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외국 역사소설
· ISBN : 9791186634332
· 쪽수 : 376쪽
· 출판일 : 2015-10-15
책 소개
목차
33p 담력의 소재所在
57p 야시로의 계산
76p 소심소의小心小義
94p 탄로
118p 아내의 입장
1345p 심판자
152p 서전緖戰
187p 아버지 도깨비, 아들 도깨비
125p 결전 전야決戰前夜
240p 지략과 전략
262p 결전
277p 두 번째 와신상담
295p 겨울의 아야메
326p 소나기 구름
345p 낙뢰
365p 부록
책속에서
지난날 새끼줄 띠를 두르고 참외를 먹으면서 진흙 속을 달리던 킷포시가 마침내 우다이진이 되어 이 높은 망루에 올라 마음껏 전망을 즐기게 되었다. 그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싸우고 얼마나 많은 인명을 빼앗아왔을까... 지금의 그에게 이를 회상케 한다면 지나치게 잔인한 일일까. 이세의 나가시마, 에치젠의 카가 일대에 걸친 잇코 종도만 해도 족히 5만은 죽였다. 혁명이란, 이렇듯 무참하게 사람의 피를 흘리게 하지 않고는 달성되지 않는 것일까…….
잠자리에 들어가서도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아침이 되자 비가 오기 시작하여, 줄곧 하늘에서 천둥이 요란스럽게 울렸다. 그 무렵부터 이에야스의 베개는 흥건히 젖기 시작했다. 갖가지 상념의 왕래를 초월하여 이윽고 자식의 가엾음만이 바작바작 온몸을 죄어오는 것이었다. ‘사부로 녀석, 어째서 너는 좀더 조심스럽게 살지 않았느냐?’ 내 자식의 사랑에 환장하여 여기서 노부나가와 무모한 일전을 벌인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그런만큼 다시금 분통이 온몸의 피를 소용돌이치게 하는 것이었다.
우리로서는 그날 밤 혹시 남아 있던 적이 역습을 가해오지 않을까 하여 새벽까지 세 번이나 성안을 돌아보았다. 그때마다 자기는 무장으로서는 아직 겁이 많고 이것저것 너무 많이 생각하는 기질이 아닌가 조금 염려스럽기까지 했다. 그 이튿날 성안으로 이에야스를 맞이하고 나서야 자신의 마음을 납득할 수 있었다. ‘당연히 그래야만 했다…….’ 서둘러 깔게 한 본성의 다다미 위에서 쿠하치로와 대면했을 때의 이에야스 역시 전승의 기쁨과는 거리가 먼 표정이었다. 이에야스는 잘 지켜주었다고 침통한 표정으로 쿠하치로의 노고를 치하했다. “이것으로 오다 님에게 큰 빚을 지게 되었어. 언젠가는 그 빚을 갚으라고 할 테지.” 낮게 중얼거리고 쿠하치로의 마음을 빤히 들여다보는 듯한 깊은 눈으로 미소를 지었다가 곧 그 미소마저 거두고 말았다. 전쟁은 이것으로 끝난 게 아니다……. 바로 그래서 쓸쓸함을 씹어삼키고 있는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