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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92087269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24-08-08
책 소개
목차
1장 홍건적(紅巾賊)
2장 애통교서(哀痛敎書)
3장 이무기
4장 점괘(占卦)
5장 흥왕사(興王寺)
6장 폐위조서(廢位詔書)
7장 허허실실(虛虛實實)
8장 달천강(獺川江)
9장 자미성(紫微星)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머리말
“역사는 나의 자화상이다.”
이 문장은 내가 역사소설을 쓰면서 좌우명으로 삼는 말이다. 역사소설을 쓰기 위해 자료를 찾다 보면 울분에 겨워 땅을 칠 때도, 가슴 깊이 벅차오를 때도 있다.
그럴 때면 7천만 우리 민족의 굴곡진 역사가 세월의 강물처럼 흐르고 흘러내려 자화상의 주름이 되고 자양분이 되었으니, 내가 소설의 구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소설의 배경으로 태평성대가 아니라 역동의 시대, 욕망이 분출하는 시대, 즉 난세를 주목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도 수많은 군웅과 학자들이 나타나 중국문화를 꽃피웠다. 한마디로 춘추전국시대가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중국이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중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고구려와 백제가 멸망하고 난 뒤에 고구려와 백제의 문화를 받아들인 신라가 중국 못지않게 자신의 문화를 융성하게 꽃피웠다. 그러나 문화란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라서, 새로운 질서가 창조되는 과정에서는 피와 살을 도려내는 아픔도 함께 존재했다.
역사는 사라지지 않고 반복한다. 사계절이 순환하는 자연의 이치처럼 어제의 역사가 오늘의 현실이 된다. 역사가 순환하니, 우리는 역사의 아픔을 인문학적 사고에만 가두면 안 된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야만 했던 민중들의 삶과 아픔을 받아들여 내 살과 피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기에 역사소설을 쓰는 작가에게 ‘아픔의 전달자’라는 소명은 감히 역사적 사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이 아픔을 나의 자화상으로 만들고, 나 스스로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 역사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첫 작품으로 쓴 『백제 지수신』에서도 내가 주인공이 되어 백제 유민의 아픔을 체험해 보았다.
하지만 나의 아픔은 이것으로 만족하지 않았고, 일흔 하고도 반을 넘어가는 나이에 새로운 열망을 이끌고 또 다른 격동의 시대 고려 말의 군주, 공민왕을 만나고자 했다.
공민왕 시대는 원나라와 명나라의 교체기로 원나라에 반란이 우후죽순처럼 일어났다. 이런 난세에 걸맞게 원나라의 권신들도 서로 파당을 짓고 권력투쟁만 일삼으니 원나라 황제는 있으나 마나 한 존재였다.
고려의 형편도 원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민왕이 원나라의 제도를 혁파하고 개혁의 기치를 내걸었지만, 기황후와 그의 일족이 고려의 국정을 농단하자, 그 역시 원나라 황제처럼 존재감을 드러낼 수 없는 형편이었다.
게다가 홍건적이 서경과 개경을 연달아 함락하고. 공민왕이 믿고 의지하던 무장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배신을 일삼으니 공민왕 시대는 난세 중에 난세였다.
나는 소설을 구상하기 시작하면서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했다. 『고려사』와 『고려사절요』는 김종서 정인지 등이 세종의 명을 받아 역성혁명의 당위를 마련하고자 편찬했으니, 역사소설을 쓰는 입장에서 볼 때 편향성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좀 더 객관적 시각으로 역사를 읽어내기 위해 역사학자들이 새롭게 쓴 논문과 저서로 시선을 돌리니, 마침내 공민왕 시대의 면면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다. 아쉬움은 다른 곳에 있었다. 소설의 무대가 대부분 중국과 북한이어서 지리적 고증이 쉽지 않았다.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공민왕 시대를 조명한 소설 『소설 공민왕, 너의 칼은 누구라 하느냐』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이 소설은 공민왕 시대의 가장 치열하며 역동적인 사건이었던 홍건적의 침략과 기황후의 한풀이에서 비롯한 흥왕사의 난. 덕흥군의 반역을 배경으로, 무장들의 음모와 배신 그리고 공민왕의 용인술 등을 흥미롭게 다루었다.
작가가 소설의 구상을 잘하고 주옥같은 문장으로 소설을 쓴다 한들 평가는 독자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소설은 논문이나 평전이 아니라, 역사적 고증에 작가가 상상력을 보태 쓴 소설임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2024년 7월 11일
종묘 공민왕영정봉안지당 앞에서 류정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