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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과학 > 동물과 식물 > 동물 일반
· ISBN : 9791190779524
· 쪽수 : 302쪽
· 출판일 : 2022-03-1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4월_우리 집의 한 해는 새끼 바다표범 기르기로 시작된다
5월_우리는 헬렌과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6월_산나물과 함께 찾아온 진료소 손님들
7월_자연을 있는 그대로 연출하는 시레토코
8월_녹색의 회랑 속에서 드라마는 펼쳐진다
9월_낙엽 밑에는 하늘의 별보다 많은 생물이 살고 있다
10월_선생님, 야생동물이 그렇게 좋아요?
11월_흙을 만들고, 그 흙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12월_큰곰은 동면 중, 이 고장 사람들은 반동면 중
1월_새해도 우글거리는 식객과 함께
2월_지독하게 추워도 사랑은 해야지
3월_우리의 평범한 일이 숲을 우거지게 할 거야
에필로그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고 내가 수의사라고 해서 다 살려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나는 이럴 때마다 곤혹스럽다. ‘어떻게 거절할까?’ 하고 있는데 상대방의 머리는 나보다 몇 배 더 빨리 돌아간다. “선생님, 귀엽죠? 봐요, 웃었죠? 그럼 부탁해요!” 하며 손을 흔들고는 내 말이 나오기도 전에 돌아가 버린다. 나는 중얼거린다.
“맙소사! 바다표범이 웃는다고?”
그날부터 새끼 바다표범을 바다로 다시 돌려보낼 때까지 수개월은 나의 수난기다. 시간도 시간이려니와 얼마 되지도 않는 내 생활비도 축나고…. 그래도 제대로 자라서 바다로 돌아갈 수 있을 때는 그나마 다행이다. 가끔 내 방을 아수라장을 만들어 놓고 죽는 놈도 있으니까. 자연은 이런저런 메시지로 계절의 마디를 알린다. 우리 집 진료소의 한 해는 언제나 새끼 바다표범 기르기로 시작된다.
- [4월 우리 집의 한 해는 새끼 바다표범 기르기로 시작된다] 중에서
우리 집에 제일 오래 입원하고 있던 두 다리를 절단한 암컷 여우 ‘멩꼬’가 헬렌을 달래려 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아내도 진정시키려고 갖은 수단을 다 써 봤지만 손만 두어 번 물리고 효과는 없었다. 헬렌의 발작은 체력이 남아 있을 때까지 계속됐다.
나도 헬렌의 표정이 너무도 끔찍해서 마주 보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보이지 않는 눈을 크게 뜨고 귀를 눕히고 코와 이마에 흉측한 주름을 짓고 있었다. 자기 혀를 깨물었던지 입 안은 피투성이였다. 그 모습에서는 모든 동물에게 느낄 수 있는 새끼로서의 귀여움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젠 더 기다릴 수 없었다. 나는 내 방에 들어가서 수의사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처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밖에서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 이것 봐요. 헬렌의 얼굴이 다시 편안해졌어요.”
- [5월 우리는 헬렌과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