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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만화 > 교양만화 > 인문/교양
· ISBN : 9791187949572
· 쪽수 : 253쪽
책 소개
목차
인위적 질서에 대한 부정 4
장자의 일생 13
옻나무 밭의 말단 관리자 24
노자, 그리고 혜자 27
평생 벼슬을 하지 않다 32
물아일체의 천인관天人觀 34
허무를 향해 떠나다 39
소요유逍遙遊 42
송나라 모자 장수 49
손 트는 데 바르는 약 50
사람의 소리, 땅의 소리, 하늘의 소리 52
누가 만물을 지배하는가 57
우리 몸의 주인은 누구인가 58
인생이란 아득한 미망 59
조삼모사 61
옳고 그름의 차이 62
꿈에서 나비를 보다 66
생은 끝이 있으나 앎에는 끝이 없다 68
백정이 소를 잡다 71
늪에 사는 꿩 75
노자의 장례식 76
공자, 관원의 도리를 말하다 79
사마귀가 앞발을 들어 수레를 막다 89
쓸모없음의 쓸모 93
신도가와 자산 96
무정無情한 장자? 100
진인眞人이란 누구인가 102
마른 연못 속의 물고기 112
천하를 천하 속에 숨기다 113
죽고 사는 것은 하나다 115
맹손재의 모친상 120
자상子桑이 가난을 묻다 123
계함의 관상술 125
혼돈의 죽음 132
쓸모없는 손가락 133
왜 양을 잃어버렸을까 139
큰 도둑과 작은 도둑 143
도둑에게도 도道가 있다 146
성인이 죽지 않으면 도둑을 없앨 수 없다 148
천하를 다스려야 한다고? 151
황제가 장수의 도를 묻다 153
장자 마음속의 군자 158
천박한 정객 162
어찌 상망象罔이 귀한 구슬을 찾았을까 164
설결은 왜 제왕이 되면 안되는가 166
봉인封人의 축복 169
백성자고伯成子高 174
성덕의 시대 176
세속의 힘 177
세 사람이 길을 갈 때 179
인락人樂과 천락天樂 180
성인의 말은 찌꺼기에 불과하다 186
서시의 찌푸린 얼굴 189
강의 신과 바다의 신 190
외발짐승과 노래기 195
성인의 태도 198
우물 안 개구리 202
자유로운 거북이가 되라 207
권세가는 쥐와 같다 209
물고기의 즐거움 211
장자의 아내가 죽었다 213
해골이 꿈에 나타나다 215
술 취한 사람의 도 218
해와 달을 들고 길을 걷다 220
환공이 귀신을 만나다 223
제물로 바친 돼지 228
나무로 만든 닭 229
사마귀가 매미를 노리다 231
무심한 활쏘기 234
노나라에 유생은 한 명밖에 없다 236
백리해가 키운 소 238
성인은 무위하다 239
설결이 도를 묻다 242
내 몸은 내 것이 아니다 245
광요光曜와 무유無有 247
마음으로 만든 칼 248
장석의 도끼 솜씨 249
옮긴이의 말 252
책속에서
머리말
인위적 질서에 대한 부정
시공간은 질서로 이루어진다. 우주는 질서로 이루어진 거대한 시스템이며, 스스로 이루어진 이 자연 시스템을 도가道家에서는 ‘도’道라고 일컫는다. 크게는 해와 달, 별에서부터 작게는 티끌만한 하루살이에 이르기까지 우주 속에 생멸하는 모든 것은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움직인다.
이 같은 인식을 지닌 도가의 관점에서 보면, 유사 이래 인간이 경험한 모든 질서는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부자연스러운 질서는 반드시 문제가 된다. 장자는 현실에 부정적이다. 현실 부정은 곧 인위적 질서에 대한 부정이다.
인위적 질서에 대한 부정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설령 인류가 어떤 질서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더라도 거기에 지나치게 얽매일 필요는 없다. 자칫했다가는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 있으며, 비속 천박해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자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동물의 무리에서 독립했다고 가정해보자. 또한 도구를 사용해 생산력을 향상시키지 못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어떠한 문제도 야기되지 않았을 것이다.
자의식은 사리사욕과 탐욕을 낳고, 잉여가치는 유혹과 오만을 낳았다. 이들은 그림자처럼 인간을 따라 문명의 문턱에 들어선 다음 인류를 약육강식의 정글법칙 속으로 몰아갔다. 이로 인해 인류는 뜻하지 않은 난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즉, 마음의 안정과 존립을 위해 자연이 부여하지 않은 질서체계를 구축하는 문제였다.
여기에서 인간은 우주의 한 부분이지 지배자가 아니라는 천인합일天人合一 사상이 등장하였다. 고대 중국인들은 자연을 모방해 그에 걸맞은 질서를 만들고, 인간의 행위를 자연의 거대한 시스템 속에 새롭게 재편시켰다. 방대한 역사자료에서 알 수 있듯이, 신석기 말부터 서주西周 시대에 걸쳐 《주역》으로 상징되는 중국문화의 이론체계가 완성되었다.
