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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요리/살림 > 결혼/가족 > 부부관계
· ISBN : 9791187197102
· 쪽수 : 221쪽
· 출판일 : 2016-11-14
책 소개
목차
[머리말] 철없는 남자들의 반성교과서
1교시 결혼은 사명이다
2교시 결혼을 알면 결혼이 보인다
3교시 결혼, 신의 작품인가 인간의 작품인가
4교시 조선의 이혼, 세상에서 가장 어려웠다
5교시 네 속에 있는 환상을 거두어라
6교시 사람을 바꾼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7교시 설화(舌禍)를 자초하지 말자
8교시 가정, 인간의 치졸함이 다 드러나는 곳
9교시 사탄이 즐기는 선물
10교시 인생은 한 방이 아니다
11교시 노래방에서의 사색
12교시 무관심한 그대, 언젠가는 눈물이 되리라
13교시 바보여자를 위하여
14교시 남편의 반성문
15교시 아담의 갈비뼈로 여자를 만든 이유
16교시 사랑이 식을 때 보이는 것들
17교시 부부는 같은 리듬을 타야 한다
18교시 부부는 만나서 또 다른 큰 하나가 되는 존재들
19교시 돈 없이는 살 수 있지만, 자유 없이는 살 수 없다
20교시 아내, 걸어서 산을 넘는 여자
21교시 현대판 의절이혼(義絶離婚)을 알고 계세요?
22교시 “내가 무슨 재미가 있겠냐, 자기 안 만나면”
23교시 아내의 거절에는 다 이유가 있다
24교시 그대와 다시 한계령에 갇히고 싶다
25교시 결혼은 경제다
26교시 경제적 독립왕국을 건설하라
27교시 생활비, 가정을 굴러가게 하는 동력
28교시 배우자의 직업은 이래서 중요하다
29교시 상의하라, 투명하게 하라, 정직하게 하라
30교시 Rule of thumb
31교시 속 옷 검사하는 남편
32교시 결합가정, 그들은 누구인가?
33교시 자녀교육을 둘러싼 부부갈등
34교시 결혼을 방해하는 사람들, 친인척
35교시 결혼을 방해하는 사람들, 애인과 친구
36교시 결혼의 종착역에서 기다리는 것들
37교시 별거(別居)
38교시 사랑과 전쟁의 갈림길에서
[꼬리말] ‘나의 반성문’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의 반성문’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심각하다. 그리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울하다. 올해로 결혼생활 30년, 당신을 만나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결혼 파트너로서 마땅히 남편인 내가 짊어져야 했던 짐들을 감당하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당신은 없는 살림에도 주부로서 역할을 잘 감내해 왔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남편인 나에게 있었다. 나는 분수를 모른 채 허황한 꿈만을 꾸었다. 법관이 되기를 꿈꾸다가 실패하자 늦은 나이에 학위를 받고 교수가 되려고 몸부림을 쳤고 그것도 여의치 않아 궁지에 몰린 나는 이번에는 엉뚱하게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를 꿈꾸며 시간과 물질과 정력을 다 허비했다. 그러면서 끝 모를 방황을 하는 동안 당신과 함께 같은 리듬을 타며 일심동체로서의 부부생활을 유지해 오지도 못한 것 같다.
늘 버는 것 이상으로 지출하여 가정경제를 어렵게 만들었으며, 가지 말았으면 좋았을 길들을 기웃거리느라 정작 가정의 장막을 든든하게 세우는 일에는 소홀히 했다. 당연히 우리 살림살이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고, 조그만 비바람이 불어와도 위태롭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다른 집 남편들처럼 겸손하거나 성실하지도 못한 점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그 일을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리고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찾아 들어가고 싶을 정도다. 세상 사람들이 돌다리도 두드리며 한 걸음씩 착실히 내딛으며 자신들의 앞가림을 해 나갈 때 나는 겁도 없이 뛰고 달리다가 넘어져 멀리 숨죽여 지켜보던 당신 마음을 아프게 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어릴 적 무능한 아버지를 책망하던 내 어머니의 한을 며느리이자 내 아내인 당신에게 물려주게 되어 가슴 아프다. 나는 성실하지 못한 사람이었음을 스스로 자책한다. 교만해서 다른 사람들 밑에 들어가 꾸준히 실력을 쌓고 힘을 길러 가정을 잘 지켜야 했지만, 꿩의 몸통보다는 닭의 머리라도 되겠다며 허리 굽혀 남 밑에 들어가서 일하는 것을 경시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그 대신 일확천금과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인생의 한 방을 노리며 냉혹한 현실에 뿌리내리지 못한 채 떠도는 부평초 같은 삶을 살아왔다.
