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88358410
· 쪽수 : 560쪽
책 소개
목차
인트로 · 7
버림받은 사생아 · 14
초야 · 47
자각 · 80
파해(破解) · 117
용기 · 206
결심 · 275
선택 · 379
기억 · 422
매듭 · 462
결(結) · 544
마침 · 559
저자소개
책속에서
한참의 시간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던 그때였다, 아네트는 문득 날카로운 가시처럼 뻗어진 시선을 느꼈다.
아래로 얌전히 내리깐 눈두덩이와 여린 뺨이 따끔따끔할 정도로 거북스럽고 강렬한 시선.
“……?”
그녀는 자신을 향해 쏘아진 눈빛의 방향으로 조용히 눈동자를 들었다.
‘누구지?’
시선의 시작점은 만찬장의 맨 앞쪽이었다. 가장 앞, 국왕이 자리한 상석의 한가운데.
‘리처드 국왕 폐하?’
그럴 리 없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으면서도, 눈매를 가늘게 좁혀 앞을 응시하자 전투를 앞두고 우려가 깊은 국왕의 주름진 모습 옆으로, 훤칠하고 떡 벌어진 젊은 사내가 아네트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시야에 포착되었다.
‘아.’
나이 든 리처드 왕과 똑같은 색깔을 머금은 짙디짙은 흑안의 서늘하고 깊은 눈매, 높다랗고 시원하게 쭉 뻗은 콧날, 굳게 다문 입술, 좌우 대칭이 완벽하게 정돈된 또렷한 얼굴선의 잘생긴 사내였다.
‘로이드.’
아네트는 그를 눈에 담자마자 즉각 그가 누구인지 정체를 파악했다.
리처드 국왕의 장자이자, 벨하스 왕국을 계승할 태자, 로이드 벨하스.
오늘 오후, 느닷없이 북쪽 별채에 나타난 하녀는 짐을 꾸리라는 케이트 공작부인의 지시를 전했다.
「뭐?」
「방금 들으신 대로예요. 곧 왕궁으로 떠나셔야 하니, 어서 짐을 꾸려야 해요.」
「그게 무슨 말이야? 왕궁이라니?」
당황해하는 아네트를 두고 드레스룸으로 이동한 하녀는 떨떠름하게 뒤따라 들어온 아네트를 흘끗하며 재잘재잘 떠들어댔다.
「로이드 태자님의 약혼녀가 되셨대요.」
「누가?」
「누구긴요. 아가씨지요.」
「내, 내가?」
「네. 그렇다네요.」
하녀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심드렁한 어투로 말을 이으며 짐가방을 열어 드레스와 속옷을 챙겼다.
「왕궁에서 이번에 우리 공작가에서 약혼녀를 배출해야 한다고 지시를 내렸다나 봐요. 원래는 코제트 아가씨가 왕궁으로 가야 하지만, 아시다시피 왕궁으로 가면 죽은 목숨이잖아요. 그러니 아가씨가 대신인 거죠.」
「…….」
아네트는 아연실색했다. 무슨 난데없는 날벼락이란 말인가.
얼굴을 굳힌 아네트를 돌아다본 하녀는 잠시 동정이 어린 눈빛을 보내더니 이내 알고 있는 정보를 떠들어 댔다. 하녀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아네트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