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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디자인/공예 > 공예/도자
· ISBN : 9791189321819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21-12-28
책 소개
목차
1장 칠보를 말하다
칠보의 개념
채화의 기원과 역사
한국의 칠보
2장 채화를 살피다
칠보의 쓰임새
칠보의 아름다움
3장 채화를 다루다
칠보 제작 방법
칠보의 유약
칠보 기법
4장 채화를 누리다
손에서 손으로 전하는 칠보의 오늘과 내일 김유라
백시내
이나진
박정근・박열매
이광호
참고자료
공예・디자인 지도
도판 목록
참고 문헌
도움 주신 분・기관
색인
책속에서
칠보 기법에 사용하는 여러 재료 중 유약은 가장 중요한 재료이다. 칠보 유약의 주성분은 유리질 함량이 높은 석영(silica, 규석)으로, 석영은 약 1,700℃ 이상에서 녹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 온도는 일반적인 금속의 융점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석영만으로는 유약을 만들 수가 없다. 석영을 유약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녹는 온도가 낮은 연단, 붕사, 소다 등의 용제를 혼합 첨가하여 전체 혼합물의 용융점을 낮추고, 금속 산화물을 섞어 색을 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배합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유약 제조 과정이다. 유리나 도자의 유리질 유약도 칠보와 유사한 면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바탕 재료에 유리질의 유약을 사용하는 방법이 상호 발전하며 유약 기술의 향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
유리질의 유약을 강력한 열로 금속 바탕재에 녹이면 칠보의 다채로운 장식 효과가 만들어진다. 이때 칠보의 제작 온도는 유약의 융점과 금속 바탕재의 융점 사이에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작업 과정에서 유약은 녹아야 하지만 바탕 금속은 녹지 않아야 한다. 불을 조절하는 능력은 칠보 기술의 발전에서 핵심적인 부분으로, 높은 온도를 낼 수 있는 연료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온도를 조절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 등이 고급 칠보의 생산을 판가름했다.
조선 중기 이후 활발해진 칠보 제작 문화는 20세기 초 잠시 사그라들었다가 1960년대 이후 해외에서 칠보 기술을 배워 온 인물들에 의해 다시 현대적으로 재구성되었다. 그 과정에서 기술과 재료의 발전에 힘입어 전통 칠보의 도구와 설비, 기법들이 현대화되었으며, 효율적인 방법을 통해 다양한 칠보 기법의 표현이 가능해졌다. 이 장에서는 전통적인 칠보 제작 방법을 바탕으로 현재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기법을 함께 소개한다.
전통적인 칠보 제작 방법에 대한 기록은 남아있는 것이 거의 없다. 다행히 조선 말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작업을 이어오던 몇몇 장인의 구술 증언이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화 이전의 칠보 작업 방식을 정리했다. 조선의 칠보 제작법은 파란이라 불렀는데, 금속 표면에 유약을 올린 뒤 이를 500℃ 전후의 온도에서 녹여 금속에 부착하는 식이다. 파란을 놓는 바탕 금속은 주로 은이었다. 파란의 유약은 대부분 중국에서 완제품을 수입하여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파란은 장식적 효과뿐 아니라 금속의 표면 부식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