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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86419786
· 쪽수 : 168쪽
책 소개
목차
그리운 학교
달팽이서당
미쓰비시 줄집
배달꾼
깍두기 형
기차와 아야코
야학
이상한 모임
다시 만난 아야코
소원
심부름
아, 조병창
사라진 팔
핏줄
굿바이, 미쓰비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날이 더워서 그런지 줄집 밖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다. 얼마 전까지 히로나까 공장에 다니는 노동자들이 사는 곳이라고 해서 히로나까 줄사택이라고 불렸지만 이제는 미쓰비시 줄사택으로 바뀌었다. 공장이 미쓰비시로 넘어갔기 때문이었다. 아 이들은 집이 줄줄이 붙어 있다고 해서 줄집이라고 불렀다. 줄집에 사는 노동자들은 이곳 너른들이 고향인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다른 고장에서 강제 동원되어 온 사람들이라고 한다. 일본이 벌이고 있는 전쟁터로 끌려갈까 봐 그것을 피해서 온 사람도 있다고 한다.
“우리 아버지는 기계 설계를 잘해서 이곳에 오게 됐어. 근데 아버지가 그러는 거야. 여기는 미개한 곳이니 함부로 여기 사람과 어울리면 안 된다고. 또 어디를 가든 대일본 제국의 국민임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고도 했지. 근데 나는 그런 것이 모두 이해가 안 돼. 나는 어린아이인데 왜 조선 어른들이 내 앞에서 굽실굽실 고개를 숙이지?”
“너는 일본 사람이잖아.”
“왜 그래야 하는데? 조선 사람은 일본 사람의 노예가 아니잖아.”
“노예?”
인수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른들이 주고받던 말이 생각났다. 식민지가 되었으니 우리는 다 노예가 된 거라는 말. 그때는 그 말을 신경 쓰지 않고 들었다. 인수와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은 다 똑같은데 왜 일본 사람은 위에 있고, 조선 사람은 아래에 있어야 하는 거지?”
“미쓰비시는 조병창 바로 길 건너 맞은편에 있어. 미쓰비시는 조병창을 도와주는 하청 업체야.”
“하청 업체?”
“조병창에서 시키는 대로 필요한 걸 만드는 공장. 넌, 내가 무기를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영삼 형이 말을 얼버무렸다.
“그럼 형은 뭘 만들어?”
“철판. 총알을 막을 수 있는 특수한 철판이라나 뭐라나.”
“총알을 막는 철판이라고! 그럼 무기보다 훨씬 더 센 거잖아!”
인수의 말에 영삼 형이 피식 웃었다. 이번에는 영순 누나가 말했다.
“군수 공장에 다니면 다 무기를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 조병창 안에는 철저히 계급이 나뉘어져 있어. 조선 사람과 일본 사람으로. 조선 사람은 가장 기초적인 것만 만들고, 세세하고 중요한 일은 모두 일본 사람이 해. 일본 사람은 무기 만드는 방법을 조선 사람에게 절대로 알려 주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