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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0278348
· 쪽수 : 250쪽
· 출판일 : 2020-06-30
책 소개
목차
글을 시작하며
1장. 스무 살 이전
2007년 10월 14일 | 가는 날이 장날 | 일요일에 문을 연 첫 번째 한의원 | 응급실과 물리 치료 | 공부보다 건강 | 이 얼굴로 어떻게 학교에 가지? | 그럼 너 이제 장애인 된 거야? | 대학 병원 투어 | 안면 마비에 대하여 | 하루 사이에 많은 것이 바뀌었다 | 엎친 사춘기에 덮친 아픔 | 사이비 교회 | 첫 번째 겨울, 두 번째 한의원 | 오동나무 사랑 걸렸네 | 다시 교회 | 하다 하다 이번엔 무당집 | 용하기로 소문난 세 번째 한의원 | 할머니 손은 약손 | 첫 번째 남자 친구 | 복병을 만나다 |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 힘겹게 찾은 일말의 희망 | 손가락집게 한의원 | 제가 완치되었다고요? | 쌍꺼풀 수술 | 보건소에서의 추억 | 옆모습 병신 | 새로운 원인을 찾다 | 오른쪽 안면 마비 | 우리 슬기 얼굴 아픈 거 나에게 주세요 | 자잘한 치료 모음집 | 표정과의 사투, 증명사진 | 할머니와 나눈 대화
2장. 스무 살 이후
침 치료의 최고봉 | 병원비의 출처 | 두 번째 남자 친구 | 성형외과에서 품은 기대 | 면접과 첫인상 | 세 번째 남자 친구 | 이유 없이 싫은 사람 | 그냥 웃겨서 따라 한 거야 | 제발 그만하면 안 되나요 | 상처받은 사람만 똑똑히 기억한다 | 내가 떠올리는 나의 모습 | 반쪽만 찍는 셀카 | 사진 찍지 마세요 | 뉴스에 나오다 | 치료 대신 수술을 알아보다 | 진짜 마지막 병원 | 여전한 사람들 | 적면공포증 | 시간은 약이다 | 아픔은 현재진행형 | 불편한 눈썰미 | 제 왼편에 서지 말아주세요 | 저마다의 아픔 | 그저 보통의 삶을 위하여 | 오빠가 동생에게 | 아빠가 딸에게 | 엄마가 딸에게 | 나는 나답게 웃음 지으며
리뷰
책속에서
치카치카 푸우. 입 안 가득 치약 거품을 물다 뱉은 후 물을 머금고 입 안을 헹구려는데 턱 밑으로 물이 줄줄 흘렀다. 놀라서 거울을 보았다. 입이 오므려지지 않아 그 사이로 물이 쪼르르 흐르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다시 눈을 감아보았지만, 여전히 감기지 않는 눈에 오므려지지 않는 입. 가만 보니 입 모양을 ‘이’로 해 봐도 입술 왼쪽이 굳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문득 다시 불안한 마음이 들어 자는 언니를 깨웠다. 무작정 어디라도 가야 할 것 같았다. 2007년 10월 14일 일요일 아침이었다.
“야, 너 얼굴 지금 진짜 이상해. 왜 갑자기 그렇게 됐냐” “와, 슬기야, 너 웃을 때 이상해. 완전히 썩소네?” “헐, 신기해.” 다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서 우물쭈물하고 있었는데, 마침 반에서 제일 짓궂은 남학생이 말했다. “야, 그럼 너 이제 장애인 된 거야?” 덜컥 겁이 났다. 바보 같이 눈물이 차올라 황급히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귀에 걸어놓은 노란 고무줄 탓에 귀가 빨갛게 부어올라 가렵고 쓰려서 힘들었다. 할머니는 “우짜면 좋을꼬…” 하며 생각에 잠기시더니, 어느 날 노란 고무줄을 휴지로 칭칭 감은 나뭇가지를 내 침대 맡에 두고 가셨다. 그걸 쓰면서 휴지가 헤지지 않도록 투명 테이프로 돌돌 말기까지 했다. 어쩌면 나보다 할머니가 더, 아니 내 바람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할머니는 누구보다 제일 내 얼굴을 낫게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귀가 아파서 더 이상 나뭇가지를 못 걸고 자겠다는 내 말에 내가 더 아프지 않을 방법을 찾다가 휴지로 감싸놓은 이 나뭇가지를 붙들고 혼자 한참을 숨죽여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