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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독서에세이
· ISBN : 9791186963494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21-12-05
책 소개
목차
머리말
1부 반백 년의 고독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지금
창 이야기를 하자
창이 있는 부엌으로의 여행
엄마라는 말은 도대체
시간을 가장 우아하게 잃어버리는 방법
속 깊은 친구, 나만의 오솔길
자신만의 계절을 걷는 나무들_느티나무와 소사나무
내 삶의 마무리도 저러했으면_미국쑥부쟁이
죽은 화분에 3년 동안 물을 주다_오죽
뒷모습을 보는 일
아침을 여는 방식
동네 빵집의 사려 깊은 북큐레이션
고요를 시청하다_맥문동
빨래처럼 시래기를 널었다_시래기
2부 식물의 위안
초록에 물드는 우연한 마음
20년 친구 나의 작은 숲_옻나무
나의 친애하는 나무에게 전하는 말_자작나무와 감나무
비 오는 일요일에 행복해지는 법_유칼립투스 폴리안
비켜나 있음의 쓸모_찔레꽃
애도의 선물로 찾아온 인연_마오리 소포라
향기로운 빛깔 모과책방을 꿈꾸다_모과나무
쓸모없고 아름다운 채집황홀_매실
올해 수확한 첫 나뭇잎 한 장_아기벚나무
행복의 이모작_담쟁이덩굴
마루에 고옵게 피었다_매화
빈 벽의 실세를 모셨다_실새풀
나의 비밀 나무_백합나무
양화소록 따라 하기_황금조팝나무
시든 마음 기댈 곳은_백화등
지금은 진분홍 시간이에요_접시꽃
오늘 참 예쁜 것을 보았네_사광이아재비
믹스 커피식 인연_아그배나무
3부 비정규의 시간
뜨겁고 고요한 어떤 것의 중력
어찌나 극적인지 아름답기까지 했다
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 거야
사람 사는 거 다 같다고?
사실은 나도 도망가고 싶었다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이야기가 필요한 이런 날
연근 반찬 어떻게 만들어요?
어쩌다 우린 이곳에서 만나게 됐을까
한세상 멋지게 살거라
4부 독서의 여백
아무도 모르는 오후의 문장
내 울음을 기억하는 나무를 가졌는가?_벚나무
서리가 내리면 그 나무를 찾아간다_고욤나무
꽃을 묻는 쓸쓸한 어떤 놀이
마당의 정서를 거닐다
시(詩)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모항은 가보았니?
가을 햇볕과 바람이 만든 맛
위로와 축하의 말의 허전함을 채우려면
상추쌈을 아삭아삭 먹으며
오소리네 집 꽃밭에 다녀왔다_층층잔대
5부 인연의 무게
외로움이 나란한 우리의 시간
아궁이 앞에서는 모든 게 괜찮았다
이 그림책 제목이 뭐야?_벚꽃
우리집 남자들이 탐내는 식물_몬스테라
레오라면 아끼고 아끼는 식물도 기꺼이_꽃방동사니
고양이에게 찾아온 다정한 꽃_민들레
마음 무너뜨리기에 충분한 은빛의 선물_마오리 코로키아
어수선한 마음 다스리는 꽃씨 여행_꽃씨 프로젝트
단풍잎 줍는 할머니의 마음
종소리가 듣고 싶은 날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이와 그림책으로 더없이 행복한 시절을 보내고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그즈음부터 나는 내내 불행하기 시작했다. 더 정확히는 생각 속에서 온통 불행했다. 육아를 핑계로 잠깐 미뤄두었던 나의 꿈은 어찌해볼 도리 없이 멀리 달아나 있었고, 동시에 엄습하듯 찾아온 공허와 불안은 얄팍한 자존감마저 추락시켰다. 하루하루 열심히 성실하게 살면 지나온 시간만큼 가정 경제도 나아져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인생이라는 게 수학 공식처럼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된 것도 하필 그즈음이었다. 게다가 중년의 나이에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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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도 아닌 일에 불행하던 시절이었다. 별것도 아닌 무수한 일이 왕따의 이유가 되는 것처럼, 불행의 이유는 도처에 널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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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해온 일이라 습관처럼 몸에 붙은 읽고 쓰는 삶과 느린 산책, 식물 돌봄이 시든 마음을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 남들 보기에는 한들한들 여유로운 삶으로 보였으리라. 이런 한들한들한 삶 사이에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최하위 비정규직 단기 아르바이트도 했다. 