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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9282226
· 쪽수 : 152쪽
목차
005 시인의 말
____ 제1부
013 9.24말
015 가면무도회
018 개장수
020 게임중독
022 관계의 오류
024 날개
025 내외하다
027 누에고치
029 늙은 지혜
030 닭 꽝
032 두껍아
034 레코드판
036 리콜 스트립
037 막말
039 막연한 다음
____ 제2부
043 목련
044 바람
045 바람개비
047 봄이 오는 소리
048 붉은 사월
050 뿌연 잔소리
051 사과박스
052 사이
054 샴푸
055 섬
057 손발론
058 식탁 비행장
059 아마도
061 양말 식당
063 어처구니없는
____ 제3부
067 역행(逆行)
068 우리 밥 한 번 먹어요
069 육갑
071 이끼
073 이등분
075 이런 변이 있나
077 인두질
079 일기예보
080 자웅동체 검문검색
082 잔해
083 정육점
085 지워버린 바코드
087 지하 제국
089 직립보행
091 직박구리 수면시간
093 짝짓기
095 청개구리
097 체크무늬 남방
099 춤바람
101 카르페디엠
____ 제4부
105 케코바
107 투봉기레쓰
109 티라노사우루스
111 파 닭
113 풍경소리
115 하마
117 하회탈
119 헤어지는 중입니다
121 호모 사피엔스 커트
123 메갈로돈 역린(逆鱗)
125 활력충전
127 해설 | 과학적 사실과 감성적 인식의 사이에서 | 송기한
저자소개
책속에서
박종영의 시집은 생명의 시학을 펼치고 있다. 그의 시에서 봄날 나무들이 하나 둘 잠에서 깨어나고 그 가늘고 빈 손목마다 하늘의 파릇한 점을 찍을 때. 우리는 그저 시간이 되었거니 생각지 말자. 또 겨울이 갔군.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 올리며 무덤덤하게 말하지 말자. 그건 또 나무들 하나의 생이 넘쳐 강물처럼 흘러가기 때문이다. 동백 매화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그 옆에서 벚꽃 살구꽃도 덩달아 꽃망울을 터뜨리면 꽃 필 때가 되어 꽃 피는 거라고. 그래서 저 하늘에도 구름이 흘러가는 게 아니야? 우리 그렇게 말하지는 말자. 겨울산은 작은 나뭇가지 하나도 발가벗겨 세우고 찬바람의 종아리를 쳐 더 혹독한 시간을 견디게 했거늘.
돌아보면 오늘 우리 앞에 펼쳐진 모든 일은 다 오래전부터 시작되어 온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 흘러 강물을 모으고 바다에 이르러 거대한 폭풍을 낳는다 해도. 그건 다 생명의 한 호흡을 간직해 가능한 것이니. 봄꽃들 태풍으로 몰아치듯 터지는 때에. 그 사이에 나무 잎들 구름의 심장을 하나씩 간직해 차오르는 때. 그래도 우리가 지난 시간을 넘어 여름 가을을 생각해야 하는 것은. 그건 바로 생명이 언제라도 숨을 쉬고 있기 때문이다. 그 생명이 다시 사물들의 속마음으로 돌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 표4 김완하 시인, 한남대 교수
우리 밥 한 번 먹어요
우리 언제 밥 한 번 먹어요
무심코 던져놓고 자주 까먹는 말
행동을 약속해놓고 행동을 이행하지 않는 배신
가진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다
변명으로 대신해서도 안된다
오고 가는 인사 속에 함께 묻어 나오는 인사치레
늘 우리 대화에 함께하고 있는 말
우리 밥 한 번 먹어요
일기예보
너는 항상 나를 가지고 놀았다
기후의 옆구리가 터져 장마가 닥쳐왔을 때
넌 항상 똑같이 오보를 날렸다
뉴스는 기대를 저버린 채 비 오는 날만 기다렸다
예보는 뒷전 적중은 귀 기울이지 않는다
너는 구름을 풀어놓은 속풀이 해장국
사라진 빗방울의 발자취를 따라
우주를 돌아 구름을 데려왔다
울림은 파장으로 번지는 흐름의 연속
그 속에서 배꼽 우산은 자라고
태풍은 비바람을 몰고 다니는 폭군
앞모습은 강한데 뒤끝은 지리멸렬하다
방황은 격하게 견디지 못하는 슬픔
너는 소용돌이로 빠르게 자랐다
비바람을 안고 태어났으며
평온 이상의 진실만 외부로 키워나갔다
당신은 오늘도 나를 긴장시킨다
나를 귀 기울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