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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과의 사랑

펭귄과의 사랑

박래빗 (지은이)
걷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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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과의 사랑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펭귄과의 사랑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333625
· 쪽수 : 148쪽
· 출판일 : 2023-02-09

책 소개

2019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래빗 시인의 첫 시집 <펭귄과의 사랑>이 걷는사람 시인선 81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사르트르의 문장을 가슴속에 품었더니 시가 되었다고 고백한 시인은 어린 시절의 다채롭고 통통 튀는 상상력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우리 앞에 나타났다.

목차

1부 다 들킨 봄
그대의 앉은 자리에 내가 앉아 있고
미학
꽃, 숨
송아지의 무릎
송아지의 발등
모래시계를 삶았다
상자
호랑이 연못
쓸쓸하게 웅크린
복숭아 알레르기
Savasana
검정 설탕 유령

분홍 눈

2부 모래가 될 때까지
내 전생은 빗방울의 ㄹ의 빗소리
빨강 모래알
있습니다, 평행사변형의
몽환의 양식
새의 얼굴
초록의 감각
바람 빼기 자세
해바라기 라디오
오로라 화관
웃는 저고리
바닐라 향기
간절한 호두과자
옷들의 이야기

3부 대답은 고양이의 몫입니다
동화와 모형들
의자
커피소년
기린의 전화
장미를 올려놓으세요
켈트족에게
레이어드
탑정호수
바위 할아버지
7
잠자는 모자

4부 쿠키가 되어 보자
시로 만든 쿠키
펭귄과의 사랑
접. 점

바람이 뱉는 호흡
거울 화가
흰 사각형의 우주
막심 므라비차
모자를 따는 여인
기원전과 기원후의 비
임사 체험

해설
얼려 두기, 일시 정지
—김진석(문학평론가)

저자소개

박래빗 (지은이)    정보 더보기
본명은 박혜정이다. 2019년 실천문학 <새의 얼굴>으로 등단해 시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첫 시집 <펭귄과의 사랑>이 있고, 첫 산문집 <i의 예쁨>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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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나는 앉아서 그대를 생각하네 그대 생각을 하는 내가 앉아 있고 그대는 없지만 그대 없는 이 자리에 그대가 있다는 생각의 자리가 있네 원두는 물방울을 타고 칙칙 날아오르고 그대 앉은 얼룩진 의자에는 쏟아진 그대의 안경들이 듬뿍 있네 우리 또 운명같이 만나면 이번에는 그냥 또 스쳐 갈 것인지 둘 중 누군가가 먼저 목소리를 낼지 여러 생각 말고 여러 의자 말고 그저 조용히 앉아서 생각을 하는 우리가 있네 어쩌면 처음부터 둘이었는데 둘을 알지 못하고 또 지나치기만 한 시간이 있었네 그 의자는 알고 앉아 있을 것이고 앉아 생각을 짓고 있을 것이라네 서로에게 쌓인 날들이 원두처럼 볶아지고 있을 때처럼 헤어짐이 결코 헤어짐이 아니라는 것을 원두의 껍질이 닳아지지 않는 것같이 아무런 이별도 아닌 또 만나고 의자처럼 본 세계를
-「그대의 앉은 자리에 내가 앉아 있고」 전문


음. 모름의 시. 그래. 그 시. 시 같은 것들은 잊고 살아야지, 라며 편지에 시를 넣어서 기차 창가 자리에 붙이고 왔다. 집으로 오는 길에 천국 김밥으로 가서 단무지를 썰고 배추김치를 입에 발랐다. 나무에 달린 달이 흘리는 눈물도 안 본 척을 하며 혈관이 톡, 톡−−− 하며 흑색 감정의 입김을 내뿜으며 걸었다. 구두의 굽이 발바닥에서 왔다 갔다, 를 즐겨 할 때쯤 집에 도착했다. (중략) 순간 기절할 뻔했다. 내가 갖다 버린 시가, 시집이, 기차 창가 좌석에 있던 시들이 침대 위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윗옷을 옷걸이에 걸자 시들은 옷걸이에도 걸려 있었다. 나는 옷을 다 벗고 시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들은 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중략) 시를 부름으로, 시가 오는 것을 알면서도, 부리지 않는 진짜 시인들이 있다. 시가 시를 부른다. 시가 시를 낳고, 소멸한다. 무이며 유의 시. 모두 당신의 시. 저 하늘에 누군가 삼층계의 유희로 만들어낸 산물만이 아닌, 앎으로 더욱더 다정해지는 세계. 그것은 이 세계의 모든 것이자. 처음이고 끝인 세계. 나이고 너인 세계. 나의 아래에서 나오는 시의 광범한 우주의 세계. 시가, 나의 모두가 되는 특별한 시. 내가 천사가 아니었으므로 가능해서 가능한.
-「미학」 부분


몇 해 전부터 당신은 나의 세계를 경계 없이 들락날락하고 있다 보면 어느새 나는 없고 당신만 있다

맑은 하늘이 나무에 걸린 가을 나뭇잎의 날씨를 만들자는 당신의 작은 숨소리가 지금도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 날아가지 못했다 꽃피우지 못한 말들이다 또 부메랑처럼 내게 다가온다 밀려와 나를 생각의 굴레에 빠뜨린다

무얼 생각하는지 묻는다면 나는 없고 나 없는 당신의 세계를 말하고자 한다

당신의 세계는 어지러운 생각이다 더러운 생각이다 당신을 생각하면 머리가 깨진다 깨진 머리카락들이 징글징글하게 떨어지지 않는다 숨소리다 꽃이 숨을 내뱉는 공기다 꽃이 피워 올린 생각이다
제발 가, 다시 오지 말고 가, 말을 해도 듣지 않는 생각이다

생각을 기차역에 두고 온 날이면
구두가 먼저 나를 벗는다
구두 굽에 달라붙은 당신, 내가 생각을 버리고 왔는데 생각은 버리는 게 아니라 그냥 있는 거야, 하고

어디선가 내 밤을 보고 있는 당신의 숨소리가 들린다
-「꽃, 숨」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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