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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만화 > 교양만화 > 인문/교양
· ISBN : 9791187949565
· 쪽수 : 239쪽
· 출판일 : 2021-08-10
책 소개
목차
정신생활의 양약良藥 4
노자의 가르침
노자는 무엇인가 14
노자는 누구인가 15
노자학설의 문화적 뿌리 20
노자와 《주역》 25
도道와 기氣 30
유有와 무無 33
도가와 유가 38
‘도’는 무엇인가 42
‘덕’은 무엇인가 45
상편 도道
제1장 도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51
제2장 아름다움이 있어야 추함도 있다 54
제3장 탐욕이 생기지 않게 하라 57
제4장 도는 우주의 주재자 59
제5장 하늘과 땅 사이는 풀무와 같다 61
제6장 하늘과 땅의 근본 63
제7장 사사로운 욕심을 버려야 빛난다 64
제8장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 66
제9장 그릇이 가득 차면 넘친다 69
제10장 마음을 거울처럼 맑게 할 수 있는가 71
제11장 비어 있어야 쓸모 있다 73
제12장 오색찬란한 색채는 눈을 어지럽힌다 75
제13장 공명심이 지나치면 불안에 떨게 된다 77
제14장 도의 법칙 79
제15장 누가 세상을 밝은 곳으로 만들어줄까 81
제16장 천도와 통하면 ‘도’와 일체가 된다 84
제17장 최상의 군주는 누구인가 86
제18장 지혜가 있고 나서 속임수가 생겼다 88
제19장 겉모습은 꾸밈없이, 내면은 소박하게 90
제20장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이유 92
제21장 도는 항구불변이다 96
제22장 낡아야 새로워진다 99
제23장 소나기는 하루종일 내리지 않는다 101
제24장 발돋움으로는 오래 설 수 없다 103
제25장 세상에는 네 가지 큰 것이 있다 105
제26장 무거움은 가벼움의 근본이다 107
제27장 잘 걷는 사람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109
제28장 손대지 않은 통나무를 쪼개면 그릇이 된다 112
제29장 세상은 신성한 그릇이다 115
제30장 도가 아닌 것은 오래 가지 못한다 118
제31장 도를 지닌 군자는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121
제32장 이름이 만들어지면 욕심이 생긴다 124
제33장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다 126
제34장 큰 도는 이르지 않는 곳이 없다 128
제35장 도는 영원히 사용해도 다함이 없다 130
제36장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 132
제37장 도에 맡기면 천하가 절로 태평해진다 134
하편 덕德
제38장 겉만 화려한 도덕은 어리석음의 시작이다 137
제39장 명예를 원하면 명예를 잃는다 141
제40장 근원으로 돌아가는 것이 도의 움직임이다 145
제41장 큰 그릇은 만드는 데 오래 걸린다 147
제42장 도는 우주의 궁극적인 물질이다 151
제43장 ‘무위’의 유익함 153
제44장 만족할 줄 알면 치욕을 당하지 않는다 155
제45장 뛰어난 솜씨는 서툴러 보인다 157
제46장 만족할 줄 알면 부족함이 없다 159
제47장 문밖에 나가지 않고도 천하를 안다 161
제48장 인위적인 통치로는 천하를 얻을 수 없다 163
제49장 성인은 백성의 의견을 따른다 165
제50장 양생의 길을 알면 위기에 빠지지 않는다 167
제51장 도는 만물을 창조하고, 덕은 만물을 키운다 170
제52장 눈과 귀를 넘어 보는 힘이 참된 지혜다 174
제53장 무도한 군주는 잘못된 길로 빠지기를 즐긴다 176
제54장 튼튼히 이은 지붕은 바람에 날리지 않는다 178
제55장 수양이 깊은 사람은 갓난아이와 같다 181
제56장 총명한 사람은 큰소리치지 않는다 184
제57장 금기가 많을수록 백성은 가난하다 186
제58장 절대적인 올바름은 없다 189
제59장 검약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191
제60장 나라를 다스릴 때는 생선 굽듯이 193
제61장 큰 나라가 먼저 스스로를 낮춰야 한다 195
제62장 도가 있으면 구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197
제63장 무위의 성인은 큰 일을 도모하지 않는다 199
제64장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 201
제65장 기교와 지식은 나라의 재앙이다 204
제66장 성인은 높은 인망으로 나라를 다스린다 206
제67장 삼보 중에서 자애로움이 가장 중요하다 208
제68장 다투지 않는 덕 211
제69장 자애로운 자가 전쟁의 승자가 된다 213
제70장 내 말에는 만물의 원리가 담겨 있다 215
제71장 잘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것은 병이다 217
제72장 백성을 핍박하고 착취하면 안된다 218
제73장 하늘의 도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220
제74장 죽음으로 백성을 두려워하게 할 수는 없다 222
제75장 삶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이 현자다 224
제76장 강한 것은 죽음의 무리에 속한다 226
제77장 자연의 섭리는 활을 쏘는 것 같다 228
제78장 바른 말은 거꾸로 들리는 법이다 230
제79장 하늘의 도는 언제나 선한 편에 선다 232
제80장 나라는 작고 백성은 적다 234
제81장 진실한 말은 귀에 거슬린다 237
옮긴이의 말 239
책속에서
머리말
정신생활의 양약良藥
《노자》는 도가道家의 경전이다. 유가 경전인 《논어》가 정신생활에 필요한 양식을 제공했듯이, 《노자》는 정신생활에 필요한 양약良藥을 제공한 것으로 높이 평가된다. 생존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인간의 삶과 존재의의가 점차 퇴색해가는 오늘날, 이러한 비유는 참으로 적절하다.
