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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2828084
· 쪽수 : 260쪽
· 출판일 : 2023-02-10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과녁 / 11
설해목 / 41
철로 너머의 수평선을 보다 / 69
우이령 / 95
카타(chatah)에 관한 이론(異論) / 123
뚜언의 얼음 / 151
호루라기 소리 / 181
파란 고무신 / 209
해설
주변부적인 삶의 비정한 현실과 자아 _ 김성달 / 233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녀가 울먹이자 딸이 뒤에서 그녀를 안았다. 딸의 따뜻한 체온과 팔딱이는 심장소리가 정중하게, 부드럽게 그녀를 대하던 시인에게서 느꼈던 감정을 불러들였다. 그녀 자신에게도 놀라운 일이었다. 시인을 떠올리자 요동치던 그녀 마음이 봄눈 녹듯 사그라들었다. 이내 시인이 내밀던 과녁판이 어른거렸다. 그러자 과녁을 비켜 꽂혔던 화살이 그녀가 잘못 쏜 화살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폐품을 주웠던 일이 자식보다 네 자신을 위한 일이 아니었느냐고, 버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느냐고 그녀 가슴이 자신을 향해 소리쳤다. (「과녁」)
솔밭은 너무도 태연했다. 소중한 것을 잃고도 태연하게 살아가는 인생들과 닮아 있었다. 그러나 미풍에 흔들리고 있는 소나무들은 어딘지 모르게 야위어 보였다. 속살을 드러내며 부러지던 기억에 몸서리친 때문일지 몰랐다. 복숭아뼈에 박힌 오빠의 옹이처럼, 소나무에도 옹이가 박혀 속울음을 삼키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 어디선가 야호! 소리가 들려왔다. 애절하게 누군가를 부르는 듯한 목소리였다. 털모자가 새먹이를 주는 걸까. 두리번거렸지만 털모자는 보이지 않았다.
(「설해목」)
나는 컵에 물을 따랐고 언니의 커피를 타왔다. 언니는 커피를 마시고 나는 물을 마셨다. 내 컵 속에서 하얀 물이 흔들렸고 언니의 컵에선 갈색의 커피가 흔들렸다. 내용은 다르지만 두 개의 컵은 같은 형태를 갖춘 커피잔이었다. 나는 싱거운 나의 삶을 마시고, 언니는 쓰고 달고 야무진 언니의 삶을 마셨다.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 같은 두 여자의 삶이 자그마한 컵이 되어 앉아 있었다. 만들어진 대로, 내용물이 담기는 대로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진 두 컵을 보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철로 너머의 수평선을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