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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2638393
· 쪽수 : 204쪽
· 출판일 : 2024-06-24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농담의 탄생 ❌ 9
1부 엄마 없는 농담
면접 첫날에 지각이라니 ❌ 15
엄마 없는 농담 ❌ 25
웃자고 하는 일에 죽자고 달려들기 ❌ 31
장미의 이름으로 ❌ 39
미리 울어버린 아이 ❌ 42
김정일이 죽던 날 ❌ 47
콤플렉스 재벌 ❌ 53
내 인생 최초의 도파민 ❌ 60
불면증(인 줄 알았던 것)에 대해 ❌ 67
그해 겨울 ❌ 73
2부 빌어먹을 코미디
빌어먹을 코미디 ❌ 81
막차를 향해 달려라 ❌ 86
할머니의 만둣국과 바퀴벌레 ❌ 92
종합캔디라 미안합니다 ❌ 97
우리 집이라는 말이 목구멍에 걸렸다 ❌ 103
와르르 맨션에서 내 억장이 와르르 ❌ 110
실제로 보니까 늙었다! ❌ 118
실눈처럼 가늘고 긴 생존법 ❌ 125
2만 원짜리 모자 ❌ 131
3부 농담 실격
농담 실격 ❌ 141
한국에서 고졸로 살아남기 ❌ 146
암 걸리겠다는 표현 ❌ 153
엄마의 성씨는 어디로 사라졌나 ❌ 158
동경과 오사카 ❌ 164
노인을 위한 낙원은 없다 ❌ 169
이건 왜 하는 거지? ❌ 174
주저하는 코미디언들을 위해 ❌ 180
다시 또 만담 ❌ 188
에필로그 : 마지막 농담 ❌ 201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요란한 서울 여행을 정신없이 마친 나는 허무하게 다시 파주로 향했다. 엄마 없는 집에 돌아와 힘이 쭉 빠진 채로 침대에 누웠다. 황금 같은 기회를 이렇게 허무하게 날려버리다니. 목숨 걸고 콩트를 쓰면 뭐 하나. 목적지에 제대로 찾아가지도 못하는 길치인걸. 그러고 보면 나는 항상 늦었다. 학업도, 연애도, 그 무엇도 남들과는 동행하지 못한 것이다. 남들이 공부하든, 놀든, 뭔가를 하는 시기에 혼자 방황했다.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했던 내가 농담을 좋아한 이유는 웃음의 순간 그 사람들과 소속감을 느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운명인 줄로만 알았던 코미디 작가로의 길은 허무하게 끊겼다. 길치가 늘 그렇듯 또다시 길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것이다. 슬퍼할 체력도 남아 있지 않았던 나는 새우처럼 몸을 돌돌 만 채로 잠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개운하지 못한 상태로 깼는데 핸드폰에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SNL 작가님의 번호였다.
농담으로 먹고사는 내 모습을 보지 못한 채 죽은 엄마. 이젠 없는 엄마. 이것은 나에게 실패한 농담(弄談)처럼 뼈저린 고통이다. 내 몸에 채워지지 않을 커다란 구멍이 있다. 나는 이 아픔을 외면하는 대신 똑바로 응시하기로 했다. 하물며 이용할 때도 있다.
<엄마 없는 게임>
상대: ㅋㅋ 게임 존X 못하네. 엄마 없으심?
나: 위암으로 돌아가셨는데요. 장례식장에서 있었던 일 들려드릴까요?
상대: 아... 님 ㅈㅅ
-OO 님이 퇴장하셨습니다.-
농담이다. 사실 요즘 게임 안 한다. 나이가 들어 자연스레 흥미를 잃은 것 같다. 슬픈 건 엄마가 죽었다는 사실도 이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레 옅어진다. 나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서서히, 조금씩…… -
새벽은 우주처럼 텅 빈 시간이었다. 집은 멀고, 막차는 없고. 그때 하루가 가장 길었다. 생방송을 준비하는 동시에, 도시락도 챙기고, 선배에게 혼나고, 회식도 참여하고, 막차시간에 쫓겨 뛰거나 집까지 걸어가고……. 단언컨대 TV 프로그램으로 만든다면 지금의 나보다 그때의 내가 시청률이 압도적으로 높을 것이다. 지금의 내 삶은 그때보다 단순명료하다. 막차를 향해 달려본 적도, 택시비를 아끼기 위해 어둠 속을 걸어본 적도 최근엔 없다. 재방송을 보듯 예상되는 하루가 반복된다. 그때의 예측 불가능한 불안감과 지금의 예측 가능한 안정감, 둘 중 어느 것이 더 행복한 일일까? 오늘은 오랜만에 두 시간 정도 천천히 걸어봐야겠다. 잃어버린 나의 막차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