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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요리/살림 > 음식 이야기
· ISBN : 9791190314480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26-04-0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우리의 제철 시작해 볼까?
제철 음식 달력
봄
입춘, 봄 기척 (레몬 소금)
우수, 가장 먼저 올라오는 것들 (냉이 패스토)
경칩, 고개를 들게 되는 날들 (봄나물 된장국)
춘분, 밖으로 향하는 마음 (제주 레몬 크림 파스타)
청명, 잠깐 허락된 맑음 (달래 치미추리 소스와 알감자 구이)
곡우, 비를 기다리는 손 (제주 생고사리 파스타)
여름
입하, 머물고 싶은 초여름 (완두콩 후무스)
소만, 불 앞에 서 있는 마음 (양파잼)
망종, 앞서 익어 간 것들 (자두청)
하지, 숨 고르는 시간 (가지 호박 간장절임)
소서, 여름 부엌 (초당옥수수 토마토 살사)
대서, 견디는 더위 (참외 오이 차지키 소스)
가을
입추 - 무화과 (무화과 샌드위치)
처서 - 밤 공기가 달라진 뒤 (수박 가스파초)
백로 - 놓친 것들 (참나물 페스토)
추분 - 아쉬움의 그림자 (연근 새우전)
한로 - 움추리는 시간 (땅콩호박 수프)
상강 - 정해진 속도 (구운 땅콩호박 샐러드)
겨울
입동 - 겨울 준비 (버섯 수프, 세 가지 버섯 페스토)
소설과 대설 - 고요 (배추 굴 크림 수프)
동지 - 가장 깊은 멈춤 (알배추 새우 파스타)
소한과 대한 - 대파 (대파 감자 수프, 대파 잼과 토스트)
입춘, 다시 봄
에필로그, 우리의 계절에게
책속에서
어떤 날에는 이유 없이 마음이 불안해진다. 뭔가를 시작해야 할 것 같고, 바꾸고 계획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조용히 머릿속을 흔든다. 그럴 때면 레몬을 하나 꺼내 반으로 자른다. 칼이 껍질을 가르는 순간 튀어나오는 향이 부엌 전체를 단번에 정리해 주는 것 같아서, 특별히 정해 둔 계획 없이 레몬소금을 만든다. 병 하나를 채워 선반에 올려 두고 나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데도 마음이 조금 정리되어 있다. (입춘, 봄 기척)
제철 채소를 만날 때는 요란하지 않은 마음이 필요하다. 햇볕 아래 충분히 익은 채소는 썰거나 살짝 굽는 것만으로도 제 몫의 맛을 드러낸다. 복잡한 조리법은 오히려 이 계절의 맛을 흐릴 때가 있다. 완두콩은 오래 손대지 않는다. 데치거나 갈아서 질감을 남긴다. 다른 재료를 많이 더하지 않아도 색과 향만으로도 충분하다. 익었는지, 지나치지 않았는지 그정도만 살핀다. (입하, 머물고 싶은 초여름)
부엌에서는 연근을 자주 만지게 된다. 긴 여름이 끝나갈 즈음, 진흙 속 연근은 조용히 단맛을 키운다. 나는 일부러 흙이 잔뜩 묻은 연근을 고른다. 말끔하게 씻겨 166 나온 것보다 막 연못에서 꺼낸 듯한 것이 이 계절에 더 어울린다고 느낀다. 물에 담가 흙이 부드럽게 풀리기를 기다렸다가 채소 솔로 천천히 문지르면, 부엌에 흙 향이 퍼진다. (추분, 아쉬움의 그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