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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1897296
· 쪽수 : 116쪽
· 출판일 : 2022-09-1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확산 – 11
할머니를 바라보다 – 12
짐노페디 – 14
숨 – 15
저녁 한 그릇 – 16
알 – 18
지렁이 – 19
이발소 가위에게 들은 이야기 – 20
허허벌판에 가오리연 뜬다 – 22
샘안집 – 24
검은 술 – 25
묻다 – 26
독(毒) – 28
꽃을 위한 프렐류드 – 29
빈 곳이 없다 – 30
나무와 나 – 32
뼈와 불꽃 – 34
제2부
꽃 지고 눈 내리는 봄날 – 37
그믐 – 38
진달래 – 40
맨발 – 41
귀를 사랑하여 – 42
저물녘 – 44
독방 – 45
탈각(脫殼) – 46
다크우드(darkwood) – 47
Gracias a la vida – 48
햇빛 산책자 – 49
물속의 거울 – 50
빈방의 빛 – 51
12월 31일 – 52
혼자 추는 탱고 – 53
바람의 소리 – 54
꼬리별 약전(略傳) – 55
제3부
품다 – 59
허공에 드리운 집 – 60
뼈가 뼈를 부르다 – 62
망각에 닿는 다섯 개의 이미지 – 64
비 – 68
하루 – 70
벗다 – 71
우산 – 72
나의 흑색종(黑色腫) – 74
숨어 있는 책 – 76
제4부
한국의 문화상징 – 81
옥수(玉水) Stn. – 82
8일 – 83
눈보라 – 84
춘심(春心) – 85
쑥바지락된장국 – 86
바탕화면 – 88
십이월, 동백 – 89
0호선 급행 – 90
시차 – 92
흔(痕) – 94
할머니 바다 – 96
시간 외 타종 – 98
자작나무 편지 – 99
해설 고명철 ‘사이,’의 시학 – 101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발소 가위에게 들은 이야기
거울에 비친 얼굴이 물속인 듯 아득하게 보여도
오동잎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라디오에 귀 기울이며
머리칼 근질거리는 볼따구니를 씰룩거릴 때
붕알시계는 늘어지며 대여섯 번 울리고
싸르륵― 사륵―
가죽띠에 면도칼 가는 소리, 목덜미 쓰다듬을 때
혼자 걸어온 길 돌아보듯 고개를 돌리면
문밖에서는 닿을 듯이
갓 서른 살 된 아버지가 나무 의자에 앉아
스물아홉 먹은 나를
세발자전거와 함께 기다리고
신작로 곁 미루나무 아래로는
눈깔사탕 같은 해가, 사…각…사…각… 녹아들고 있네 ■
묻다
혼자 긴 줄을 끌고
늘 앞서가던 검은 염소는
첫배가 부풀어 오르더니
칼칼한 바람이 빈속 할퀴는 헛간에서
미역처럼 젖은 새끼들을 낳았지
속 깊숙이 들어가 웅크려도
헛헛한 지붕 아래
새끼들은 미지근한 젖을 빨며
마른 지푸라기 씹으며 설사를 해 댔지
젊은 아버지가 쓴 약은 듣지도 않던 그 겨울
혹한조차 똥을 뭉치지는 못했지
늙은 산역꾼처럼 나는
감나무 아래 언 땅을 파
진눈깨비 맞으며 하나 묻고
썰매를 타다 돌아와 하나 더 묻고
묻고
잃은 온기를 더듬거리는 검은 염소,
조약돌처럼 만질만질한 그녀의 뿔을 만져 주었지
염소가 무엇으로 사는지도 모른 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