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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2828206
· 쪽수 : 318쪽
· 출판일 : 2023-08-02
책 소개
목차
첫머리에
1장 그림자 … 13
2장 빛 더듬이 … 41
3장 떠돌이 … 75
4장 강 건너 … 103
5장 덧칠 … 141
6장 회억 부스러기 … 175
7장 소용돌이 … 213
8장 잿더미 … 245
9장 바람의 노래 … 287
저자소개
책속에서
부전자전, 모전여전. 유전자는 한 인간을 따라다니며 요술을 부린다. 더불어 한번 맺어진 관계는 질기기가 쇠심줄이다. 굴레를 벗어나려 몸부림친들 헛수고다. 누가 그 자리에서 한 발 앞으로 나설 수 있으랴! 제풀에 주저앉을 거면서.
인간은 자신의 숨 쉬던 방죽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삶을 마감한다. 나무뿌리를 흙 속에 심어야 생명을 포실하게 유지하듯이, 나무와 사람의 차이가 다를 리 없다. 누가 건들면 그제야 뽑힌다. 목숨을 거두어야 그곳을 떠나 딴 세상으로 향한다.
정연이는 공원 입구에 들어섰다. 삼십이 다가오는 딸 박다현과 함께 걸어간다. 가방 안에는 이제 20대에 멋모르고 휴대하고 다녔던 농약병 대신 단소가 들어 있다.
덕분에 그녀는 덜컥 임신이라는 쇠사슬에 걸렸다. 처음엔 임신인 줄도 몰랐다. 음식 냄새가 싫고 비위가 홱 돌았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그녀가 알고 있는 인체의 신비에 대한 얄팍한 상식은 구름 잡는 것뿐이었다. 그 어느 한 가지도 실제 생활에 적용되지 못하는 휴지 나부랭이였다.
실사구시가 실학의 근본이라고 배웠지만 이론일 뿐이었다. 애인이 생겨 결혼할 상황이 아니면 둘 중 누군가는 제대로 된 피임 상식을 알고 실행해야 하지 않았을까? 무식하게 준비 없이 당하다니 그것도 한번이 아니고. 아, 여러 번을.
아기 볼 사람 없이 아빠가 집안일 전담하다시피 저를 돌보다가 돌아가신 후 엄마의 고생은 말이 아니었어요. 요즘처럼 유아원, 유치원을 맞춤식으로 운영하던 시절이 아니니까요. 늦잠이 많아 시큰둥한 저를 깨워 세수시키고 옷 입히고 밥 몇 술이라도 먹게 하느라 소동이 많았던 시절을 지금까지 기억하니까요.
저를 혼자 집에 두고 나가기는 어중간한 나이라 아침에 일찍 서둘러 준비해서 같이 나가고, 저녁에 퇴근하면서 저를 데리고 집에 돌아오셨으니까요. 다행히 집 앞에 교회가 운영하는 유아원이 있었어요. 엄마는 그곳에 저를 맡기고 출근하고, 전 퇴근해서 돌아올 때까지 혼자 놀며 심심하게 지내야 했어요. 유아원 친구들은 늦게 오고 일찍 자기 집으로 뿔뿔이 흩어져 돌아갔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