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1897838
· 쪽수 : 129쪽
· 출판일 : 2024-08-15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펜로즈 삼각형 – 11
꽃의 유목 – 13
알 수도 있는 사람 – 14
대공원 안에서 – 16
불타오르는 기타 – 18
흔들리는 집 – 20
이불과 수건 – 22
언 꽃 – 24
변이 지대 – 26
혀의 무덤 – 28
손가락선인장 – 30
흰 꽃병 – 32
발왕산 주목나무 살아 있지도 죽지도 못하고 – 33
제2부
탁본 – 37
코카서스 할아버지의 도서관 – 38
이미지 유목민 – 40
들깨를 털다 – 42
묵호에 묵다 – 44
철원 – 46
양양의 해를 따라 – 48
그림자 속 그림자 – 50
풀린 끈을 묶다가 – 52
캐스팅 – 54
은이 – 56
리플리증후군 – 58
돌의 폭포 – 60
구름이 들려주는 시 – 62
제3부
소문의 자루―소름 1 – 65
울타리 안 개구리―소름 2 – 66
최후의 목격자―소름 3 – 68
저수지의 신발―소름 4 – 69
염 들이다―소름 5 – 70
흰 나비 두 마리―소름 6 – 72
한밤의 내비게이션―소름 7 – 74
조문―소름 8 – 76
새 둥지 안에 세 들다―소름 9 – 77
금빛 제비집―소름 10 – 78
요양하러 왔어요―소름 11 – 79
횡문근육종암―소름 12 – 80
거짓말의 진실―소름 13 – 81
축원의 다라니―소름 14 – 82
그 아이는 두 손만 모으고 있었다―소름 15 – 84
에르카, 너의 소녀야―소름 16 – 86
제4부
개가 집을 나가는 경우의 수 – 89
공원의 한 페이지를 읽는 동안 – 92
끝나지 않는 줄 – 94
달의 뚜껑을 열다 – 96
돼지의 귀 – 98
기억의 오늘, 코르사코프 – 100
82-1 – 102
흰 그림자를 따라가다 – 104
검은 고요 – 105
편의점 안 세 여자 – 108
달이 사라졌다가 나타났다 – 110
이면지의 이면 – 112
육면체의 고라니 – 114
붓을 씻으며 – 116
해설 남승원 어긋난 지점들을 따라 걸으며 – 118
저자소개
책속에서
펜로즈 삼각형
표정이 자주 흔들리는 문을 열고 들어간다
바늘에 걸린 물방울이 튀어 오르고
찌를 던지고 기다리는 것은 오히려 떨림
물의 심장이 되어 출렁이는 구름
수면의 셔터가 번쩍,
그늘이 없는 감정의 마디가 휘청인다
물의 각이 어긋날 때 물고기와
잠시,
만났다
헤어진다
수면이 찰랑
메아리 번져 간다
코카서스 할아버지의 도서관
할아버지가 살고 계시다는 먼 산을 찾아갔습니다
새의 그림자가 시간을 돌립니다
검은 돌에 새겨진 불꽃의 글자들
구름이 태어나는 벼랑 같아요
한 번도 뵌 적 없는 할아버지 만나면
주름 깊은 이마를 더듬어 볼 수 있을까요
걷다가 도착한 곳이 여기, 비탈엔 검버섯이 많고
나무들은 등이 굽었어요
할아버지 생각은 한 번도 써 본 적 없네요
불에서 태어나신 할아버지
그 먼 이름에 유황 냄새가 배어 있는 아버지의 아버지
돌 속에서 살다가 돌 속에서 돌아가신 돌의 조상님
벼랑의 돌주머니에 제비가 살고 있네요
할아버지 품에서 알이 되고
날개를 달고
검은 눈을 가진 새
주술에 걸린 밤과 낮의 수염 자락에 매달린 집
돌기둥 육각형 안에는
포도주처럼 발효된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할아버지의 불은 차갑게 식어 돌이 되고
지금도 돌덩이 등에 지고 산을 오르시나요
꿈이 쏟아져 내리는 밤마다
말랑말랑한 과일을 찾아 맛봅니다
돌도서관에 사시는 할아버지,
살구나무 피리를 불어 드릴 테니
진흙과 석양의 음악을 조금 들려주시면 안 될까요
불의 씨앗을 저에게 주시면 안 될까요
소문의 자루
―소름 1
소금 자루라고 했다 조직이 팽팽하게 부풀어 보였다 언 땅에서 싹이 올라오고 있었다 아이가 태어났다 어둠이 더 어두워졌다 아픈 사람처럼 웅크린 자세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들풀이 자랐다 자루가 사라졌다
달이 이지러질 것이다 아이가 노인이 될 것이고 마을의 집은 지붕이 뾰족해질 것이고 서로 닮은 얼굴이 사라질 것이다 희망이라는 말이 사라질 것이다 삼각형 모자를 쓰고 날아다닐 것이다 소문이 마을을 잡아먹을 것이다
눈이 내린다 경계를 지운 폭설 눈사람의 눈동자를 달아 준다 반짝 빛난다 잊고 있던 자루가 불쑥 날아온다 홀쭉하다 바람이 운다 자루를 흔든다 혼자 생각하고 혼자 중얼거리는 자루 얼룩이 묻어 있다 만지려 하자, 쏜살같이 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