여기서 강조할 것은 《노자》와 《주역》의 관계다. 모두가 알다시피 《주역》은 중국문화의 뿌리이자 전체를 아우르는 상징적 지위를 지니고 있다. 《주역》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노자》의 사상은 승화될 수 없었을 뿐더러, 세속 차원을 넘어서는 철학적 가치를 지닐 수 없었을 것이다.
《노자》 상편의 주제는 ‘도’道, 하편의 주제는 ‘덕’德이다. 《도덕경》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도’는 노자 철학의 최고 범주로, 사물의 존재와 변화의 법칙이면서 운동과 변화를 촉진하는 내재적인 힘이다. ‘도’는 노자 사상이 체계적인 토대를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덕’은 ‘도’의 법칙에 따라 생활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무슨 일이든 억지스럽거나 제멋대로 하지 않고, 노자가 주장한 ‘무위’無爲에 따라 행함을 일컫는다.
그렇다면 노자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수천 년의 긴 시간 동안 사람들은 어떤 법칙에 따라 ‘무위’의 삶을 살았을까? 일반적으로 《주역》이 전체 중국 문화의 형이상학적 근거라는 것을 수긍할 것이다. 다만 노자의 ‘도가도道可道, 비상도非常道’(‘도’라고 말할 수 있는 ‘도’는 불변의 ‘도’가 아니다)라는 한 마디 말이 문제다. 《주역》이라는 명백한 ‘가도’可道 바깥에 또다른 ‘불가도’不可道의 ‘도’道가 존재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는 큰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
인정하든 않든 간에, 서양철학의 존재론 개념에 해당하는 ‘불가도’의 도는 확실히 존재한다. 그것은 주로 세계와 우주에 대한 인간의 총체적 인식 속에 나타난다. 또한 ‘가도’의 도와 긴밀히 통합된 형태로 존재한다. 노자는 인간을 자연 속의 한 부분으로 인식함으로써, 인간과 자연이 하나라는 ‘천인합일’天人合一의 개념 속에 이를 효과적으로 통일시켰다.
다행히도 《주역》을 풀이한 《계사전》에서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발견할 수 있다. 공자는 “성인이 상象을 세워 그 품은 뜻을 다하고, 괘卦를 설치해 참과 거짓을 밝혔”지만, “글로는 말을 다 기록하지 못하고, 말로는 마음에 품은 뜻을 다 표현하지 못했다”고 했다. 《주역》의 창제자들도 깊은 경계심을 가지고, 《주역》이라는 ‘가도’의 도가 ‘불가도 속에 놓여 있음을 자각했던 것이다. 또한 인간을 자연 속의 일부로 간주하는 천인합일 사상을 통해 둘을 통일시켰다.
《도덕경》 속에서 우리는 노자 자신을 포함한 많은 옛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모두 《주역》의 ‘도’를 따르거나 《주역》의 법칙에 따라 ‘무위’의 삶을 살았다. 노자의 ‘도’는 의심할 여지없이 《주역》이 보여주는 자연법칙이다.
노자의 사상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거나 발원지 없는 강일 수 없다. 오직 그 뿌리와 유래가 있고 질서정연하게 계승되는 토대 위에만 구축될 수 있다. 노자는 주나라가 쇠락해 문화가 하강하기 이전에 주왕실의 장서를 관장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그는 다른 제자백가들에 비해 국가철학적 의의를 지닌 《주역》을 밀접히 접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근대 이후 서양문화를 잣대 삼으면서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우리 문화의 토대를 과소평가하게 되었다. 중국 철학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이 맞닥뜨리는 첫 번째 장애는 고대 선철들의 사상 전달방식이었다. 남아 전하는 글은 대부분 매우 짧다. 서로간의 연관성이 모호하고, 논리와 토대가 부족해 보인다.
예를 들어 격언 형식으로 쓰인 《노자》는 전체가 5천 자에 지나지 않는다. 《논어》 역시 각 단락이 짧은 문장으로 이루어진데다 내용 사이의 연관성이 떨어진다. 《장자》는 신기한 우화로 가득 차 있다.
중국 과학과 마찬가지로 중국 철학도 체계적이지 않다는 인상을 준다. 선배 학자들은 후배 학자들에게 중국 철학에 앞서 서양 철학을 공부할 것을 훈계한다. 그렇지 않으면 철학적 체계와 엄격성을 갖출 수 없고, 노자와 공자 등을 칸트나 헤겔 같은 철학가 반열에 올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형식논리와 환원론에 기초한 서양문명의 좌표 위에서 중국 철학사상을 직관적 ‘깨달음’과 ‘천재성’이 발현된 것으로 관용적으로 정의한다. 그에 대한 체계적 뒷받침은 결여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삶과는 동떨어진 무미건조한 ‘학술 문제’로 변모하고 만다.
