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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651019
· 쪽수 : 151쪽
· 출판일 : 2022-09-3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5
1부
손톱의 서정·15
분홍의 서사·17
진폐(塵肺)·18
명랑 용어 사전·20
새를 심었습니다·22
모래의 시간·24
보라에 대하여·26
저녁의 양치식물·28
오늘의 사과·30
소년들의 세계사·32
나비의 밀도·34
첫사랑 1·35
동백 전언·36
소년들·38
소년들의 세계사 2·40
소년들의 세계사 3·42
반 고흐·44
2부
첫사랑 2·49
백 톤의 질문·50
파(波)·52
앨리스의 사물들·54
먼지 인간·56
피아노·58
도서관 활용법·60
애월 1·62
애월 2·64
애월 24·66
애월 29·68
사과·70
애월 30·72
애월 32·73
깊어지는 사과·74
애월 34·76
3부
슬픔의 좌표·79
웃는 돼지·80
침대 시위 - Bed‒in For Peace·82
오후의 사물 연습·84
통조림·88
새벽 4시까지 나는·90
궁민교육헌장·92
생각하는 사물들·94
아를에서의 일기·96
나는 물을 이렇게 고쳐 쓴다·98
진흙 연습·100
새라는 통증·102
프라하, 스타일·104
4부
불량사막·109
독쇼(Dog Show)·110
마스크·112
아침의 방향·114
미란다 원칙 - 와병의 계절·116
진흙 나무·118
사월의 질문법·120
그늘의 질량·122
효자동, 국경·123
새를 깨닫다 2·124
소년 A·126
소년 B·127
청소년·128
방 탈출·130
해설 | 육호수(시인·문학평론가)
육체의 비실감과 영혼의 실감·133
저자소개
책속에서
새를 받았지요 택배로, 뿌리에 흙이 묻어 있었어요.
은행과 김밥천국과 데빌 피시방을 지나 도착한 새입니다.
새가 아니라고 말해도 새입니다.
설명서를 읽었죠.
새, 이것은 명사, 유목형입니다.
잘 깨지는 것, 씨앗이 단단한 것, 비정규직 냄새가 나는 것,
갓 배달된 1년생 새를 심었어요. 무채색의 새는 눈이 어둡습니다. 검은 것들은 어둠을 치는 기분입니다. 새는 나쁜 계절 쪽으로 한 뼘씩 자라고. 종이 인형처럼 잘 찢어집니다. 고독한 비행의 예감 같은 것이 따라왔습니다.
새를 심었지요. 오렌지 맛이 나는 새를요. 새는 시들다 화들짝 살아납니다. 새를 오래 들여다보면 새싹 같은 乙을 닮았습니다.
일주일에 물을 두 번 주었지요. 새의 눈동자가 조금 썩었어요. 얼굴을 매일 떨어뜨립니다. 새의 그늘이 깊어집니다. 실직의 징조입니다.
새를 두드리면 상자와 고양이와 단추와 감정노동자가 있습니다.
나는 살아야겠다라고, 자기소개서의 내용을 수정합니다.
乙은 당신을 지우고 내가 사는 저녁의 영광입니다. 동맹과 배반의 테이블에서 태어납니다. 내일은 새의 날개가 펼쳐지는 개화기입니다.
빨리 죽는 것들은 오래 삽니다. 유목의 계절입니다.
-「새를 심었습니다」 전문
나는 자주 빛났다
내 심장에
이빨 자국이 나 있다
벽지 무늬 속에서
검은 짐승들이 뛰쳐나온다
커다란 쇠망치를 들고
내 눈 속의 짐승을
차례로 내려쳤다
춥고 따스했다
한쪽엔 빙하가 가득했다
12마리의 개들이 사시사철 짖었다
-「첫사랑 1」 전문
극락사 저녁 예불 올린 처사가 길을 잃었나
연화정에 술 취해 쓰러진 사내
와불처럼 팔 베고 누워 열흘 붉은 꽃을 따라간다
물은 어떤 마음으로 죽은 꽃을 안고 우는가 물이 물을 안고 운다
연꽃 진 자리에 들새가 꾸룩거리며 내려앉는다
부처가 일곱 개의 꽃으로 물 위를 세 번 내려친다
취한 마하가섭이여 병 깊은 간과 폐를 씻고
당신에게서 어디까지 달아났는가
가섭은 물에서 걸어서 온 사람
녹색 손톱으로 연못을 가르고
팔목에 연꽃 문신을 새긴
-「애월 32」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