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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86907351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16-02-29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
2.
3.
4.
5.
6.
7.
8.
9.
10.
11.
12.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네가 여기가 어디라고 와?”
“왜? 난 오면 안 되는 자리야?”
“불과 한 달 전까지 넌 나와 결혼을 이야기하던 여자라고! 제정신이면 내 결혼식에 오면 안 되는 거 아니야?”
너무나 당당한 찬수의 태도에 기가 막혀 헛웃음이 났다. 서희는 이를 악물고 찬수를 향해 말했다.
“그 입 닥쳐! 그리고 이 손 놔.”
“조용히 있다가 돌아가는 게 좋을 거야.”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거야? 드라마를 많이 본 거야? 너 같은 인간……, 취미 없어. 그러니까 괜한 걱정할 것 없어. 손이나 놔줘. 누가 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한껏 빈정대는 서희의 말투에 약이 바짝 오른 찬수는 두 번 생각지도 않고 그녀를 향해 손을 번쩍 들었다.
“무슨 짓입니까?”
뜬금없이 끼어든 목소리에 두 사람 모두의 시선이 뒤를 향했다.
“어? 병원장님!”
“그 손부터 내리시죠.”
“아, 그게…….”
한규의 단호한 표정과 목소리에 한껏 주눅 든 찬수가 얼른 들어 올린 손을 내렸다. 그리고 새빨간 손자국이 나도록 쥔 서희의 손목을 멋쩍게 놓아주었다.
“병원장님 오셨습니까?”
“고 선생, 맞나요?”
조금 전, 그녀를 향했던 거센 말투와 행동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공손한 태도로 그를 향해 인사했다. 그에 반해 한규는 정중했지만, 목소리에는 날이 서 있었다.
“예, 병원장님. OS 레지던트 4년 차, 고찬수입니다.”
“지금 내 여자와 뭐 하던 중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네? 그게 무슨…….”
상이 그룹의 실질적 후계자인 한규의 입에서 서희를 자신의 여자라 칭한 것에 놀란 찬수는 말까지 더듬으며 그와 그녀를 번갈아 보았다.
한규의 말에 놀라기는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뒤쪽에 선 그를 돌아보자, 그는 당연한 듯이 그녀의 어깨 위에 팔을 올리며 당겨 안았다.
“조금 전 일은 기억하겠습니다. 고찬수 선생.”
한규는 찬수를 향해 경고의 의미를 담은 한마디를 내던졌다. 누군가와 몸이 닿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하는 그녀는 한규의 옆구리와 어깨에 밀착된 몸을 빼내려 움찔거렸다. 그러면서도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선 찬수의 얼굴을 보니 속이 시원하긴 했다. 병원장의 노여움을 산 찬수는 돌아서는 그들을 향해 90°로 몸을 접어 인사했다.
조금이라도 많이 가진 자에게는 비굴할 만큼 약한 모습을 보이는 찬수가 한심해 보였다. 그녀는 한규가 이끄는 대로 잠시 그 자세 그대로 자리를 옮겼다. 다행히 찬수와 함께 있던 자리는 인적이 없던 곳이라 한규와의 실랑이를 본 사람은 없었다.
“감사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어깨를 감싸고 있는 한규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는 품속에서 빠져나오려 했다. 그러나 서희의 생각과는 달리 그는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조금 전 내 말은 진심이었어.”
“네?”
“감사할 거 없어. 너에 대한 권리는 내가 갖겠다고 했어.”
“네?”
서희는 어이가 없었다. 뜬금없이 나타나 뜬금없는 말을 해 대고 있는 한규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지 빤히 올려다보았다. 한규는 서희가 그러거나 말거나 무심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그렇게 볼 거 없어. 넌 이제 내 거라고.”
“농담이 지나치시네요. 이 손 놔주세요.”
새치름한 표정으로 어깨에 둘러진 한규의 팔을 힘껏 밀어냈다. 하지만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는 그는 더욱 힘을 주어 품에 당겨 안을 뿐이었다.
“농담? 재미있군. 네게 두 번째 삶을 가져다 준 나야. 나를 믿고 한 번쯤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야.”
그녀는 어깨에 둘러진 그의 팔을 있는 힘껏 밀어냈다. 힘을 풀지 않던 그가 그녀의 반응이 매우 흥미롭다는 듯 팔을 내려 주었다.
“자존감이 하늘을 찌르는군요. 세상 모든 것이 발 아래로 보이시겠지만, 저는 빼 주세요. 친히 베풀어 주신 그 기회는 정중히 사양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생각할 시간을 주지. 다만, 당연히 받아들이게 될 일로 서로 힘 빼지 말자고. 3일이야. 잘 생각해 보도록 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