인생이라는 게 수학 공식처럼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지 오래건만, 도리없이 또 부지런히 성실한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막연히 장밋빛 행복을 기대했던 성실함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삶의 밑바닥까지 내려갔다가 다지고 올라온 사람에게 주어지는 삶에 대한 단단한 시선이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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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나는 마흔의 터널을 지나 나이 오십에 이르러 삶을 가꾸는 사람으로 살고 있었다. 마음의 손바닥을 불행에서 행복 쪽으로 뒤집으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나이 오십에 삶을 가꾼다는 것은 쓸모없이 겨우 존재하는 아름다운 것들에 마음을 내어주는 일이다. 도무지 말이 되지 못하는 침묵의 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이는 일이다. 다정한 관찰자가 되어 잘 보이지 않는 것들에게 따뜻한 눈길을 포개는 일이다. 깊고 따뜻하고 가능한 한 작은 이야기를 기어이 글로 남기는 일이며, 나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일에 집중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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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재미라곤 없을 것 같은 오십이라는 나이에도 이토록 삶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을까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끝날 것 같지 않은 마흔의 길고 긴 터널을 지나서 맞이한 한 줄기 햇살 같은 맛이라 해야 할까? 그러니 살아남는 것을 가장 큰 성공으로 충실한 매일을 살다 보면 환한 오십에 기어이 당도하게 되리라는 한 조각 진실이 흔들리는 마흔들 마음에 가닿기를 간절히 바란다. 나의 사적인 이야기가 나 혼자만의 일은 아닐 것이므로.
- <머리말> 중에서
아이가 어릴 때는 아이와 함께 걸었는데 낮에도 걷고 밤에도 걸었다.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줄곧 혼자 걸었다. 속절없이 내가 작아지는 날이나 우울의 그림자가 저만치서 기척이라도 할라치면 어김없이 오솔길로 숨어들었다. 어떤 일이든, 누구에게든 아무도 모르게 저 혼자 마음이 베이거나 마음이 심하게 부서지는 날에도, 고백하기 창피할 만큼 작은 일에 화가 나는 날에도 나는 어김없이 그 오솔길 위에 있었다. 대부분은 걷는 즐거움을 누리는 시간이었는데, 그때는 나가기 전에 시 한 편이나 글 한 줄, 또는 그림책 한 권을 읽고 나갔다. 방금 전에 읽은 문학은 오솔길의 다정하고도 너른 품 안에서 좀 더 선명한 이미지로 펼쳐지거나 사유가 깊어지고 넓어지면서 그 시를, 그 문장을, 그 그림책을 흡족하게 느끼는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어쩌다 한 번 해보고는 좋아서 습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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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아지고 작아지고 또 작아지던 무참한 시간들, 스스로 독방에 갇혀 홀로 지낸 고독의 시간들, 글을 쓰는 것도 힘들지만 쓰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고통의 시간들, 온통 모호함투성이에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의 시간들. 그 모든 시간들을 따뜻하게 품어준 오솔길 덕분에 비바람이 몰아치는 것 같은 사십 대를 무사히 통과해온 것 같다.
- <속 깊은 친구, 나만의 오솔길> 중에서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감사의 마음이 쌓인다. 자연이 누구의 소유가 아니라서, 시간을 내어 눈길을 주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자연이라서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자연에 대해 각별히 놀라워할 줄 아는 눈을 가진 나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나는 오늘도 자연에 깃든 하늘, 바람, 나무, 풀, 새들, 고양이와 눈 맞춤 하느라 느릿느릿 걷는다. 느린 걷기는 내가 시간을 가장 우아하게 잃어버리는 방법이다. 이런 방식이라면 얼마든지 잃어버려도 좋다.
- <시간을 가장 우아하게 잃어버리는 방법>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