이
괴나리봇짐을 진 아이
성곽의 건너편
부길이 이야기_아버지의 심부름
대패를 찾아서
부길이 이야기_나뭇잎 성
주먹밥과 쿠키
세 번 구부렸다 펴서라도
그건 꿈이야
왠지 끌려
부길이를 만나고 싶어
아빠를 말려야 해
내 마음속의 마을
리뷰
책속에서
아버지가 장안문을 떠날 무렵에 도편수 어른은 새로 그린 성곽의 설계도를 보고 있었다.
“어떤가?”
아버지는 손가락으로 짚어 가며 요모조모 살펴보았다.
“멀리 놓고 보게나.”
도편수 어른은 지도를 벽에 붙이고 성곽의 전체 모양을 한눈에 보라고 했다.
그제야 아버지는 성곽을 다시 보게 되었다.
“어르신…….”
아버지와 도편수 어른의 눈이 마주쳤다.
“그렇지?”
도편수 어른은 밑도 끝도 없이 물었다.
“여기는 박 서방네 마당, 저기는 김 서방네 헛간, 뒷간, 이 마음 저 마음 다 헤아리고 이런 모양이 나왔구먼, 하하하.”
도편수 어른은 흡족하게 웃었다.
“나는 이 성에서 사랑의 마음과 함께 자유와 여유로움이 느껴지네.”
아버지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성 이름이 뭡니까? 제가 보기에는 나뭇잎을 닮아서 나뭇잎 성이라고 지어야 할 것 같습니다만…….”
“어허, 나뭇잎 성이라.”
도편수 어른은 입속으로 ‘나뭇잎 성’을 읊조렸다.
“그럼 부길이를 만난 그 소나무가 있는 곳이 네 마을이야?”
정아는 내가 만든 마을에 관심이 많았다.
“응.”
“그럼 네 마음은 늘 화성에 와 있겠구나. 그 소나무 옆에 말이야.”
정아는 자기도 멋진 나무 하나 정해야겠다고 덧붙여 말했다. 예슬이는 그런 마을을 만들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마치 이미 그런 마을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방실방실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넌 이제부터 나뭇잎 성의 성주가 되는 거야. 성의 주인 말이야.”
성의 주인, 예슬이가 선물처럼 나에게 ‘성의 주인’이라는 호칭을 만들어 주었다. 내가 주인이 되다니. 언제나 시키는 것만 해서 ‘나에게 생각이나 마음이 있긴 한 걸까?’ 하는 의문이 든 적이 많았다. 그런 내가 주인이 된다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
어느 덧 버스는 장안문에 닿았다. 장안문 정류장에서 내린 우리는 장안 공원으로 들어갔다. 늦은 오후, 나무들은 그림자를 길게 늘여 화성에 걸치고 있었다. 화성은 자기에게 드리워진 느티나무, 자귀나무, 단풍나무 그리고 또 다른 많은 나무들을 모두 품어 주었다. 화성의 든든한 가슴 안에는 내 소나무도 있었다. 나는 정말로 이 성의 주인이 된 듯 나무들 사이로 뚜벅뚜벅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