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2828107
· 쪽수 : 388쪽
· 출판일 : 2023-02-27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엄마의 행방 / 11
하얀 약속 / 43
유전유죄^1 / 67
묵언 스님 / 93
진돌이 전성기 / 119
허허박사, 정동범 / 143
스님의 월척 / 175
불장난 / 203
신풍구금 / 255
엄마의 때꼽 / 301
유전유죄·2 / 329
갑장 나으리 / 355
발문_
신풍구금身豊口金은 우리 시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입심 좋은 역작
이광복(한국문인협회 이사장^소설가) / 385
저자소개
책속에서
어머니는 야뇨증이 있는 형 때문에 이부자리를 자주 빨았다. 그때마다 풀을 먹여 빳빳하게 손질한 이부자리는 마치 생철조각처럼 차가워서 선뜻 이불 속으로 파고들기가 겁이 날 지경이었다. 그때 먼저 옷을 홀딱 벗고 이불 속으로 들어간 어머니는 알몸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체온으로 따뜻하게 만든 뒤 우리 형제를 이불속으로 끌어들였다. 형과 나는 그 추위에도 매일 밤 어머니의 양쪽 겨드랑이에 코를 묻고 건건한 땀내를 맡으며 단잠을 이뤘다. (「엄마의 행방」)
진호가 베트남에서 송금한 전투수당을 똘똘 뭉쳐 갖고 있던 어머니는 세를 끼고서라도 무허가 집 한 칸이나마 장만하겠다는 결심으로 노린동전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그게 축날까 벌벌 떨던 어머니는 아들이 귀국하기 보름 전 피 같은 돈을 어느 사기꾼의 입에 몽땅 털어 넣고 받은 충격으로 쓰러진 채, 자리보전하고 있었다. 진호는 눈이 뒤집혔다. 뵈는 게 없었다. 젊은 혈기에 사기꾼의 허리를 당장 꺾어버릴 기세로 찾아다녔다. 결국 사기꾼은 잡았지만 땡전 한 푼 구경 못하고 도리어 살인미수라는 죄명으로 6년형을 복역하게 되었다. 옥살이를 하다 보니 달희에게 연락할 겨를이 없었다. 진호가 그렇게 세월을 축내고 있을 때 달희는 아들을 낳았다. 한국을 잊지 말라는 뜻으로 이름도 ‘대한’이로 지었다. (「하얀 약속」)
보살은 젖먹이를 떼놓고 온 마음도 아프지만 자꾸 불어나는 젖가슴 때문에 견딜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풍선처럼 퉁퉁 불은 젖을 남몰래 짜 버리지만 젖이 돌 때의 젖가슴은 찢어질 듯 아팠다.
스님은 삼십 년 전의 일이 머리에 떠올랐다. 고모가 팔삭둥이를 낳은 지 보름 만에 잃고 친정에 와서 조리할 때 스님은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그때 젖몸살을 앓던 고모의 뻘겋게 부어오른 얼굴이 지금도 눈앞에 선했다. 할머니와 가족들의 온갖 회유와 닦달에 못 이겨 억지로 빨게 된 고모의 젖 맛은 엿기름같이 들큼하고 날콩처럼 비렸다. 그렇다고 토하진 않았으나 주룩주룩 설사를 계속한 기억이 아직도 잊어지지 않았다. 공양주의 젖 맛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묵언스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