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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 내 어여쁜 자야

나의 사랑, 내 어여쁜 자야

김한나 (지은이)
창조문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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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 내 어여쁜 자야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나의 사랑, 내 어여쁜 자야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1797756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25-06-10

책 소개

김한나 소설. 남녀 주인공 민철과 성혜는 서로 진실하게 사랑했지만 그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오랫동안 상처로 남은 사랑을 추억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사랑의 직접적 방해자였던 형석을 포함한 여러 인간관계에서 용서와 치유를 경험하고 오랜 세월 후 다시 상봉하여 변하지 않는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목차

그들은 다시 만났다
그리움, 그 처연한 아픔
천사의 커튼보다
꿈길, 길은 없었다
네 꿈을 펼쳐라
소나기, 경복궁에 내리다
빈으로 떠나다
참 아름다워라
산산히 부서진 이름
해운대에서 그녀 안다
머뭇거리지 않는 사랑
꽃담, 청매 피다

저자소개

김한나 (지은이)    정보 더보기
· 전북 오수 출생 · 1994년 《아동문학》으로 등단 · (사)한국기독교문인협희 이사 시집 『엎어지기』 (2001년) 『돌계단에서 무릎 꿇다』 (2009년) 『아버지의 꽃밭』 (2014년) 동인시집 3권 간증집 『그 여름에 핀 눈꽃』 (2020년) 소설 『지바 후꾸고 나의 어머니』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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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장미, 고마웠어요.”
“……”
“아무것도 보내지 말아요.”
“당신이 원한다면.”
“나도 어쩔 수 없었어요. 인제에 도착한 날 난 이미 사라진 거예요.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아니 이 지구상에서요.”
“내가 당신을 얼마나 찾았는데…… 현미 씨에게 성숙이에게…….”
“들었어요.”
더욱 세차게 쏟아지는 장대비로 두 사람은 우산 속에서도 다 젖어버렸다.
“당신에게 줄 게 있소.”
우산을 성혜에게 건네며 그가 지갑 속에서 한 장의 티켓을 주며 빗속으로 걸어갔다.
그를 바라보고 있다가 티켓을 꼭 쥐고 줄달음쳐 아파트로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전화벨이 쉴 새 없이 울리고 있었다.
“뭐 하는 거야? 잠들었어?”
“……”
“여기 비가 많이 와. 서울도 비 와?”
“네.”
“비가 와서 또 나갔네. 그 병이 또 도졌네.”
“……”
“지윤인 자나?”
“네.”
형석의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에 그녀도 수화기를 놓고 안방으로 급히 들어갔다.
장 깊숙한 곳에서 낡은 상자를 꺼내 속을 뒤지더니 민철이 준 티켓과 맞춰보면서 그만 울어버리고 말았다.
‘그날 밤, 장충동 국립극장에 함께 가기로 한 오페라 티켓이야. 이제껏 간직하리라곤 상상도 못 했는데 그날 밤 난 그의 아내가 되었다지만 사실은 강간당하고 있었어. 인제 그 작은 툇마루가 딸린 방에서…….’
티켓을 꼭 쥔 채 큰 소리로 울어버리고 그렇게 밤은 깊어만 가고 있었다.
(「그들은 다시 만났다」 중에서)


아미산 정원은 아담하고 우리나라 들꽃들이 피어있었다. 소나기에 흠뻑 젖어서 꽃 아래로 빗방울이 맺혀있었다.
아미산 옆으로 난 작은 문으로 그가 걸어오고 있었다. 이제 이십 대 그 청년은 사십 대 중년이 되어 그녀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성혜가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성큼성큼 다가와서 성혜를 안았고 떨고 있는 그녀를 안고 오래도록 입맞춤을 했다.
성혜의 얼굴에 눈물인지 빗물인지 흐르고 있었다. 그가 던진 우산과 성혜의 우산은 교태전 뒷마당 하얀 흙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여기에 와 있었니?”
민철이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사무치게 그리운 사람이었다. 서로가 아직도 사랑하고 있었다.
그래서 여름날 소나기 속에서 어쩌다 마주치는 것이다. 그녀의 납치 결혼 후 지금까지 민철은 결혼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녀와 결혼식을 앞두고 맞춘 결혼반지를 스스로 넷째 손가락에 끼고 성혜를 애타게 그리워했다.
이제 성혜를 놔줘도 좋으련만 흐르는 세월 속에서 민철은 더욱 그녀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소나기, 경복궁에 내리다」 중에서


“당신에겐 미안했다.”
“네? 네……. 다 지나간 일인데요.”
“……”
“당신 늦잠 잘까 봐 안방에 알람도 맞춰 놨어요.”
“알았어. 내 걱정 말고 잘 다녀와.”
“네. 고마워요. 끼니 잘 챙겨요.”
“알았어. 입맛 없으면 맛집 순례하지 뭐.”
“그러세요.”
형석은 성혜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
성혜가 선선히 웃어준다. 그렇게 성혜가 가고 그는 아파트로 돌아왔다. 성혜의 작은 운동화가 평소대로 나란히 문을 향해 놓여 있다. 형석은 그녀의 운동화를 가슴에 안고 오랫동안 서 있었다.
거실의 불을 켜고 텔레비전을 크게 틀어놓고는 무너지듯이 앉았다. 가족사진 옆에 있는 지윤이 결혼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형석은 오열했다.
“성혜야. 미안하다. 미안해.”
그는 냉장고 문을 열고 오래전 여행 중에 사온 적포도주를 꺼내 코르크 마개를 따고 병째 마시기 시작했다.
“너만 내 곁에 있으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인제 부대 근처 작은 집에서 그녀가 항상 누군가를 그리워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젊은 혈기로 술에 만취해 집으로 와 저항도 못 하던 성혜를 윽박지르며 구타한 것이 생각나 형석은 꺼이꺼이 울었다. 그 사람이 아직도 미혼이라는 것을 형석도 알았다. 두 사람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자신도 그들도 불행하게 만든 자신이 한없이 미웠다.
그날 밤 형석은 포도주를 다 마시고 옷도 벗지 못한 채 그냥 거실 의자에서 잠들어버렸다.
(「참 아름다워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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