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1914887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5-07-22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04
모든 노동자는 성직자이다·강상기·13
두미도·강영환·14
달맞이꽃·강태승·15
내 얼굴·고 철·17
나는 노숙했다·공광규·18
살갈퀴·구재기·20
벗바리·기복진·22
라이더 파라다이스·김윤환·24
불귀의 객이 되고 싶지 않았어·김이하·27
늙은 신문 배달부·김인호·29
노동의 기쁨·김채운·31
소음성난청·김해화·33
곧 좋아질 것이다·김희정·34
팔십 년 사북 생각·맹문재·36
굿바이 노동절·박관서·39
농한기, 24년 겨울에서 25년 봄·박금리·41
텃밭에서·박두규·43
완성반 검사·박설희·45
얼룩·박성한·47
노동의 가치·박원희·48
빵·박철영·50
작업복·백무산·52
내가 쓴 일기의 한 토막·봉윤숙·54
노동자가 고함을 지른다·섬 동·56
그날 ‘함백광업소’는 전쟁터였다·성희직·58
한탄 신세·신언관·60
엄니 당부·양문규·64
어머니의 밥상·양선규·66
어떤 통화·여국현·67
호미·유덕선·70
새의 마음을 본다·유승도·72
눈물이 많아졌다·유용주·73
나마스테 뚤시 뿐 머걸(Tulsi Pun Magar)·유 종·77
노동의 미래·윤중목·80
사람이 그렇게 쉽게 죽어진다요·이강산·82
죽지는 않았습니다·이대흠·83
딱새·이원규·88
고물상·이정록·89
목구멍의 기원·임 윤·90
개미 인간·장세현·92
근로, 아니 노동·장우원·94
몸으로 시 한 편 썼네·정세훈·96
꽃 파는 남자·정원도·98
백 년의 고독·조기조·99
도시인·조미희·101
하늘에 뿌리내리기로 했다·진영대·103
로봇 노동자·채상근·105
땀 냄새·한종훈·107
바닥을 품다·황구하·108
흔적을 지우다 사라진 여자·황미경·109
노동문학관 시인들·111
저자소개
책속에서
책 머리에
2025년! 1945년 우리 민족이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80년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민족의 남북 분단으로 인해 이 땅 남한 사회에선 ‘노동’ 용어를 북한 동조자 ‘빨갱이’ 용어로 동일시 매도, 금기시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를, 일제 계승자 이승만 이후 다수 정치 권력자와 추종 세력들이 북한 적대 주적 개념을 전면에 내세운 기득권 사수 유지 통치를 하여, ‘스스로 알아서 일하는’ 개념의 <노동>을, ‘대가를 제시하는 타자의 요구에 의해 일하는’ 개념의 <근로>로 세뇌해 놓았기 때문이다.
전 지구적으로 4차산업이 급속히 진행됨을 추산해 볼 때 머지않은 시일에, 현재 <노동>과 <자본 정치>로 대치하고 있는 인간은, 노동을 대변하는 <인간>과 자본 정치를 대변하는 <AI 로봇>으로 대치하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아울러 AI 로봇에게 인간성을 탈취당한 인간은 노동의 소중함을 뒤늦게 자각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우리는, 우리의 후대들이 인간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동의 참된 가치와 얼을 부단히 심어 전해야 한다.
노동문학관이 시인 50명의, 노동의 참된 가치와 얼을 심은 신작 시 50편을 담아 ‘50인 노동시집’ 『몸으로 시 한 편 썼네』를 펴낸다. 동참한 시인님들을 비롯해 기획위원으로 수고한 맹문재 시인님과 양문규 시인님, 출간을 위해 힘써준 ‘시와에세이’ 관계자님들께 감사드린다. 아울러, 지원을 아끼지 않은 <홍주문화관광재단> 관계자님들께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
2025년 7월
노동문학관장 정세훈
2025년 4월 1일
나는 노숙했다
시베리아 여행에서 입었던 패딩을 입고
시베리아 여행에서 신었던 방한화를 신고
산별노동조합 동지들과 동지들 사이에서
은박지를 깔고
은박지를 덮고
그날도 대한민국 봄밤은 시베리아 추위였다
내 앞에는 귓바퀴에 은색 핀을 꽂은
투쟁가가 나오면
몸을 마구 흔들어 대던 젊은 여자아이들 셋
내 뒤에는 노동조합총연맹 간부
내 옆에는 사회단체 대록학교 사무총장
그 옆에는 소속이 없다는 평범한 중년 부인
노숙 대오 좌우에는
사회단체와 노동조합과 농민 단체 깃발들
대학생회와 진보정당 깃발들
무대에는 대통령 파면 선고 촉구 현수막
진주에서 올라왔다는 중학생 연사
강원도에서 왔다는 대학생 연사
전라도에서 올라온 여성 농민 연사
2025년 4월 1일
안국동 사거리 안국빌딩 앞에서
1990년대 초 박원순 변호사 주관으로
미국 시민 운동사를 출근 전 공부했던 빌딩 앞에서
은박지를 깔고
은박지를 덮고
나는 노숙했다
―공광규 「나는 노숙했다」 전문
1
갱 속에서 살아가던 광부들이
안경다리 위에서 돌을 던진 일이며
돌멩이가 그들의 유일한 무기였던 상황을
나는 알지 못했다
광부들이 불법 군인들에게 잡혀가
밤낮없이 당한 고문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2
사북에서 일하던 아버지는
왜 그 일을 전해주지 않았을까?
울분이 끓어올랐지만
공포에 압사당한 것이었을까?
군인들의 강제 연행에 빠져
동료들에게 미안해서였을까?
언젠가 밝혀질 사건이라고
시간을 믿은 것일까?
3
어떻게 군인들이
식은밥 같은 광부들을
연탄재처럼 짓밟을 수 있을까?
방패 하나 없는 그들을
막장보다 더 깊은 어둠에 가두고
고문할 수 있을까?
4
사북으로부터 먼 곳에 있는
공단의 굴뚝을 바라보며
실습 시간을 간신히 채우던 공고생은
유언비어 같은 소문조차
듣지 못했다
광부들의 소금 같은 눈물도
배고픔 같은 공포도
도끼날 같은 분노도
알지 못했다
―맹문재 「팔십 년 사북 생각」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