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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2828213
· 쪽수 : 372쪽
· 출판일 : 2023-07-31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엄마가 간다
막내엄마
빨간 뾰족구두
너머엄마
두셋다람
멍
린스가 무섭다
백단심 지다
귀먹은 항아리
중국할머니
『엄마상회』 이렇게 읽었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모순이었다. 엄마의 종교가 돈인데 종교를 헌금하다니. 엄마는 교회도 성당도 절도 하다못해 만신 집도 출입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엄마는 집귀신 돈귀신이었다. 수상한 엄마를 따라 주방으로 갔다. 엄마는 뜬금없이 북어를 꺼내 두들겼다. 도대체 어디 헌금한다는 거냐고 캐물어도 연신 북어만 두들겼다. 또 넋이 실종됐는지 북어 살이 바스러져 가루가 되도록 하염없이 두들기기만 했다. 나는 식탁에 앉아 물끄러미 엄마를 바라보았다. 방망이를 내리칠 때마다 풀풀 날리는 북어 입자에서 알 수 없는 슬픔의 냄새가 났다. 북어는 종적도 없이 사라지고 도마와 방망이만 공허하게 비명을 지를 즈음 손을 멈춘 엄마가 한없이 낮은 한숨을 땅이 꺼져라 내쉬더니 흘낏 나를 발견했다. (「엄마가 간다」 중에서)
문득 죽은 엄마 생각이 났습니다. 죽은 엄마도 당신처럼 매듭을 짓지 못하게 했거든요. 매듭은 바느질하는 사람이 짓는 것이란다. 대신 매듭을 지어주면 바느질한 사람이 죽어서 매듭 풀어달라고 쫓아다녀. 그렇습니다. 매듭은 지은 사람이 푸는 게 옳죠. 특히 생사가 달라질 때는 더욱 그럴 테고요. 죽은 엄마가 말한 매듭에 대한 금기가 수의에도 있다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수의를 지을 땐 절대 매듭을 짓지 않는다더군요. 요즘이야 수의도 공장에서 전기재봉틀로 생산해 내니 그런 속설이 까마득히 잊혀졌지만 말입니다. (「막내엄마」 중에서)
수세미처럼 산발한 머리 거죽으로 낟알처럼 통통한 이가 기어다니다 고개를 흔들면 방바닥에 툭 떨어지던 너머엄마. 머리를 긁다 손톱에 낀 이를 끄집어내 톡톡 터뜨리던 너머엄마. 새카만 손톱 위에 잘못 바른 매니큐어처럼 굳어버린 피딱지도 아랑곳없이 맨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던 너머엄마. 겨울이면 콧물을 문댄 볼이 순간접착제를 바른 듯 반질대다 터져 기어이 피가 비치던 너머엄마.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기에 충분한 너머엄마였다. 게다가 너머엄마는 검정 물을 들인 광목옷만 고집했다. 어머니에 의하면 너머엄마는 처음부터 까만 옷을 입었고 까만 옷이 아니면 절대 입지 않는다고 했다. 흰옷을 해다 주면 일부러 검댕을 묻혀 더럽힌 다음에야 입었다니 말해 무엇 하겠는가. 때로 나는 아이들에 섞여 함께 돌을 던지기도 했다. 비록 밥은 배달해주지만 나와 하등 상관없다는 표시였다. (「너머엄마」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