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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라이트 노벨 > 기타 라이트노벨
· ISBN : 9791188793310
· 쪽수 : 484쪽
· 출판일 : 2018-09-12
책 소개
목차
야마토의 장
스즈의 장
신의 장
이츠키의 장
' '의 장
코즈에의 장
비스마르크의 장
스바루의 장
후미의 장
진의 장
에필로그
리뷰
책속에서
"그럼, 본 저택에서 이루어지는 계약에 대한 관례를 설명하겠습니다."
"관례요?"
"예. 첫 번째 규칙입니다."
히카리는 목소리 톤을 바꾸어 낮고 낭랑한 소리를 냈다.
"저택에 출입하는 상인과의 계약은 나가토 일족 과반수의 찬성이 요구된다. 찬성에는 시련이 따라야 한다."
"시, 련?"
"예. 그리고 가족분들의 승인을 얻으려면 저택의 다른 관례를 따르면서 가족분이 출제하는 수수께끼를 푸셔야 합니다. 이상이 나가토 가 당주, 진이 정한 관례입니다."
"아까 계약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하셨잖습니까!"
"긍정적이기에 모신 겁니다."
"게, 게다가 가족의 승인이라뇨?!"
"예. 여덟 명 중 네 명 이상의 승인입니다."
히카리는 '태(兌)'라고 새겨진 큰 문을 응시했다.
"이 저택의 가족분들은 모두 홀딩스의 주주입니다. 그리고 집안일은 가족끼리 의논해서 결정하시지요. 어느 기업이나 가정에서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하, 하지만 수수께끼라니……."
"나가토 일족 팔인팔문."
히카리는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말을 이었다.
"어린아이가 낼 법한, 장난삼아 하는 수수께끼가 아닙니다. 위대한 나가토 홀딩스와 거래하기 충분할 정도로 도량이 있는 자와 계약한다. 적성 시험이지요."
"그럴 수가……."
말도 안 돼, 엉망진창이잖아…… 장난치지 마, 죽여 버린다.
야마토는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지금 그에게 폭언은 금물이었다.
"실례지만, 야마토 님의 회사는 업계에서 만년 2위. 라이벌인 아카기 님의 회사와 매상을 경쟁하나 매년 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바라마지 않던 기회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이 저택의 크고 작은 방 백 개에 보안 시스템을 설치하기 위해 야마토 님의 회사에 지불하는 금액은 초기 비용만 해도 40억 엔을 가볍게 뛰어넘겠지요. 게다가 이후에도 계속 유지비를 지불하게 됩니다. 게다가…… 이기고 싶은 라이벌도 있으시겠고."
야마토의 뇌리에 아카기가 쓰는 역반무테 안경이 스쳐 지나갔다. 라이벌인 아카기 역시 야마토와 마찬가지로 계약 체결을 노리고 이 저택에 왔다. 심지어 야마토보다 먼저.
야마토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싫은 소리를 하는 게 당신 일인가?"
"후후. 이제야 본성을 드러내셨군요. 자, 히카리를 힘껏 때려 주시길!"
야마토는 입을 다문 채 갈색의 메이드를 노려보았다.
히카리가 몸에서 힘을 빼고 부드럽게 움직여 손바닥을 펼쳤다. 요염하고 도톰한 입술 안의 새하얀 치아가 조명에 비쳐 보였다.
"히카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메이드, 단순한 사용인입니다. 이 기묘한 일족에 농락당하는 상인을 이끄는 한 줄기 '빛'입니다."
"계약은 반드시 해야 해. 게다가 이 문제를 클리어하지 않으면 계인도 상금도 못 받잖아. 여기서 가트를 받지 못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
"그, 그것에 대해선 히카리가 신 도련님께 진언할 테니! 그만두십시오, 야마토 님!"
신이 혀를 찼다.
"말해 두는데, 사용인 말은 듣지 않을 거고 클리어하지 않으면 내 존재 모두를 걸고 상금도 주지 않을 거야!"
"시, 신 도련님!"
"쯧. 사회의 톱니바퀴에 불과한 쓰레기 회사원! 작렬! 걸작! 파멸! 파멸! 파멸!"
신이 실험실로 가는 문을 열자 야마토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사회의 톱니바퀴는 신과 히카리에게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회사원을 얕보지 말라고."
육중한 이중문을 빠져나가자 초연의 냄새가 났다. 여름에 맡는 불꽃놀이의 화약 냄새보다도 짙어서 야마토는 호흡을 작게 했다.
구두 밑으로 서벅거리는 자잘한 감촉과 소리 역시 야마토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마네킹의 발가락과 손가락, 그리고 머리의 조각들도 보였다. 검은 그을음이 눈에 띄는 실내는 원래는 희었겠지만 몇 번이고 폭파 실험을 거쳐 벽과 바닥에 재와 파편이 박힌 채였다.
오른쪽 바닥에 적힌 글자는 '15m'. 신의 말대로 오른쪽 끝에서 왼쪽 끝까지가 딱 15m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야마토가 선 자리에서 반대편 위치에는 모형과 같은 모양의 수류탄과 그것에 이어진 피아노선이 보였다. 그 위의 벽에는 디지털식 시계가 있었다. 야마토가 그것을 확인한 순간 '4.50'이라는 표시가 떴다.
『어이, 준비는 됐어? 쓰레기 회사원.』
실험실 내에 신의 목소리가 울리자 야마토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쯧! 폼 잡는 것도 지금뿐이야, 쓰레기 회사원! 네놈은 10초 후에는 쫄아서 똥을 지리면서 '여기서 내보내 주세요' 하고 울부짖게 될걸!』
야마토는 침묵을 지켰다. 구두 끝으로 바닥을 두드리고 발목을 돌린다.
"쯧! 간다! 3! 2……."
히카리는 하얀 거한 옆에 서서 유리 너머로 비치는 야마토를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1! 터져라아!!"
시련이 시작된 순간 수류탄에서 안전핀이 빠졌다. 동시에 야마토가 달린다.
핀이 바닥에 떨어졌고, 질주하는 기세에 웃옷이 나부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