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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92005676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26-03-20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들어가는 글 | 축구로 여는 사유의 그라운드
1부. 존재
01 골목 축구: 놀이하는 인간
02 노 룩 패스: 지각하는 몸
03 마르세유 턴: 물아일체(物我一體)
04 발리슛: 지금-여기
05 드리블: 불안과 선택
06 실패와 우연의 그라운드: 부조리
07 마에스트로: 무위(無爲)
08 양발잡이: 장인정신
2부. 기억
09 첫 축구장: 무의지적 기억
10 광화문광장의 카타르시스: 디오니소스
11 종료 휘슬 이후의 남겨짐: 해체
12 원클럽맨과 영구결번: 서사 철학
13 동대문운동장 ‘창갈이 아저씨’: 공간 생산
14 축구는 시각적 서사다: 이미지론
15 축구 팬덤은 밈이다: 문화 유전자
16 패배의 주범: 희생양 메커니즘
3부. 품격
17 승패의 미덕: 예(禮)
18 이상과 현실 사이: 정의론
19 전술의 권모술수: 현실주의
20 축구의 덕목: 실천 전통
21 선수 이적은 배신인가, 자유인가: 도덕적 딜레마
22 오프사이드 속 자유: 정언명령
23 베테랑과 언성 히어로: 수기치인(修己治人)
24 팀워크: 무지의 베일
4부. 상징
25 라커룸의 말: 전술적 실천
26 SNS의 글: 자기 커뮤니케이션
27 언어와 해석의 경기: 해석학적 순환
28 축구장의 전쟁 담론: 은유 수사학
29 사커인가, 풋볼인가: 언어 게임
30 골 세리머니: 기호학
31 파란색과 빨간색의 대립: 구조주의 신화론
32 제국의 공: 오리엔탈리즘
5부. 미래
33 전술 혁명: 패러다임 전환
34 낭만이 사라진 경기: 탈마법화
35 축구 아우라의 소멸: 기술복제 시대
36 데이터가 된 몸: 감각의 산업화
37 메시의 아디다스 vs 호날두의 나이키: 시뮬라크르
38 알고리즘과 함께 뛰는 사람들: 인간과 기술의 공진화
39 사이보그 선수: 정체성과 경계의 유동성
40 뜨거운 지구 위의 월드컵: 위험사회
나가는 글 | 호모 사커엔스: 차는 인간, 사유하는 공동체
미주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는 열 살 무렵부터 축구공을 따라다니며 15년 동안 선수로 살았다. 먼지 풀풀 날리는 운동장부터 함성이 쏟아지는 스타디움까지, 그라운드 위에서 흘린 땀은 내 치열한 ‘인생’ 그 자체였다. 돌아보면 나는 그라운드에서 뛰는 동시에 그 풍경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 책장에 꽂혀 있던 인문학 서적들 덕분에 나는 선수이면서 동시에 관찰자가 될 수 있었다.
선수 생활을 마친 뒤 나는 연구자의 길을 택했다. 지금은 스포츠사회학자로서 축구가 품은 인간적·사회적·문화적 의미를 탐구하고 있다. 강의 자료 속에서, 연구 인터뷰 현장에서 그리고 더 자주는 일상의 틈에서 축구에 관한 사유가 움텄다. 대중교통 안에서, 동료와 커피 한 잔을 나누며, 깊은 밤 막 잠에서 깨어난 순간에도 메모는 이어졌다.
교회 예배당에서 떠올린 장면, 아들과 공놀이하던 햇살 좋은 오후, K리그 경기장에서 기록해둔 감정, 수강생과의 대화에서 반짝인 통찰, 유럽 도시의 낡은 스타디움 풍경, 무엇보다 선수 시절 일기장 속에 쌓여 있던 언어들이 다시 살아났다. 그 기억들은 다양한 사유의 틀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얻었다.
선수로 15년, 연구자로 15년. 두 삶의 궤적은 이제 하나의 균형점에 닿았다. 이 책은 이러한 삶과 사유가 충돌하고 교차하는 현장에서 자라난 결과다.
들어가는 글_축구로 여는 사유의 그라운드
축구는 실패와 우연이 지배하는 경기다. 아무리 완벽한 전략과 기술을 갖췄어도 결과는 뜻밖에 허망하게 흘러갈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축구를 사랑한다. 그 안에서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내는 인간의 능력 덕분이며 이는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가 말한 부조리한 실존과 닮아 있다. 축구는 오롯이 우리가 의미를 창조하는 무대다. 우리는 공정한 결과를 기대한다. 실력 있는 팀이 이기고 규칙을 지킨 선수가 보상받기를 바란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심판의 오심, VAR 판독의 한계, 시간 끌기, 과장된 행동, 단 한 번의 실수. 이 모든 요소는 축구를 불투명하고 불합리하며 논리로는 설명되지 않는 경기로 만든다.
06_실패와 우연의 그라운드: 부조리
백패스는 흔히 소극적인 행위로 오해받는다. 하지만 그 판단 속에는 지금은 나아갈 수 없다는 명확한 인식과 흐름을 바꾸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 담겨 있다. 무턱대고 전진하기보다 잠시 멈추고 돌아섬으로써 경기 전체의 리듬을 조율하고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키르케고르는 인간 실존의 본질을 ‘불안’과 ‘선택’으로 보았다. 백패스는 그 불안의 순간에 이루어지는 실존적 선택이다. ‘지금은 아니다’라고 판단하고 불확실함을 견디며 더 나은 찬스를 위해 현재를 유보하는 태도다. 때로는 그 유보가 확실한 패배를 막고 더 큰 가능성의 문을 여는 가장 용기 있는 선택이 된다. 축구에서 백패스는 현재의 흐름을 의심하고 다시 구조를 읽으며, 다음을 준비하는 능동적인 움직임이다.
05_드리블: 불안과 선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