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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외국 과학소설
· ISBN : 9791188502165
· 쪽수 : 619쪽
책 소개
목차
순양전함 나이키|9
부록 . 아너 해링턴의 해군|596
역자 소개|619
리뷰
책속에서
“나도 동감이야.” 파머-레비는 차갑게 미소 지으며 파넬을 흘끗 보았다. “파넬 제독, 맨티코어와 싸우면 아군도 상당한 손실을 입을 거라고 했지?” 파넬이 끄덕였다. “그것 말고도 작전 기간 자체가 길어질 가능성은 없을까?”
“작전 기간이 길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장관님. 맨티코어 해군은 규모상 도저히 우리와 같은 수준의 손실을 감당할 여력이 없습니다. 따라서 손실 비율이 맨티코어에 유리한 쪽으로 엄청나게 기울지 않는 이상, 이 전쟁은 단기전으로 끝날 겁니다.”
“맥, 아무래도 좋은 와인을 한 병 따야 할 때가 된 것 같아.” 아너는 천천히 말했다. “27년도산 델라쿠르는 어떨까?”
“그 델라쿠르 말씀이십니까?”
“사정이 사정이니까 아빠도 이해해 줄 거야.”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좋은 소식을 받으셨다고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물론 그렇게 생각해도 좋아.” 아너는 헛기침을 하고 거의 경건해 보일 정도의 동작으로 서류를 쓰다듬었다. “맥, 현명하신 의무국에서 내게 드디어 복무 적격 판정을 내렸고, 코르테스 제독은 내가 지휘할 배를 찾아줬어.” 아너는 고개를 홱 들더니 환희에 찬 얼굴로 활짝 웃었다. “그것도 <나이키(Nike)>를!”
평소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거의 동요하는 법이 없는 맥기네스는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상관의 얼굴을 빤히 응시했다. 여왕 폐하의 군함 <나이키>는 단순한 군함이 아니었다. <나이키>는 맨티코어 왕립해군을 상징하는 군함이었고, 선망의 대상이자 모든 함장이 갈망하는 최고의 배였다. 맨티코어 해군에서 <나이키>로 명명된 군함은 대를 이어가며 언제나 존재해 왔으며, 그 혁혁한 전공(戰功) 기록은 맨티코어 해군의 창설자이자 초대 <나이키>함의 마지막 함장이었던 에드워드 사가나미까지 곧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현존하는 <나이키>함은 맨티코어 해군에서 가장 새롭고 가장 강력한 순양전함이었다.
“하여튼 대련 상대가 있긴 있어야 하는데.” 아너는 싹싹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실 용의가…?”
“물론입니다 대령님. 저를 지목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좋아요!” 아너가 손을 내밀자 탱커슬리는 미소 지으며 그 손을 쥐었다. 그녀도 미소 지었지만, 다음 순간 그의 눈을 들여다보고 퍼뜩 동작을 멈췄다. 탱커슬리의 눈에 익숙하지 않은 빛이 떠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정확히 그게 뭔지 꼬집어 낼 수는 없었지만, 아너는 지금 입고 있는 얇은 유니타드가 얼마나 젖어 있고 몸에 딱 들러붙어 있는지를 갑자기 자각했다. 그녀는 다시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자각했고, 갑자기 어색해진 태도로 그의 손을 놓으며 눈을 내리깔았다.
탱커슬리도 그것을 느낀 듯했다. 조금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잠시 침묵이 흐르다가, 그는 헛기침을 했다.
“그건 그렇고, 데임 아너.” 조금 껄끄러운 목소리였다. “지금까지 줄곧 바실리스크에서 일어났던 일을 사과하고 싶었습니다. 그때 저는?”
“사과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령님.”
“그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탱커슬리는 조용한 목소리로 반박했다. 그는 다시 그녀의 얼굴을 응시했다. 진지한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