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안의 세계

초록 안의 세계

작가의 말
프로듀서의 말

꿈틀거리며 나아가던 식물은 최 선생님에게 닿자마자 에워싸기 시작했다. 몇몇 가지는 최 선생님의 옷가지 속으로 기어들어 피부에 다닥다닥 달라붙었다. 하얗게 질려 있던 피부는 점차 초록색 잎으로 덮여 가고 꺽꺽, 무언가 소리를 내려고 벙긋대던 입술 사이도 금세 가려졌다. 연서는 제 소리가 새어 나갈까 봐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지옥. 그래, 바깥은 지옥이에요.”
무엇이 웃긴지 흐흐, 웃으며 말했고 그러다 다시 연서와 눈을 마주쳤다. 그런데요. 생각해 보니까, 바깥이 지옥인 게 아니라 사람이 지옥이에요. 진짜 끔찍해요. 남자는 말을 이었고, 연서는 남자가 제정신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식물이다. 내가 뒤를 돌기도 전에 식물이 나를 감싸 왔다. 어딘가에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공중으로 뻗은 식물이 내 얼굴에 닿아 눈과 코와 입을 모조리 감싸 세상에서 없애 버릴 작정이다, 연서는 확신했다. 나는 곧 죽는다. 단오도 죽었고, 이제 내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