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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079547
· 쪽수 : 180쪽
· 출판일 : 2023-02-08
책 소개
목차
차례
시인의 말
1부
백양사 갈참나무
민달팽이 1
달 속살이 벗겨서
바람이 그리는 그림
각설이타령 2
갈매기 떼
검정 고무신 속 바다
목선을 타고
보석 2
개화 3
가솔송
그랜드캐년 2
그 시계
삶은 밤을 파먹다
꽃 3
견디는 세월 한 켜 쌓인다
2부
흰노루 한 마리 일어서고 있다
그늘이 살아나고 있다
눈동자
검은 데생을 즐기다
노래하는 처용
달 2
대덕산 장끼 2
돌의 길
매화 피어나는 소리
몸부림
달리기 왕진
무의미 시 1
무의미 시 2
무의미 시 3
무의미 시 5
3부
개미와 나
나무, 말을 하고 있다
노 저어가는 신부
불로 넘쳐 타오르다
눈물 안으로 들어가
물싸움
바보새 2
미소를 가르치고 있다
물구나무서기 1
바람
가슴에 갇힌 새 날아간다
벗고
부부 와불
봄을 모르는 꽃
별과 달이 살던 집
봄은 아직 피 묻어
4부
폐선을 꿰매고
돌 속의 새
늪 1
늪 2
분홍 낙법
들에는 무슨 일이
로고스, 그때를 향해 가고 있다
부활 1
빈 배
사랑길, 꿈이 남아 부스럭거린다
사람이 뭣이길래 2
사막
빈 집
산색
말 한 마리가 내 앞에 서서
비로소 음악이 되어
해설
시간의 층계를 오르내리며 던진 존재론적 물음 | 유성호(문학평론가 · 한양대 교수)
저자소개
책속에서
목선을 타고
목선을 타고 싶다
뒤뚱뒤뚱 내 일생 같겠지
노 저을 줄도 모르면서,
종이배처럼 물결 타며 가고 싶은데
아득히 철썩이는 소리뿐,
아찔하게 다시 기어오르는 뱃머리
그래도 푸른 기쁨은 수평선 바다에
철썩였지
배 끝을 잡고 어디로,
온몸 뒤틀리고 숨 막혀도
그때, 처음, 나무배 타고,
천 리를 가고 싶던 마음만 실어
이젠 노도 없이 출렁인다
물길을 따라 실려 가고 있는
이것, 사는 것이다
절절히 막혀 있어도
물길은 퍼렇고 훤해
목선은 가고 있다
삐꺽거려도
생生이 만선이다
바보새 2
감기에 잡혔다
열에 들뜬 손이 약봉지를 열다가
아래 받침 ㄱ자가 주르르 빠져 달아난
이름 석 자가 비상하고 있었다
바보조鳥
병원 북새통 속, 펄럭거리던 손
약사의 동의 없는 개명
바보새라고?
족집게 도사보다 더 영험하다
몸보다 조금 더 큰 날개를 달았지
바쁘기만 하고 정처 없었던,
먼 곳만 바라보며
날아가던 날개 아픈 새,
바보에게도 날개는 있어 꿈꾸며 펼쳤지
어디든 가고 싶었지
초등학교 땐 임춘앵 국극단을 따라 멀리 갈 뻔했고
결혼하고는 보따리 몇 번 쌌지
들꽃과는 아주 살림 차렸어
시마詩魔에 걸려 지금까지 열에 들뜬 채
옭히어, 지새우는데
어쩌지 나, 바보새
어딘지 한곳이 텅 빈 구름을
어눌하고 모자란 여자 하나
다소곳이 다가온다
마음 숙이고 정좌해 알약을 넘긴다
살아오면서 쌓인 열불도 내려갈는지
낮추고 비워, 가볍게 높이 날자
바보새 한 마리 창공을 날아가고 있다
약봉투 위를 훨훨
늪 1
누가 나를 여기 보내 놓고
들릴 듯 말 듯
모국어로 밀려오는 수심水深,
늘 가장 밑바닥에서 들리는 말씀 있어
비늘 벗겨진 물고기의 말을
받아 적습니다
해가 지려고 합니다
저쪽 하늘이 타올라
걷잡을 수 없네요
온통 불꽃입니다
섣달, 차고 설레이는
가지 끝에 엎드린 채,
꺼내는 날개 속
심장이 뛰는 소리,
어둠 속 떨리는 말 한마디가 있습니다
로고스의 눈이 검게 익어가고 있는 늪
잠 속에서도 출렁이던 탱탱한 과녁,
진흙 속 황금빛 흉상胸像에
날아가 가슴을 포갭니다
늪 속 빛나는 한 말씀이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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