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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작가론
· ISBN : 9791187756965
· 쪽수 : 272쪽
책 소개
목차
005 책머리에 새로운 세대의 시를 위하여
013 여백의 조각술로 새긴 슬픔의 아이콘—여태천
045 상처 입은 여성이 꿈꾼 사랑의 확장—안현미
072 고독한 소년이 체감한 사랑의 온도—이현승
097 유랑의 정신과 슬픔의 육화—신용목
123 굴욕의 서사에서 화해의 무드까지—박상수
149 사물의 무관성과 모순의 삶—하재연
171 냉정과 모성의 대위법—이근화
199 휴머니즘의 서정—박준
221 생명 옹호의 낙관적 사유—안희연
244 미래의 시인—황인찬
저자소개
책속에서
언어위생론자로서의 정갈한 조각술을 보여 주던 그가 시적인 장치들마저 포기한 채 “외로움의 밤은 멈추지 않는다”라는 독백을 가감 없이 토로할 수 있게 되었다. 인생의 끝없는 통증과 이어지는 삶의 고달픔과 신세의 외로움을 전면적으로 드러낸 작품인데, 이러한 전면적 노출의 작품은 수가 적지만, 그 표정의 단면은 어느 시에서도 만날 수 있다. “누군가를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이라는 첫 시행은 앞의 시에서도 본 기다림의 허망함,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낸다. 무언가를 기다려도 다가오는 것은 “끝이 없는 통증”이다. 화자의 분신인 듯 창밖에는 가로등에 기대어 숨을 돌리는 남자가 있다. 늙은 개가 짖는다고 하니 그 남자도 나이 들었을 것이다. 가로등이 혼자 불을 밝히고 있고 그 남자도 “가지고 있던 모든 것들을 다 써 버렸다는” 듯 허전한 상태다. 다 써 버렸으니 더 잃어버릴 것도 없을 것이다. 그에게, 혹은 우리에게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 있는 것일까? “오지 않은 시간”이 다가온다 해도 그 시간 역시 모래처럼 과거의 암흑으로 사라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어둡고 까만 구멍”(「암흑물질」) 앞에 놓여 있다. 이 구멍이 우리 삶의 아이콘이다. 세상은 여전히 폭력의 소용돌이 속에 있지만 맹목의 생명력은 아이들을 자라게 하고 우리의 덧없는 손톱을 자라게 한다. 그래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손톱의 상처를 일으킬 뿐이다. 상처를 입어도 그 통증이 어디서 만들어지는지는 알지 못한다.(「여백의 조각술로 새긴 슬픔의 아이콘-여태천」)
시인은 우리의 앞날을 “생각보다 흰, 급진적 목련이 오고 있었다”라고 표현했다. 이 말은 한국 시사의 경구(警句)의 하나로 남을 것 같다. 목련은 흰 꽃을 피우니 “생각보다 흰”이라고 말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그러면서도 그것은 ‘붉은 꽃’이 갖는 선명성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저항이나 단죄보다는 포용과 순수의 온화함을 내포한다. 그러기에 그 표현은 아름답다. 우리의 생각만큼 생활이 개선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밝은 급진적 변화가 목련의 아름다움 같은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다가오리라는 전망을 나타낸다. 그로부터 3년의 세월이 또 지났는데 과연 우리는 “생각보다 흰, 급진적 목련”을 맞이하고 그것을 잘 누리고 있는지 분명히 파악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시인이 말했듯이 “유정도 무정도 인간의 일”인 만큼 생각만큼 생활이 진전되지 않는다고 해서 슬퍼할 필요는 없다. 이미 “가난한 우리가 아름다운 우리로 확장”되었으니 ‘사랑의 확장’은 이룩한 셈이고 일상의 삶에서 진실을 발견하고 거기서 사랑을 실천한 일은 성취된 셈이다.(「상처 입은 여성이 꿈꾼 사랑의 확장-안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