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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두 시의 친절한 이웃

오후 두 시의 친절한 이웃

이선우 (지은이)
청색종이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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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두 시의 친절한 이웃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오후 두 시의 친절한 이웃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9176877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22-10-31

책 소개

2021년 아르코창작기금 선정작. 고립과 단절된 관계가 맞닥뜨리게 되는 삶의 외로움을 이선우의 소설은 차분하고 섬세하게 마주하고 있다. 소설은 불완전한 삶에 휘둘리고, 때로는 뜻밖의 공포에 시달리며 인간이 어떻게 균열되고 무너지는가를 보여준다.

목차

007 작가의 말

013 오후 두 시의 친절한 이웃
043 토끼마켓
073 빌라로부스 전주곡
107 소심한 복수가 아니었다면
143 안드로메다은하로 가자
173 한여름 밤의 흑백영화
205 기서리에서 우리는
243 그 밤의 연주

271 작품 해설 양진채 소설가
냉정한 세상, 외로운 인간을 보듬는 따뜻한 소설

저자소개

이선우 (지은이)    정보 더보기
2015년 《영남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소설집 『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분다』 『오후 두 시의 친절한 이웃』이 있음. 김승옥문학상 신인우수상, 한국소설작가상, 인천예술 공로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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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노인은 심호흡을 해도 도무지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 기침을 토해낼 때마다 몸이 휘청거렸다. 노인은 이제야 금속에 벤 듯 아린 발을 내려다봤다. 맨발이었다. 노인은 집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보행보조기를 옮겨놓고 종종걸음으로 발짝을 떼었다. 몇 발짝 떼는 사이 오목한 곳에 쌓인 눈을 밟은 노인은 짧은 비명과 함께 균형을 잃고 눈 위로 고꾸라졌다. 노인은 눈 속에 처박힌 보조기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닿을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몸을 뒤척일수록 눈은 옷 속으로 파고들어 피부를 도려내는 듯했다. 노인은 일어서 보려고 한참을 버둥거렸지만 통증만 느껴질 뿐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노인은 서서히 고개를 치켜들어 눈밭에 묻혀 간당거리는 부러진 나뭇가지를 바라보다 다시 눈 위로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리고 논바닥에서부터 불어오는 칼바람이라도 자신을 옮겨놔줬으면 하는 어림없는 생각을 하며 쓸데없는 객기를 부린 자신을 책망했다.
눈보라는 깡마른 노인의 젖은 몸 위에 두텁게 쌓여갔다. 노인은 사내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간 것은 자신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혹독하게 불어오는 눈보라 때문일 거라 생각했다. 이럴 때 사내라도 와줬으면 싶지만 오늘은 더 이상 사내의 방문은 없을 것임을 노인은 잘 알고 있었다.

― 「오후 두 시의 친절한 이웃」 중에서


빛바랜 커튼을 젖혔다. 저수지 쪽으로 난 창문을 밀치자 안개가 방안으로 스며들었다. 안개라면 저수지 가장자리에 있는 그녀 집에서는 특별할 것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오늘따라 들어올 수도 나갈 수도 없는 벽에 갇힌 듯 두려움이 밀려왔다. 문득 안갯속에서 만석이 손을 내미는 듯해 그녀는 순식간에 창밖 회백색 허공으로 손을 내밀어 휘저었다. 차디찬 안개 입자만 손끝에 매달렸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오늘 같은 날은 허망하게 간 만석이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만석이 빗속으로 사라져 돌아오지 못한 그해 여름밤 이후, 그녀는 손전등을 들고 그를 따랐어야 했다는 후회가 지금껏 가슴을 때렸다.
한 움큼의 모래를 털어 넣은 듯 입이 마르고 버적거려 물을 마셨다. 좁아진 목구멍 탓인지 물은 가는 시냇물 소리를 내며 오래 넘어갔다. 먹는 음식마다 달게 느껴지던 젊은 날이 떠올랐다. 된장만 지저도 밥이 달아 입이 쓰다는 사람을 이해 못 했다. 그녀는 그 나이가 됐다는 게 서글퍼 멀거니 천장을 올려다봤다. 벽지의 모란꽃무늬는 무늬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바래서 얼룩처럼 보였다. 만석이 살았을 때 발랐으니 근 스무 해가 넘어갔다. 만석이 의자에 올라가 풀칠한 도배지를 자루가 긴 빗자루로 쓸어내리면 그녀는 씰룩거리는 의자를 두 손으로 꼭 잡았다. 그리고 국수를 벌겋게 비벼 먹으며 지친 웃음을 나눴다.

― 「한여름 밤의 흑백영화」 중에서


샤워를 마쳤는데도 여전히 피곤이 묵직하게 짓눌렀다. 쉽게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 텔레비전을 켰다. 이곳 쌀밥처럼 풀풀 날아갈 것 같은 언어가 앵커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해독이 불가능한 자막도 화면에서 꾸역꾸역 나왔다 사라졌다. 뜻도 모르는 뉴스를 한참 들여다보다 호텔방 커튼을 젖히고 창을 열었다. 밤 공기는 낮의 무더위에 비해 산뜻했다. 상반신을 어둠 속으로 깊숙이 내밀고 먼 곳을 바라봤다. 십 층 위에서 내려다본 아래는 어두워서 오히려 두렵지 않았다.
큰아버지가 지금껏 애증을 버리지 못하는 이 땅의 밤하늘은 한없이 평온하고 적막했다. 서울에서 볼 수 없었던 별이 총총히 빛을 발했다. 나는 밤 공기를 크게 들이켰다. 가까운 곳에 농장이라도 있는 것인지 갑자기 바람에 섞여 열대과일의 달콤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멀리서 별이 하나 땅을 향해 내리꽂혔다. 하늘과 땅이 만났을 먼 지점을 한참 바라보다 씨발, 나는 밑도 끝도 없이 어둠에 대고 욕을 뱉어냈다. 처음 불러본 노래 가사처럼 생소했지만 목에 걸린 어떤 것이 빠진 듯 후련해졌다. 여행지에서 따로 여행 온 것처럼 흥분이 밀려왔다.
낮에 본 뚜엔의 장대높이뛰기처럼 세상 한 점에 폴을 꽂고 알 수 없는 어둠 속을 넘어서는 것이야말로 삶이 아닐까. 어둠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점점 더 두터운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 갈 듯 아득해 왔다. 어둠을 오래 바라보는데 시작도 끝도 없고 기척 하나 없는 허공에서 높지만 신경질적이지 않고 애잔하지만 구슬프지 않은 마두금 선율이 들리는 듯했다. 그러나 정작 그것을 들어야 할 사람이 이곳에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 「그 밤의 연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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