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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079165
· 쪽수 : 146쪽
· 출판일 : 2022-03-31
책 소개
목차
1부
그림자
아기 낳는 남자
위생 물수건
비의 아리아
알츠하이머
가을 벚나무
트리하우스
가을 참 잘 익었다
저녁 바다
가을, 묵직하다
고향의 여름을 만지고 싶다
그녀의 선물
그대는 여전히 꽃이다
끝 집
2부
낮달
누가 내 설렁줄을 흔드는가
대합실待合室
덫을 놓다
돌탑
들판을 적시는 강물처럼
민들레 집
바람 길
바람 뒤에는 그 무엇이 있다
봄날의 만찬
여인의 담장
은행나무 가로수
눈 내리는 날 그대 없는 길에서
얘야 꽃 떨어질라
넥타이
3부
바람이 수상하다
복수초
봄에 듣는 소리
봄을 캐다
불면不眠
비바람은 지나가겠지만
빈 손
빈집
사과꽃
생각해 보면
섬초롱꽃
성모마리아
손전화는 꺼져 있었다
쇠기러기 한 마리
쑥 향기
4부
열꽃
열대야
옛것에 대하여
오늘 눈 뜨면
오월에 만났으니
온통 붉다
우수雨水 지나고
음악다방에서
제비꽃
창진산장
청룡호수
축령산의 봄
카페 산타나의 저녁
풍경소리 그쳤는데
홀과 짝
지면패랭이꽃
해설 아날로그적 서정과 온전한 사랑에의 갈망 | 고명수
저자소개
책속에서
손전화는 꺼져 있었다
전화를 걸었으나
손전화는 꺼져 통화할 수 없었다
엄습해 오는 불안함은
어둠 속에 갇힌 것 같았다
귀 닫은 자에게
큰 소리로 말한들 소용없는 일
어느 날
내 전화기가 꺼져 있었는데
부재중 말하지 못한 흔적들
침묵하는 아우성이었다
부재중 갈매기 표시
저 닿을 수 없던 말들은 누구의 마음을
나도 모르게 찌르고 있었을까
교신 되지 못하는 세상은 캄캄해
불통에서 소통을 꺼내
온전히 소통되는 그 날
너와 나,
물 흐르듯 내통하는 일은
길고 긴 캄캄한 터널을 빠져나온 듯
환하고 시원했다
위생 물수건
온몸을 적시고 목욕재계 후에도
정갈은 나의 좌우명
물기 없는 것은 죽은 것
언제나 무균으로 부활해야 한다
때로는 따뜻하게 덥히거나 시원한 몸으로
그들의 기호에 맞게 단장해야 한다
가끔은 탁자에 흘린 얼룩을 닦는 알바도 하고
바닥에 떨어지면 밟히기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노동의 대가는 늘 저임금이고
서비스로 던져지는 몸이라 사례도 없다
그들은 얼굴을 닦고 온몸을 비틀기도 했다
그들이 내 입술과 몸을 탐할 때마다
내 온몸에는 소름이 돋는데
쓰고는 냅다 버려진다 더 이상 쓸모없다는 듯
내 온몸이 축축한 것은 나의 눈물인 것을
그들은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다
낯선 손길을 기다리며 젖은 몸으로
소나가찌인도의 매춘거리.
거리의 여인처럼 살아가는 그녀는
매일 낯선 손님을 낯익게 맞이해야 한다
음악다방에서
어둠이 저녁 안개처럼 내린 음악다방
옛 추억 한가득 담은 수레바퀴는 돈다
지치지 않는 엘피판 위로
오래된 먼지처럼 돋아나는 추억
내가 먼 길 걸어오면서
닳은 뒷굽만큼의 긴 골목길
엘피판 아득한 소리의 계곡을 따라
귓가에 풀어 놓는다
느티나무 가지에 그네 매고 뛰놀던 언덕
물장구치던 개울가 친구들의 재잘거림
엿장수 가위 장단에 엿가락과 깨엿을 따라
졸졸졸 리어카를 따르던 그 시절
그 어린 날 높은 담장을 떠나
여기까지 돌부리 낯선 길 걸어오면서
이제는 낮아진 담장 보며 흰머리 쓸어 올리는
기우뚱 닳아버린 구두 뒷굽
카푸치노 한 잔의 새콤달콤함으로
시간은 엘피판 홈을 따라 쉼 없이 돌고
자전축만큼 기울어진 나는 내일도
마른 갈대 서걱이는 강가를 걸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