《주역》은 변증론에 기반한 철학 및 과학 체계로, 전체 중국문화의 해석체계이자 추리모형이다. 변증과학의 성취로 인해 중국 철학자들은 정서적 감응 속에서 일종의 묵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 그들은 따로따로 아궁이를 지을 필요 없이 변증논리의 기초 위에 자신의 이론체계를 구축해갔다. 그리하여 서양과 같은 복잡한 철학체계를 무한히 확장할 수 있었다.
노자는 천부적인 지혜와 넓은 도량, 맡은 직무가 남달랐던 덕분에 그 가운데 가장 앞자리에 설 수 있었다. 청나라 학자 오세상은 《장자해》라는 책에서 이렇게 설명하였다. “《주역》의 오묘함은 ‘상’象(사물의 기능을 개괄)에 있고, 《시경》의 오묘함은 감정 표현에 있다. 《노자》의 오묘함은 《주역》, 《장자》의 오묘함은 《시경》에서 나온다. 하지만 《장자》의 요지는 《노자》, 《노자》의 근본은 《주역》에 바탕을 두고 있다. 《주역》은 천하의 ‘도’道에서 생겨나 복희와 문왕의 팔괘에서 완성되었다.”
진나라가 중국을 통일하기 이전 시대를 산 중국문화의 주류를 대표하는 노자, 공자, 장자 등은 각자의 관점은 다르지만, 하나같이 《주역》이라는 공공 해석체계와 추리모형으로 자신의 사상을 나타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그 체계는 《주역》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문화의 배경이나 사고방식으로 존재하는 문화철학적인 것이다. 《주역》으로 대표되는 중국 철학은 일찍이 이론적 체계와 엄격성을 두루 갖추었다.
중국문화의 기초이론은 《주역》이며, 《주역》의 기초이론은 곧 음양오행설이다. 오랫동안 세파에 휘둘려온 음양오행설에 오류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음양오행설을 벗어나면 중국문화는 그 넓이와 깊이를 잃어버리게 된다. 책임을 통감한 필자는 여러 해 동안 궁리하고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 다음과 같은 말로 중국문화를 개괄하기에 이르렀다.
그것은 먼저 이 체계가 ‘과학’ 곧 변증과학에 의해 수립되었다는 점이다. 음양오행설은 천인합일 세계관의 지도 아래, ‘구고句股 정리’라는 수학적 공리를 지레목 삼아 형성되었다. 이 같은 토대 위에 시간과 공간을 좌표로 세상만물을 그 기능에 따라 통일시키는 논리체계이다.
천인합일의 세계관과 전체론에 따르면 중국 변증과학을 통일하는 기본 단위는 기능이지 구조가 아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사물의 자연상태가 파괴되지 않도록 해야 자발적으로 존재와 발전의 최적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 그 최고의 경지는 자연과 같은 뛰어난 솜씨를 추구해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무위’라는 노자의 사상과 일치하며, 중국문화에서 이 법칙은 ‘도’ 혹은 ‘천공개물’天工開物이라고 불린다.
역학 체계 중의 부호 건乾, 곤坤, 손巽, 진震, 감坎, 이離, 간艮, 태兌는 구체적 사물인 하늘, 땅, 바람, 천둥, 물, 불, 산, 연못을 가리킨다. 변증과학에서 가장 전형적인 의의를 지닌 한의학에서도 심장은 군주, 폐장은 재상, 간은 장군, 비장은 창고라고 인체 각 기관의 기능을 설명한다. 방위, 기후, 맛, 동식물 등의 기능을 개괄하는 데도 마찬가지 방법이 사용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기능에 시간과 공간의 속성이 부여됨으로써 문화적 범주로 확장되고,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는 천원지방설에 이르게 되었다.
수천 년의 시간 동안, 이 같은 원칙은 인간의 행위가 시종일관 자연과의 보편적인 연결 속에 놓일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마음의 안정을 찾고 온전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노자가 숭상한 ‘도’와 ‘무위’는 물론 공자가 제창한 ‘인’과 ‘예’ 모두 이처럼 서로간의 어울림이 살아 있는 자율의 세계에서 천지를 본받아 생겨났다. 그리하여 유가와 도가는 중국문화의 주류로 자라날 이성적 근거를 획득하였다.
노자는 공자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대가 성현이라고 숭상하는 이들은 이미 죽어 육체와 뼈가 다 썩어 없어지고, 오직 그들의 공허한 말만 남아 있을 뿐이오. 군자도 때를 만나야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고, 때를 만나지 못하면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될 뿐이오. … 그대도 예를 빙자한 오만함과 과도한 욕심을 버리고, 위선적인 몸가짐과 헛된 망상에서 벗어나시오.
용은 바람과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기 때문에 어떻게 잡아야 할지 알 수 없다. 내가 만난 노자는 마치 용과 같은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