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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36439897
· 쪽수 : 388쪽
· 출판일 : 2025-12-05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제1부
문화의 힘으로 살아가는 나라
한곳으로 가는 다른 길들
대륙을 가로질러
평양에서 맞은 개천절
제2부
하늘과 땅 사이
지금 여기의 문학으로
문화의 허리띠 임진강
실학의 고장 너른 고을
일본에서 퇴계는 제2의 왕인
한국의 시조와 세계문학
제3부
1960년대 명동의 문학사
휴전 70년의 한국문학
적군 묘지의 시
촛불의 광장에서
문학이 할 수 있는 일
신경림 시인을 보내며
제4부
처용과 베어울프
문학과 현대사상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하여
제3세계 문학이 지향하는 것
작별 없는 한강의 소설
제5부
시대의 그늘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러나 그 희생의 현장을 소재로 한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는 다른 차원의 정신적 가치가 형성된다. 총격에 의한 집단희생 지역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남동생이 있고, 피가 흐르게 깨문 손가락을 동생의 입에 넣어주는 누나가 있다. 누나의 손가락 피를 동생이 빨아 먹는다. 이 감각에서 누나는 숨을 쉴 수도 없을 만큼 벅찬 행복을 느낀다. 누구를 탓할 겨를도 없는, 이 순간의 절대적인 행복론이 있다. 이 행복의 정신적 가치는 굳이 복음까지 가지 않더라도 인간적 문화의 영역이다. 근원적 존재론과 보편적 가치 인식도 문화의 명제이다. 인간적이고 시민적인 문화를 숨 쉬며 세계의 마당에서 다 함께 만나야 한다.
―「책머리에」 부분
2000년대 초 어느 봄날에 나는 문우 몇명과 함께 개성에 가보았다. 그곳 성균관으로 건너가는 돌다리가 선죽교였다. 다리 한쪽 끝 둔중한 석재에 붉은빛이 있었다. 북쪽의 안내원이 말했다. “이 돌 위의 붉은빛이 정몽주 선생이 흘린 피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석질에 원래 있는 철분의 빛이 아니겠느냐고도 합니다. 여러분은 자유로이 생각하십시오.” 전설은 민중이 그리워하는 대로 만들어진다. 나는 그 붉은 돌이 포은 정몽주의 피에 젖어 있다고 보고 싶었다.
―「문화의 힘으로 살아가는 나라」 부분
이날 개천절 행사에는 남한의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신부들도 참석했다. 행사 뒤풀이 예술축전 마당에서는 남북의 동포들이 한데 어우러져 신명나는 춤판도 벌였다. 두레패의 농악 장단은 그곳에서도 완전히 전통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남쪽 동포들이 탄 관광버스가 떠날 때 강동군 지역 주민들이 하나같이 정성 어린 환송을 했다. 두 손을 높이 들어 흔들며 “또 만납시다!”를 연호한다. 차 안에서 우리도 손을 흔들며 가슴이 벅차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평양에서 맞은 개천절」 부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