《주역》은 완벽하고 논리적인 해석체계와 추리체계를 갖추고 중국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해석체계와 추리체계를 기반으로 중화문명은 천인합일의 우주관을 형성하였다. 또한 인간과 자연의 보편적인 관계가 인위적으로 분리되지 않도록, 과학적으로 시간과 공간을 좌표 삼아 만물의 기능을 통합하는 논리체계를 확립하고, 문화적으로는 조화로움, 즉 ‘예’禮를 최고의 가치로 삼게 되었다. 수천 년간 이어져온 중화문명의 체계와 도통道統은 바로 이 토대 위에서 완성되었다. 중국문화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주례》를 보면 그 웅대함과 치밀함에 감탄할 것이다.
춘추시대 말기에 이미 철기의 광범위한 사용으로 생산력이 전례없이 높아지고, 잉여가치가 크게 증가함으로써, 내재적 균형이 붕괴되었다. 사리사욕과 탐욕이 횡행하는 가운데 황제가 씨를 뿌리고 주공이 완성시킨 예악문명의 가치체계가 빠르게 와해되었다. 인의도덕은 서로 속이고 빼앗는 수단으로 전락해 사회 전체가 거대한 혼돈의 시기에 접어들었다.
도가는 이 같은 현상의 본질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현행질서에 결함이 생겼다기보다는 인간 자체에 커다란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인간의 질서체계는 아무리 완벽해도 이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도가의 초은자楚隱者와 공자, 그리고 자로子路 사이의 대화는 이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대답일 것이다.
초은자가 말했다. “세상을 살아가는 도의가 쇠락하고, 예악이 무너지고, 사리사욕이 범람하고 있소. 세상이 이런데 누구와 도모해 이를 바꿀 수 있다는 말인가?” 이는 자기 구원에 뜻을 둔 것이다.
공자가 듣고 제자인 자로에게 말했다. “사람이 날짐승, 들짐승과 함께 살 수는 없다. 세상사람들과 함께하지 않고 누구와 함께 살겠느냐? 천하가 태평하다면 나도 사람들과 힘을 합쳐 이런 현실을 바꾸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세상의 구원에 의미를 둔 것이다.
도가의 대표 장자는 의심할 여지없이 자기 구원파였다. 몰락한 귀족의 신세였던 장자는 파벌싸움에 휘말리지 않았으며, 천부적으로 예민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그는 자유와 존엄성을 숭상했다. 불안과 우환이 가득한 현실세계의 도처에서는 사마귀가 매미를, 까치가 사마귀를 잡아먹듯 서로가 서로를 배척하며 뒤통수를 치고 있었다. 그 틈바구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는 자유도 존엄성도 존재하지 않았다. 자유와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했다. 그는 세속적 가치에 구속되기를 거부함으로써 인격의 독립과 온전함을 도모했다. 또한 조건 없는 정신의 자유를 통해 마음의 해탈과 초월을 얻으려 했다.
장자는 스스로 질서 밖으로 물러났으며, 방관자로서의 치밀함과 냉엄한 통찰력을 지니게 되었다. 그는 사람들이 이러한 질서 속에서 서로를 이용하거나 이용당하는 모든 것이 생명을 해치고 모독하는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유가의 인의도덕을 배척하고, 묵가의 유토피아적인 평등박애를 부정하였다. 장자는 인간의 사리사욕과 탐욕 앞에서는 어떤 질서의 선택도 유치하고 가소롭다고 여겼다.
공자는 지식인들을 질서 속에 끌어들여 배운 것을 실천하고, 이름과 명예를 닦게 하였다. 그리고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하도록 고무하였다. 그러나 장자는 좌절과 고난을 겪는 사람들을 질서 속에서 나오게 해,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마음을 어루만졌다. 장자는 자신이 확립한 ‘영적 자유’를 통해 지식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으며, ‘자유’의 개념에 관한 하나의 완벽한 전형을 만들어냈다.
장자가 해법을 제시한 질서는 이론적 완전성과 엄격성 덕분에 사회현상에 대한 냉소주의를 넘어 우주질서에 대한 본질적 물음으로 승화되고, 고도의 합리성과 항구적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이는 도가의 행운이자 장자의 행운이다.
질서 안에 있는 사람의 눈에는, 한 번 날아올라 구만 리 푸른 하늘을 나는 붕새 앞에는 어떤 장애물도 없어 보일 것이다. 또한 열자列子는 바람을 타고 놀다가 보름 만에 돌아왔으니, 속세를 떠나 마치 극한의 자유에 다다른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질서 밖에 있는 장자가 볼 때는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없다면 진정한 의미의 자유나 존엄을 얻었다고 볼 수 없다.
인간의 질서에 대한 호불호와 세상의 구원이냐 자기 구원이냐 하는 서로 다른 주장이 예로부터 계속 존재해왔다. 세상과 자기자신 모두를 구원해야 하고, 두 가지 구원은 상충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이 모든 것을 판단하는 잣대는 의심의 여지없이 합리성과 가치일 것이다.
사랑이 깊으면 미워하는 마음도 절실하다. 장자는 벼슬을 얻어 사람을 해치는 것이 가난하고 비천한 생활에서 즐거움을 얻는 것만 못하다고 여겼다. 그것은 너무도 혼탁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강렬한 각성 때문이었다.
장자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은 의심할 여지없이 노자老子다. 장자의 사상은 주나라 왕실의 장서를 관장하던 노자의 사상을 계승한 것이며, 노자 사상은 사실상 고도의 국가 철학인 《주역》에서 비롯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