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3093818
· 쪽수 : 162쪽
· 출판일 : 2024-12-30
목차
1부 멀리 다녀온 말들
이따금 천변으로 오시는 19
손톱 응달 20
창밖에는 장미가 내린다 22
목화의 내력 24
엄마의 초상화 26
바깥 냄새가 좋다 28
거기로 가면 크리스마스예요 30
노포에서 32
솥홅이 34
검정을 징검징검 질겅질겅 36
진하 38
암막의 밀도 40
핑크, 펑크 42
틈새 44
순록은 순하고 북해는 멀고 46
멀리 다녀온 말들 48
2부 백 마리의 말이 끄는 식물원
매미 53
꺽태 후일담 54
백 마리의 말이 끄는 식물원 57
설해 58
가족 증명서 60
농막의 나날 62
숫돌 64
상견례 66
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68
피아졸라의 춤 70
오지그릇 72
극우 74
푸른 바다거북을 타고 종려나무 숲으로 76
에로 애로 78
전생과 현생의 행간 79
3부 당신도 어설픈 저녁이란 걸 나는 몰랐습니다
물조리개로 조리한 아침 한 분(盆) 83
나는 그곳에 살았다 84
큰꽃으아리 86
사슴 정원 88
서ㅤㅌㅜㄻ 90
하늘 걸기 92
태실 94
누드 花 96
골상학 98
타인 냄새 100
언박싱 102
담배꽃 소란 104
心, 부름 106
와이키키 108
레가토legato한 여자에게 선물하기로 마음먹었다 110
4부 모든 문장은 심해로 가기 위해 발목을 씻는다
두런두런한 두리안을 안고 115
도라지차를 마시며 116
공룡능선 117
여수 물녘을 걸었다 118
돌산에서 120
정글 122
애인 뿔 솟았습니다 124
멋진 여자임이 틀림없습니다 126
물빛 도서관 128
체스 오프닝 130
그곳에 가자 132
햇살 만선 134
비양도 전설 136
바다 삽화 138
푸날라우 베이커리 140
해설 _ 그리움의 두께 143
황정산(시인·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따금 천변으로 오시는
유정한 말이 무정한 표정이 되고 무정한 표정이 유정한 손길이 된다 냇물에 담가 놓은 얼굴을 꺼내 보면 너는 있으나 나만 없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손숫물에 둥둥 죽어 투명한 것들 주먹을 조용히 쥐었다 펴 본다 비록 내 손에 당신 몸 조각 하나 남지 않았으나 아침에 나선 길이 저녁이 되고 저녁이 된 당신이 나의 아침이 될 날들을 생각한다 저 천변 한 아름도 못 되는 둘레를 같이 돌아주는 사람이 없겠는가 물가 고인 듯 보이나 옛것은 이미 풍화되어버린 유적 그 둥근 곁에 하릴없이 피고 지는 풍경으로 나는 살다 간다 환영이라도 꿈길이라도 다시 오신다면 반듯한 옷 한 벌 해 드리고 환한 꽃비 흠뻑 젖어보시라 여쭙겠는데
물빛 도서관
애먼 느낌으로부터 멀리 왔다 달무리가 예뻤다
산마루는 바람을 앉히고 어스름을 입는다
물살은 점자로 읽어야 한다 흐르는 서가엔 흰 돌이 있고
북방의 겨울이 있다 백 년 전 모던 보이는 필체가 선명하고
MZ들은 액정으로 모던을 읽지만
모든은 물살이고 모던은 여울이니까 서기 여울엔 잔돌이
많다 문장이 굽어지면 사람이 읽힌다 젖은 편지를 쓴 사람은
물의 나라로 떠났다
시원의 첫울음이 있고 광야의 모래바람 불고 물의 낱장은
자꾸만 뜯겨나가도 기어코 한 획인데
백 년 후를 먼저 살다 간 시인은 물에 녹은 메아리 그 부서진
소리에 산야는 화답하고 깊은 계곡을 안고 흘렀지
애먼 느낌으로부터 멀리 왔다 차가운 물살 때문에 가슴이 시렸다
물빛 도서관엔 호롱불 가늘게 흔들리는 문장이 많다
모든 문장은 심해로 가기 위해 발목을 씻는다
오래된 시문은 물속에서도 횃불인데 가슴을 녹이는 화톳불인데
물속에서 불타는 문장의 노을을 보려고
물빛 서가를 뒤적인다



















