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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079028
· 쪽수 : 167쪽
· 출판일 : 2021-11-15
책 소개
목차
제1부 검은 스타킹, 아름답고 위험한
밤의 숲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
겨울나무
저녁이 바이올렛 눈을 하고
오른쪽으로 돌면 우체국이 있다
베고니아, 사랑, 그리고
부서진 틈새로 넘어지고 말다
해바라기 도시
작약, 그 균열하는 봄날에
금요일에 흔들리는 풍경
명동, 더욱더 파닥이는
검은 스타킹, 아름답고 위험한
슬픔
일어나고 기울고
한 장의 종이로
그 숲에는
제2부 쁘아종
좋은 아침
카페라떼
쁘아종
legato
낡아가는 봄
비긴 어게인
풍동風洞가는 길
적당한 온도는 서서히 부패를 몰고 온다
지나침이 문제다
우울한 기류
시티 오브 조이
가짜야
불면
현수막 같은 오늘이
붉은 분필로 칠판에 언덕을 그릴 때
제3부 열정의 보엠
사망통지서도 없이
긍정
우린 낙엽처럼 여행하고 있어요
1인칭과 3인칭
걸어갈 때
나를 일으키는 의자들
열정의 보엠
가끔은
솟구쳐 올라 처박히는
갈색 작은 가구가 실내의 표정을 살린다
ing
수북이 쌓인 열망이 흔들리고
객석의 시선
벤치에 누워 버리다
개인의 풍경
제4부 Sacrifice
유리벽
그는 오랫동안 위태로웠다
지구는 더욱더 단단해지고
Sacrifice
나는 왜 몰랐을까
프리즘을 통과한 보라색
파란 나비를 보았니?
되돌이표
노래는 가물거리는 촛불을 감싸주는 손바닥 같은 괄호일지니
프레파라트 속의 자화상
거짓 희망
도. 미. 솔. 미. 도
함성 흥건히 적시고
희망이 해열 진통제를 찾다
누가 누구에게
해설 숲과 나비의 궤적에서 찾은 헤테로토피아 | 한정원(시인)
저자소개
책속에서
해바라기 도시
삿대질하는 햇살이
도시의 까만 입술을 타고 들어가는
지금
태양은 붉은 고양이의 혓바닥이다*
이집 저집 지붕을 타고 다니는 태양은
발정 난 암고양이 발톱의 때를 밝혀 준다
*Tony Morrison의 재즈에서.
쁘아종
내 안에 천 개의 꽃잎 춤추고 있어
너울거리는 욕망과 원초적 싱싱함이 너울거려
검은 드레스에 빨간 립스틱의 여자
광고판의 그녀, 눈길은 사람들을 꿈꾸게 해
화냥년 같은 홍콩의 밤거리
삶의 향기 다듬는 일에 게으른 긴 손톱
나비를 찢고 있다
물거품이 위로 아래로 솟구침에
물방울의 싱싱함으로 튀어 오르는 여인
흩날리는 꽃잎 같은 일곱 베일의 춤을 춘다
한 겹 한 겹 쌓이는 꽃잎들
시한폭탄같이 위태로워
모든 여자는 독을 품어야 살 수 있다
세차게 폭풍처럼 확산하는 멜로디 가파르게 오르고
질주보다 멈춤이 더 힘들어
거스르지 못하게 무르익어 빛나는 지독한 눈빛
붉은 독사의 관능에
나비 떼들 불 속에 뛰어든다 추락한다
ㅡ네 소원이 무엇이냐 나라의 절반이라도 주리라 나의 어여쁜 자 살로메*
ㅡ왕이시여, 요한의 머리를 주세요
은쟁반 위 머리 하나 받쳐 들고 살로메 입맞춤을 한다
조롱하는 꼿꼿한 요한의 눈빛
ㅡ요한, 나와 같이 가요
가득 차오르는 슬픈 희열 예쁜 잎사귀들, 꽃잎들 널 어루만져
ㅡ어머니 이제 나 이제 이목을 가져도 되죠
가슴속 허무의 송가 파도 같이
늘 내 안에 천 개의 장미꽃잎 춤추고 있어
붉은 입술들이
꽃들을 한꺼번에 몰살시키고 나비들은 기꺼이 죽어 나간다
붉고 아름답고 은밀한
불길한 향기에 취해 살아가는 여인들
오늘도 천 개의 장미꽃잎 입술로 부활하고 있는 살로메들
*오스카 와일드 원작 오페라 〈살로메〉.
Sacrifice*
알렉산더와 실어증의 아들 고센은 해변가에 죽은 나무를 심고
ㅡ아주 먼 옛날 한 수도원에 팜베라는 늙은 수도승이 살고 있었지
그는 산에 나무를 심고 조안 코롭에게 나무가 살아날 때까지 매일 물을 주도록 했지
3년 동안 물을 주었는데 나무에 온통 꽃이 만발한 것을 보았단다
ㅡ고센, 태초에 말씀이 있었는데 너는 작은 물고기같이 말이 없구나
ㅡ아빠, 정말 정성스럽게 물을 주면 죽은 나무에서 꽃을 피울 수 있을까요?
ㅡ아들아! 네 온 마음을 담는다면 죽은 나무도 꽃을 피운단다**
알렉산더,
서걱대는 빈 수레 같은 말
허공의 모순된 말처럼 뿌리들이 살아날 수 있을까요
공허한 뿌리들의 웃음이 내 속에 뿌리를 내려요
내 앵글엔 죽은 나무가 고개를 흔드는 모습만 들어와요
미안해요 보이지 않는 것도 붙잡아야 하는데
내 눈이 세상마당의 상식의 잣대를 잡아요
우울한 지식이 우리를 비틀거리게 해요
내 갈비뼈마다 검은 잎사귀 돋아나고
머리는 바벨탑 꼭대기에서 놀고 있어요
알렉산더,
모래뿐인 나는 당신의 사막이에요
온 마음을 담을 것들이 나무를 위해 나에게 남아 있는지
나는 우울한 믿음의 물고기예요
미친 세상 기꺼이 살아 드리는 게
죽은 나무에서 꽃을 피워 드리는 믿음이라면
나를 불길에 넣어 버릴 건가요
두 팔 벌리고 달려오는 파도의 그림자가 위태로워요
죽은 나무에게 뿌리를 줘야 해요
내 머리카락으로 뿌리를 만들어줘요
새벽닭 세 번 울기 전까지
뿌리를 불쌍히 여기시는 분이시여
뿌리들이 둥근 낙원에 이를 때까지 보호하소서
태초의 말씀으로
#알렉산더는 세상의 구원과 아들 고센의 병을 위해 희생양이 필요했고 집에
불을 지르고, 앰뷸런스 소리 요란하다 바하의 음악이 흐르고 고센은 마치 꽃이
핀 듯한 죽은 나무를 쳐다본다***
*Andrei Tarkovsky 감독의 유작.
**영화 대사.
***바하의 〈마태 수난곡〉 중의 아리아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ㅡ영화 주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