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도 이끼가 낀다

1 한 뼘의 시간

털실바구니 012
엄마는 부재중 014
냉정한 제왕 016
황금잉어의 서식지 018
0지대 020
회전초밥 022
100번째 내가 전송되었다 023
김구름 024
낙타의 후예 026
한 뼘의 시간 028
창밖의 풀잎은 뿌리를 이해하고 030
오독오독 씹히는 誤讀 032
水葬 033
팽나무 034
도시는 모두 노선으로 얽혀있다 036
봄에 물들다 036
수선화 040

2 나의 내비게이션

애기똥풀 043
하지감자 044
장마 046
제자리 048
감꼭지 049
망초꽃 050
갈바람 051
11월 052
12월 054
솜사탕 056
화석 057
수세미 058
여우손톱 059
회개 060
나의 내비게이션 061
오늘이라는 새장 062
양을 불러 모으는 새벽 064

3 거꾸로 가는 시계

간 빠진 시대 068
달라진 세상 070
폐역 071
거꾸로 가는 시계 072
말, 말, 말 074
무화과 075
부활 076
비상구 077
리베로*의 감정 078
시간의 탑 080
어떤장례식 082
행운의 심리학 084
열쇠 085
폐타이어 086
길 087
바람의 성분 088
귀가중인 도시 090

4 어둠의 제국

싱크홀 093
그날 이후 094
나팔꽃 096
늦가을 쪽으로기울다 098
담과 자전거 099
몽돌 100
산란 101
사각 횃댓보 102
성냥 104
주먹구구 계산법 105
수수팥단자 106
어둠의 제국 108
이사 110
통증 112
파문 114
회전문 115
인형들의 유목이 시작되었다 116

［해설］
섬세한 관찰과 성찰로 지은 의미의 집 121
최연수(시인)

털실바구니


우리 집에는 서로 다른 종족이 산다
부화하기 직전의 알 같은,
젖은 내부가 비릿하다
서로 다른 염색체와 색깔로 뭉친 감정들
상처를 주는 자와 받는 자의 사이에는 공기층이 있어
털과 털 사이의 먼지를 털어내야 한다

누군가의 옷이었을 저 털
그 옷을 벗겨 꼬아 놓은 감정의 온도는 몇 도일까

내 전생은 양陽을 좋아하는 순한 양羊
양이 걸어온 모래언덕을 찾아
바구니에 담긴 털의 미세한 울음소리를 듣는다

탈모가 시작된 남편의 모낭에 영양을 공급하는 일
취직난에 코 빠뜨린 아들의 코를 잡아주는 일
둥지를 떠난 딸이 뽑아놓은 깃털의 속내를 읽는 일

꼬인 매듭을 풀어내고
무심하게 감아놓은 시간을 뽑아내서
촘촘히 짜내려간다
딱딱한 뭉치가 솔솔 풀리며 부화를 기다리고 있다
냉기로 가득 찼던 감정의 온도가 올라간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