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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0526272
· 쪽수 : 146쪽
· 출판일 : 2021-01-05
책 소개
목차
종각역 · 7
닭집 언니 · 35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 · 63
빨간 머리 삐아프 · 91
삐이이 · 117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어쨌든 땅을 밟았다. 부신 눈을 추스르며 사방을 휘둘러보았다. 30m 정도쯤 앞 대각선 쪽으로 보신각이 눈에 들어온다. 보신각이 중심에 있지 않았다면 이곳이 어딘지 알지 못했을 것이다. 나를 밀치며 옆으로 온갖 사람들이 부산하게 지나갔다.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우선 내 모습을 보고 싶어 어디로 가야 할지 망설였다. 두어 걸음 앞에 제일은행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입구가 검은 색 대형유리로 되어 있다. 정면에 서 있는 내 모습이 유리에 비치지 않았다. 나는 양팔을 흔들었다. 역시 안 보였다. 아무래도 시선을 끌지 않는 롯데리아나 맥도널드 같은 곳에 가서 거울을 봐야겠다.
맥도널드는 보이지 않고 열 걸음 정도면 탐엔탐스에 닿을 것 같았다. 입구로 가는 벽면이 검은 유리로 되어 있었다. 내 앞사람의 모습이 비추다가 없어지고 바로 내 뒷사람의 모습이 비친다. 다시 보아도 내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급한 마음에 유리를 만지려고 가까이 다가갔다. 검은 유리에 내 모습은 없다. 깜짝 놀라 급한 마음에 내 발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 어디에도 내 그림자는 없었다. (「종각역」 중에서)
슬슬 영업 준비를 하려는 G를 보며 S와 나는 집에 가려고 커피 잔을 그러모으고 있었다.
오늘이 첫날밤이네.
G가 덤덤하게 말했다.
그 인형 말이야. 결혼하고 첫날밤. 굳이 결혼식이 아니더라도 그 영감은 도대체 평생 새로운 상대와 시작하는 첫날밤이 몇 번이나 될까. 생각만 해도 징그럽다.
그 말에 나는 몸서리가 쳐졌다. (「닭집 언니」 중에서)
뭔가 차별당한 기분이다. 기계로부터의 차별은 사람 못지않게 불쾌했다. P의 화면에 쌓여 가는 달러를 K는 시큰둥하게 바라보았다. 혼자 신이 나서 히히덕거리던 P는 겨우 눈치를 채고 K를 그 자리에 앉혔다. K가 시작하자마자 그동안 쌓였던 P의 달러는 모래시계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K는 당황했다. 이건 비단 쇼핑백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저 센서는 개인의 지갑 속까지 꿰고 있단 말인가. K가 어쩔 줄 몰라 우왕좌왕하다 보니 결국 ‘Money Tree’의 잔액은 0이 되고 말았다. K가 사과하자 P는 그저 웃고 말았다. P는 기계에 돈을 넣는 순간 이미 남의 돈이라고 했다. K는 역시 돈복이 없는 놈은 기계조차도 알아보나 싶어 더욱 주눅이 들었다.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