더 미안한 일은 신혼시절 큰 딸아이를 낳자마자 입대하는 바람에 군에 간 남편을 기다리며 혼자 그 긴긴 서러운 세월을 감내하게 한 일이다. 그때 일을 생각하면 틀림없이 좋은 남편이 되어야 마땅했지만 비겁하게도 나는 그만큼 강한 사람이 못 되었다. 당신은 우리 가정의 위기 때 아내의 역할을 잘 감당해 왔지만, 남편으로서 내가 담당했어야 할 역할은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다. 도무지 그런 나 자신을 스스로 용서할 수가 없을 것만 같다. 매사가 서툴렀던 내가 가장 잘한 일이 하나라도 있다면 그건 바로 당신을 아내로 맞은 일이었다. 내 아둔함을 생각할 때 당신과 부부의 인연을 맺은 것은 나의 안목과 선택에 따른 것이 아니라, 순전히 하나님의 선물이고 그분의 은혜였다.
우리 살림은 불행히도 늘 마이너스였다. 등골이 휘어지도록 평생 은행을 먹여 살리느라 이제는 내가 죽어야 할 판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울 때마다 당신은 나를 향해 도대체 덧셈과 뺄셈도 못하는 사람이 아니냐며 자주 질책을 하지만 늘 정신을 차리지 못하기는 매한가지였다. 결혼할 때 불알 두 쪽 차고 와서 당신을 고생시킨 일과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거기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일그러진 살림살이가 부끄럽다. 돌아보면 지난날은 그나마 거짓되고 허황한 꿈이라도 있어 그 꿈을 좇느라 여기까지 흘러올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꿈마저도 다 날아간 지 오래여서 요즘의 걸음걸이가 늘 버겁다.
이제라도 내가 당신을 위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당신의 가사 일을 도와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고된 당신의 부엌일과 빨래와 어질러진 집 안 청소 일이라도 도와주어야 하는데 그것마저도 한결같이 돕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내 반성은 아직 멀었다. 앞으로 나에게도 당신에게 힘이 되고 위안이 되는 그런 날이 있을까? 이제 날은 저물어 건너편에서부터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는데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어서 걱정이다. 이런저런 생각에 내 과오는 너무나 크고 깊어 도무지 밤잠을 이룰 수 없다. 나는 정말 당신 앞에 구제불능의 죄인이다. 그래서 반성하며 사죄해야 마땅하다.
─ 지난 30년 동안 철없는 남편과 동행해 주어서 미안하오. 앞으로 더 잘할 테니 조금 더 지켜봐 줘요.
─ 여보, 정말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당신의 남편으로부터)
겸손은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마음이다. 살면서 문제가 있더라도 상대를 불쌍히 여겨 용서하지 않으면 결혼생활은 어쩌면 경멸과 복수심으로 가득 찬 것이 될 수도 있다. 용서는 타인을 위함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위해 필요하다. 만일 용서하지 않고 악한 것을 내 마음속에 가득 품고 있다면 도리어 내 삶을 파괴할 것이기 때문이다. 상대를 미워함으로써 자신을 파괴하지 않도록 원수를 사랑하라고 말씀하신다.
부부 일방이 다른 일방을 억압하거나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견제하며 존중하면서 자아의 완성을 돕는 것이어야 한다. 결혼은 불완전한 인간을 완전한 인간으로 만드는 좋은 것이다. 결혼을 통해 인간이 행복해 질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