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와 성서

￭ 책머리에 : 왜 셰익스피어와 성서인가?

제1장 셰익스피어와 그의 시대
1. 요정의 여왕 엘리자베스 1세
2. 연극의 도시 런던
3. 1606년의 셰익스피어
4. 셰익스피어의 런던 활동 시대
5. 에이번강의 노을에 지다

제2장 셰익스피어와 종교
1. 메리 여왕과 엘리자베스 여왕
2. 튜더 왕조의 정치와 종교
3. 셰익스피어와 종교
4. 제임스 1세와 흠정성서 제정

제3장 <리어 왕>은 어떤 작품인가?
1. 텍스트, 창작연도, 출처와 소재
2. 플롯 시놉시스
3. 코델리아

제4장 <리어 왕>의 분석과 해석
1. <리어 왕> 평론의 역사
2. 헤르만 울리치의 <리어 왕> 비평
3. 브래들리의 <리어 왕> 비극론
4. 리처드 슈얼의 기독교 비극론
5. 얀 코트의 <리어 왕> 비평
6. 매클로이의 중화론
7. 르네상스 시대의 오컬트 철학

제5장 셰익스피어 새로 읽기 <리어 왕>과 「욥기」

제6장 <리어 왕> 공연론
1. 공연의 1차적 과제
2. <리어 왕> 텍스트 읽기
3. 포엘의 원작 복원 운동
4. 피터 브룩과 스즈키 다다시
5. <리어 왕> 공연의 한국적 상황
6. 극단 미추의 <리어 왕> 공연

￭ 참고문헌
￭ 찾아보기

책머리에 중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어느 곳에서는 성서를 봉독하며 예배를 올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세계 어느 곳에서는 셰익스피어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을 것이다. 이토록 두 책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책이다. 약 2천 년 전 이스라엘 땅에서 한 사람의 유대인이 선교 활동을 시작 했다. 그는 로마 제국의 탄압을 받고 체포되어 십자가에 못 박혔다. 그의 사후에, 예수의 제자들은 복음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성서가 탄생했다. 이웃을 사랑하고,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하느님의 사함을 받아 구제되어야 한다는 기독교의 복음을 전하는 교전(敎典)이 성서이다. 성서는 여러 선지자들이 써서 집대성했다. 성서는 『구약성서』 전 39권과 『신약성서』 전 27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국의 『흠정역성서』가 간행된 것이 1611년이고, 셰익스피어가 최후의 작품 「폭풍」을 쓴 것이 1611년이다. 그가 사망한 해가 1616년이고, 폴리오판 셰익스피어 전집이 1623년에 출판되었다. 문제는 이 두 책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끼치며 연관되고 있느냐는 것이다. (중략)
<리어 왕>은 성서와 정신의 궤를 함께한다. 성서와 셰익스피어는 ‘인유(引喩)’가 성립된다. 인유는 두 가지 의미가 교차하는 기호이다. 셰익스피어는 성서의 의미를 자신의 미적 체계 속에 재정립했다. 그런 수사학적 기교는 상호 가치의 교접이요 활용이다. 스티븐 마크스는 이와 관련해서 말했다. “인용의 형태로 하는 그런 작업은 한 구절만의 결합이 되기도 하고, 작품의 주제와 구조에 포괄적으로 포함되는 경우가 되기도 한다.” 셰익스피어가 인용한 성서는 암호화된 의미로 전달된다. 성서 해석의 ‘예표론(豫表論)’은 성서와 작품 간의 유사점과 대응 관계를 강조하는 방법이다. 이런 방법을 통해 성서에서 일어난 일이 <리어 왕>에서 발생한 일로 표상되면서 그 의미를 강조하게 된다. 이런 수사(修辭)는 원천과 유사의 경우라 할 수 있다. 셰익스피어와 성서의 예표론적 관계를 설명하면서 마크스는 「욥기」와 <리어 왕>을 예로 들고 있다. “성서의 비극을 모방하는 듯한 플롯, 인물, 이미지 표현으로서 셰익스피어는 인간과 신의 화해 문제를 탐구했다”고 마크스는 주장했다.

1601년 9월 8일 부친 존이 홀리 트리니티 교회서 매장되었다. 1603년 3월 24일, 엘리자베스 여왕이 서거했다. 1601년 2월 8일 에식스 백작이 반란을 일으켜 처형되었고, 사우샘프턴 백작은 종신형으로 수감되었다. 에식스 백작의 요청에 의해 왕위 찬탈극 <리처드 2세>를 반란 전야 2월 7일 글로브극장에서 공연해서 물의를 일으켰다. 1603년 3월 19일 전염병으로 극장이 1년간 폐쇄되었다. 1605년 ‘가이 포크스 의사당 폭파 음모 사건’이 발각되어 관련자 전원이 체포 및 처형되었다. 1603년 그의 보호자였던 조지 캐리 경(Sir George Carey)이 1603년 9월에 사망했다. 극단의 주도적인 배우이며 셰익스피어와 특별히 친근했던 오거스틴 필립(Augustine Phillips)도 사망했다. 그의 죽음은 셰익스피어에게 큰 충격이요 아픔이었다. 이런 불안하고 슬픈 사건들이 속출하면서 셰익스피어는 극심한 심적 고통을 느꼈을 것이다. 특히 튜더 왕조 종말의 시기에 그는 제반 사건에서 인생의 비극을 통감했을 것이다. 미쳐서 광야를 헤매며 폭풍 속에서 포효하는 리어 왕의 말로와 처절함을 이 모든 일을 통해 뼈아프게 느꼈을 것이다. 이런 비극적 체험의 심연(深淵)에서 그는 비극의 펜을 들었을 것이다.

튜더 왕조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 영국은 급진적으로 사회가 변했다. 영국은 당시 신교 중심이었지만 여전히 가톨릭은 국민 속에 잠복되어 있었다. 휴머니즘은 문화의 기조가 되어 엘리자베스 시대의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는 원동력이었다. 이런 문화적 환경에서 셰익스피어 연극은 관객의 절대적인 호응을 얻으며 공연되고 있었다. 그의 작품 가운데서도 특히 <리어 왕> 등 비극작품은 인간의 고뇌, 압박, 투쟁, 죽음에 관한 암울한 주제를 다룬 작품으로서 밝고 행복한 이야기로 가득 찬 이전의 희극 작품과는 판이했다. <리어 왕>은 선한 집단이 악의 집단에 의해 파멸되고, 동시에 악의 집단도 내부의 갈등과 분열로 자멸하는 인간 종말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리어는 악의 횡포에 시달리는 시련을 겪으면 신에게 항의하고, 호소하면서 구제의 손길을 내밀었다.
셰익스피어 학자 얀 코트는 <리어 왕>을 새로운 「욥기」라고 정의했다. 해럴드 블룸(Harold Bloom)도 <리어 왕>에 「욥기」가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욥기」와 <리어 왕>은 플롯, 인물, 주제, 언어에 있어서 유사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셰익스피어는 성서에서 영감을 얻고 있다”고 스티븐 마크스(Steven Marx)는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