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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라이트 노벨 > 기타 라이트노벨
· ISBN : 9791188793655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19-01-10
책 소개
목차
리뷰
책속에서
“저기…… 말할까 말까 망설였는데, 아까부터 손님 옆자리에…….”
그는 호들갑스러울 정도로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괴담이라도 시작할 기세다.
“뭔데요?”
“앉아 있네요. 귀신이…….”
“정말로요? 어떤 귀신이요?”
“기모노 차림의 여자분이요. 줄곧 손님을 보고 있어요. 손님이 워낙 남자다우시니 반한 걸지도 모르겠네요.”
완전히 거짓말이다.
아까부터 다이키치 옆에 앉아 있는 것은, 절반은 깨진 풀페이스 헬멧을 쓴 채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라이더였다.
다이키치는 영감이 상당히 강해서, 어릴 때부터 몇 번이나 귀신과 마주치곤 했다. 무섭다는 감각은 마비된 지 오래다. 이제는 아주 일상이다. 그리고 교토는 귀신의 숫자가 현격히 많은 탓에 성가셔 견딜 수가 없다. 오늘 아침에도 머리맡에서 축국(蹴鞠)을 하는 관료 때문에 깨어났을 정도다.
영감이 있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말해 봤자 믿어 주지도 않을 테고, 자칫 잘못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할 뿐이니까. 25년의 인생 동안 이 능력 때문에 많은 것들을 잃어 왔다.
운동회에서 달리기 시합을 방해한 영(?), 대학 수험 때 줄곧 책상 위에서 답안지를 들여다보던 영, 처음으로 여자 친구와 러브호텔에 갔을 때 충고를 해 준 영(덕분에 첫 경험은 실패했다). 심지어 모두 같은 영이다.
인생에서 중요한 타이밍을 그 영이 계속 잡쳐 버리는 바람에, 어느 날부턴가 다이키치는 ‘불운한 미남’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신호에 멈춘 택시 앞을 스님이 가로질렀다. 다리가 반투명하게 비쳐 보였다. 그는 다이키치가 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성실하게 인사했다.
역시, 교토는 싫다.
“이 뒤로 시간 좀 있어?”
점심을 먹은 뒤 치코가 말했다.
“시청에 돌아가야 하는데…….”
린카는 옆에서 식후 커피를 마시고 있는 다이키치를 힐끗 보았다.
“외근으로 해 두면 괜찮잖아요. 저는 먼저 가 있고요.”
다이키치가 국어책을 읽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린카에게 의논하고 싶은 게 있어.”
“뭘?”
결혼에 대해 묻는대도 난처할 뿐이다. 자신은 어중간한 연애만으로 벅찼다.
“그…… 심령이랄까…… 유령이랄까. 설마 린카가 그쪽 일을 하고 있을 줄이야, 이런 게 바로 운명 아니겠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돕겠지만…….”
그쪽 일이라는 말이 마음에 걸리지만 소꿉친구의 부탁을 딱 잘라 거절할 수도 없었다.
“결혼식을 올리는 장소 말인데……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어.”
“뭐, 어느 호텔에도 그런 얘기 한두 개는 있으니까.”
“호텔이 아니야.”
치코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괴롭힘당하던 아이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식을 어디서 올리는데?”
“촬영장.”
“뭐?”
린카와 다이키치가 동시에 얼굴을 마주보았다.
“영화 스튜디오에 세트를 만들어서, 거기서 식을 올릴 거야.”
치코가 깊은 한숨을 흘렸다.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이 있어. 이 업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