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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635170
· 쪽수 : 250쪽
· 출판일 : 2023-11-17
목차
4 시인의 말 | 첫 시집을 출간하며
제1부 생명
12 생명
14 삶
16 월남 이산가족
18 세상
21 언덕에 올라
24 가장 오랜 기억
26 진해 덕산국민학교
28 진해 바닷가 1
30 진해 바닷가 2
32 울산 삼산
35 기도 Ⅰ
37 기도 Ⅱ
38 바람
40 가출
42 부르는 소리 잘못 듣고
44 유행성 출혈열
48 연옥煉獄 1
51 연옥煉獄 2
52 새로운 시작
54 준비하며 기다리는 날들
56 이방인
58 만남
61 약속
63 열애
70 결혼
73 새로운 조상
75 입교入敎
79 촛불
81 씨감자
84 첫 미사참례
87 세례
89 첫 영성체 기도
91 돌아보시는 눈빛
93 베드로
95 이스라엘
96 공병共病
97 은어隱語
99 노신사
102 눈물의 미사
103 불쌍한 하느님
105 안수기도
106 사부師父 신부神父님
108 베네딕도 수도원 신학원
111 천상의 어머니
115 나환자 할아버지
제2부 순명
120 순명順命
122 살아계신 하느님
123 늬우스를 보면서
129 신앙의 핵심
131 간극間隙
133 불꽃잔치
136 피정 1
138 피정 2
140 연옥여행
144 영신수련
146 잊힌 이름
147 무장해제
149 깜냥 1
151 깜냥 2
153 불학무도不學無道
155 고해성사告解聖事 1
157 고해성사告解聖事 2
158 자선慈善
159 맷돌
161 촛불 2
164 다시 한 번 꿈을 꾸며
167 아내 바라기
171 제삿날
173 이명耳鳴
175 길가에 앉아서
177 옹알이
179 손주 1
181 간음하다 잡힌 여자
183 되찾은 아들의 비유
186 착한 사마리아인
188 태생 소경
193 미사 때마다 울었다
196 철들기
198 우리
200 민들레
202 민들레 마을
204 지훈 엄마 편지
208 밤송이
210 용광로
213 가문
215 삶의 모범
217 새나라 건설
221 세월의 정
223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
226 그네
해설
230 종교적 경건과 서정, 그리고 서사 | 김신영
저자소개
책속에서
생명
허드레
한 줌 허드레 볏짚 불티처럼
한순간 어둠을 밝히며 타오르다
허무로 스러진다 해도
짧은 시간이나마
흑암黑暗에서 불리어 나와
빛의 세상을 만난 것은
기적 같은 선물
아쉬운 시간
여린 빛들 불러 모아
영원永遠에
한 점點, 점이나마 남기리
저물녘 늪 가 농가의 찬바람 속에
삶의 아픔을 핏빛으로 피워내는 동백
온 몸으로 생生을 앓는
힘겨운 몸짓
어린 새의 날갯짓에도
파르르 떠는 점새늪 연蓮 밭의 억새
하늘 밑 한 모퉁이에 온 몸으로 피워 올리는
생명의 숨결
여린 바람에도 스르렁
진동振動하는 팽팽한 현絃으로
번득이는 빛살
피어번지는 파문으로
삶
가난에 부대끼어 생살
부르트던 시절 일기장에는
‘인생’이란 단어가 더러 보이고
산다는 것은 깜깜한
밤길을 걷는 것처럼, 길이나
있는지 무엇을 만날지
밤길에 만나는 가장
무서운 것도, 반가운 것도
‘사람’
‘나 밖에 있는 나의 모습들’
마음 손잡고 밤길 함께 헤쳐 나가는
여정旅程의 동반자同伴者들
산다는 것은 희망이 끌어가는
성실誠實과 인내忍耐의
두 바퀴 전투마차戰鬪馬車
무엇을 이루느냐보다
무슨 생각하며 건너냐가
‘깨달음’은 고심하여 얻기도 하지만
갑자기 떠오르는 불빛
산다는 것은 삶이 목적
이 또한 지나가는
보이지 않는 좁은 문
또는 넓은 문을 지나
월남 이산가족
아버지는
빼앗긴 땅의 보통학교 졸업하자
남의 땅 섬나라로 건너가 고학苦學
전쟁 발발로 제국 해군에 끌려가셨다, 해방으로 귀국
함경북도 성진 바닷가 고향
할아버지 세금 등쌀에 울화병으로 돌아가시고
할머니께 등 떠밀려 홀로 남행南行길
시대의 역마살驛馬煞 가출家出
숨 막히는 고비들 묻혀 넘어 간 객지로 떠돈 많은 날들
강인한 핏줄 속에 숨어 있던 살기 위해 사는 억척 팔자
밤으로만 움직인 남행길 지나
한밤의 길잡이 손길에 이끌려 숨죽여 건넌 한탄강
업혔던 애기 숨져 함께 울음 삼키던 그 하늘과 땅도 지나고
해군 훈련 때 처음 밟아보았던 남쪽 땅 진해
경화역에 내려 마지막 동전 홍시 하나 사먹고
북의 침탈로 자리도 잡기 전 난장판 된 산하
다시 되돌아갈 고향 길 막힌 부평초
폐허 속 혈혈단신孑孑單身
주변 살펴 볼 겨를 없이
살아남기 위한 몸짓만 살아남은 세월
험한 세상 굳게 입 다물고 견디던 습성
흐르는 세월에 궁금한 일 묻혀 넘어가고
딱지 구덕구덕 아물면서 기댈 언덕 없던
월남 외톨이 가난 굳어가던 시간
질긴 생명 이어갈 핏줄 꾸려가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